윈난성 어디에나 차나무가 있고 골짝 골짜기마다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굽이굽이 산등성이를 넘어갈 때마다 산비탈에 제비집처럼 붙어있는 소수민족들의 터전을 봅니다.
기름진 평야 넓고 평평한 땅은 힘 있는 세력에게 내어주었습니다. 그것도 모라라서 쫓기고 도망쳐 온 심심 산골에 시름을 풀어놓고, 숲속의 나무를 잘라서 얼기설기 집을 지었습니다. 나무집 아래쪽에는 짐승을 길러 온기를 나누고 파리 모기랑 더불어 삽니다. 차나무를 만나러 가는 길에 무심코 카메라를 들이대다 망원렌즈로 다가오는 그들의 뜨거운 삶에 왈칵 눈물이 솟아집니다.
내 한 몸 근사하기도 어려운 척박한 땅이지만 희망의 곡갱이를 꽂았습니다. 도망친 인연이 도망 나온 인연을 만나 자식을 낳고 핏줄을 잊고 또 이어며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현실을 살아가는 나의 느낌이 차나무를 통해 쫓겨난 삶에 다가가고 도망치고픈 삶이 차나무를 통해 교감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아! 그 삶 속에 차가 있었습니다.
긴 노동을 끝내고 주저앉았을 때 갈증을 달래주던 차
문득 깨어난 새벽, 어스름을 어루만져 주던 차
아픈 자식에게 만병통치약으로 주던 차
비바람 부는 날 화톳불 주위에 동그마니 둘러앉아 미소를 나누던 차
마침내 고단했던 생을 마감하면 씨앗을 함께 묻어 먼 길을 동반하게 하던 차
외딴 산속에서 보리수나무를 보게 되면 평생 수행만 하다가 때가 되어 보리수 염주 하나 걸치고 깊은 산속으로 홀로 들어가 입적하신 고승의 자취를 느낍니다. 원시삼림 속 차나무를 보면 저는 보리수가 일깨워주는 인연을 만나듯 변방 소수민족들의 삶과 함께 한 차나무의 영혼을 생각합니다. 비탈진 골짜기에 매달려 땀과 눈물의 두둑을 쌓아 손바닥만 한 농토를 만들었고, 그렇게 붙들어 온 세월을 쌓아 천 마지기 만 마지기 계단식 논밭을 만들었습니다.
비탈에 의지한 그들의 삶은 이제 와 풍경이 되었지만 그 터전을 일구며 살아온 소수민족들의 애환과 역사를 생각하면 피와 눈물의 터전임을 알 수 있습니다. 더불어 화려한 세상의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아직도 궁핍의 골짜기를 헤매고 있는 스스로를 돌아봅니다. 그렇게 운남의 산천을 돌고 돌며 골짝 골짜기에 서린 그들의 자취를 만나고, 그 속에서 자라난 고차수를 만나고, 그들의 삶 속에서 우려난 고적한 향기를 음미합니다. 언젠가 스님과 마주 앉은 찻자리에서 뜨거운 물속에서 맛과 향기를 풀어내는 찻잎을 물끄러미 보시더니
"지금 저 찻잎은 고향의 엄마 나무를 생각할 것이다."
제가 지금까지 들었던 차에 대한 어떤 예찬보다 가슴을 울린 말씀이었습니다. 깊은 산골 맑은 바람 속에서 순수한 영혼들과 더불어 자라다가 어느 순간 딸깍 분리되어 시들어지고, 뜨거운 불에 익혀서 비틀리고, 작열하는 태양에 새까맣게 말라서 이역만리를 건너와 비로소 몸을 푸는 찻잎을 바라봅니다. 그 향기와 그 영혼을 내 몸속에 넣어봅니다. 시집간 여인이 아이를 낳을 때! 낳아주고 길러주신 엄마를 생각하듯이 뜨거운 물속에서 몸을 푸는 찻잎을 바라보며 저는 비로소 차맛의 근원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십 대 때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강원도의 어느 암자에서 처음 차를 만났습니다. 노스님의 손때묻은 다관에서 우려져 나온 노작지근한 찻물이 내 인생을 송두리째 변화시키리라곤 당시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세상의 모든 맛에는 약간의 잡스러움이 느껴집니다. 생선의 비린내 육고기의 구린내 그리고 낯설고 익숙한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생경하고도 고리타분한 내음. 그러나 잘 만든 차에서는 일말의 잡미도 느낄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경건한 향기를 느끼며 내 삶의 잡내를 조금이라도 씻을 수 있음에 늘 감사한 날들입니다.
때는 2024년 4월 17일을 맞아, 지난 2020년 4월 25일 건립한 차씨배지 기념비 건립 4주년을 즈음하여 울산문화계 차인들이 정성을 모아 하늘이 내려주신 차신께 향기 그윽한 햇차를 정성으로 헌다하오니 음향오옵소서...
울산의 차 역사는 신라42대 흥덕왕 3년(828)입당회사 대렴이 당나라에서 가져온 차씨를 왕명으로 “지라산”일대에 심었으며, 이곳 울산 다운동 산146-2번지에도 동시대 심었으며, 이곳 울산 146-2번지에도 동시대 심은 것으로 지방문화로 전해 오고 있어 지명을 茶田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바로옵건데 이시대 온세상이 차향기가 넘치고 더불어 행복한 문화 생활을 바라는 뜻을 담아 헌다하오니 차신께서 만백성을 굽어보살펴 주시옵기 간절히 비옵나이다...
백성과 왕의 본분을 노래하고 태평성대를 기원하였습니다. 오늘 갑진년 삼월 삼짇날을 맞아 저희 차인들은 충담스님의 차 정신을 이어받고자 맑고 향기로운 차로 마음을 담아 차 공양을 올리오니, 세계인류평화 대한민국의 국운융성과 남북평화통일을 발원하오며 갑진년 9월 28일 세계차문화축제와 을사년 삼월 삼짇날 충담사 귀정안민대차회의 성공을 기원드립니다.
세존이시어 부디 감응하시어 어리석은 어리석은 우리에게 지혜와 용기를 주시고 미륵세존님의 자비를 베푸시어 다툼 없는 평범한 삶의 차생활을 베풀어주시옵소서 2024년 4월 11일 음력 삼월 삼짇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