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하우스다화담을 운영하는 부부는 단순히 차를 파는 상인이 아니라, 차를 사랑하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전하는 전도사와 같다. 그들은 매년 봄이면 티하우스 문을 닫고 운남으로 떠난다. 이 여정은 단순한 출장이 아니라, 차를 만드는 농가와의 유대를 다지고, 그들의 정성을 직접 느끼기 위한 시간이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차 중 하나가 바로 2019년 멍송 야생차다. 순수한 야생 찻잎으로 만든 모차의 양이 적어서 두 편만 직접 수공으로 만들었다. 이 차는 단순한 차가 아니라, 그들이 현지 농가와 함께한 시간과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결과물이다.
멍송 고차수를 마시는 순간, 몸이 말해주는 좋은 기운은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든다. 아포가 조금 섞여 있지만, 이는 오히려 차의 풍미를 더욱 풍부하게 한다. 멍송 차의 화사하고 몽글몽글한 맛은 마치 운남의 고차수 산지 속 풍광이 떠오르게 한다. 이 차를 마시며, 나는 그들이 현지에서 보낸 시간과 그 속에 담긴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2025년 1월 1일 새벽 7시, 경남 산청에 위치한 이상호 회장님의 농장에서 새해 첫 해돋이를 맞이하며 대차회의 성공을 기원하는 특별한 자리에 참석했다. 차실에 들어서자, 먼저 도착한 분들과 함께 준비된 찻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회장님께서 정성껏 준비한 차를 내어주셨는데, 그 첫 잔은 산청에서 생산된 발효차였다.
처음 마신 두 잔의 차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예상치 못했던 독특한 맛과 향, 그리고 차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나를 감싸며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이 차를 음미하면서 오래전 하동 지역에서 마셨던 잭살차나 고뿔차가 떠올랐다. 참석자들은 동트기 전의 아름다운 풍경에 시선을 빼앗겼지만, 나는 차의 독특한 매력에 더 큰 기쁨을 느꼈다.
“이 차는 어디 차입니까?”라는 나의 질문에 이상호 회장님은 “산청 황차”라고 답하셨다. 이후 더욱 자세히 알아보니 이 차는 산청 반천리에서 생산된 차임을 알게 되었다.
회장님께서는 이어 보이차를 내어 주셨다. 자사 다관에 정성스럽게 우려낸 보이차를 따르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으며 또 한 잔을 마셨다. 그러나 앞서 마셨던 황차의 강렬한 인상 때문인지, 보이차는 기운과 맛에서 황차에 약간 밀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보이차의 품질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었다. 공복 상태에서 새벽에 마신 반천 발효차의 깊고 풍부한 맛과 향이 너무도 인상적이어서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된 것이었다.
아침 7시 30분, 떠오르는 태양을 배경으로 정헌식 조직위원장과 이상호 대회장님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전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김남경 총장, 문병두 교수님의 사모님, 김형점 대표의 말씀도 더해져 분위기를 한층 풍요롭게 했다. 행사의 마지막으로 농원에서 준비한 따뜻한 떡국을 함께 나누며 모두가 새해의 기운을 충전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그날의 경험은 나에게 한국 발효차의 새로운 가능성을 깊이 느끼게 한 계기가 되었다. 특히 산청 반천리에서 생산된 황차는 그 풍부한 맛과 향, 그리고 독특한 기운으로 나에게 강렬한 감동을 남겼다. 우리나라 발효차를 마시며 이런 감정을 느낀 것은 처음이었기에, 이 특별한 순간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2024년 11월 26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운니동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에서는 차과연 세 번째 차회가 열렸다. 이번 차회 참가자는 차를 사랑하는 이들이 모여 한국 차의 우수성과 다양성을 체험하고 탐구하는 자리였다. 주제는 '동춘차 4가지와 연고백차'였으며, 회비 25만 원을 내고 참가한 이들은 차의 깊이를 느끼는 특별한 경험을 공유했다.
네 가지 동춘차의 매력
이번 차회에서는 2024년 4월에 채엽한 네 가지 동춘차, 즉 소성차, 대광차, 용소차, 그리고 2011년 대광차, 두 차를 조합한 용소+대광, 마지막으로 연고백차에 대한 설명과 시음이 진행되었다. 각 차는 차를 재배하는 골짜기의 독특한 환경과 제작 방식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르게 나타났다. 박동춘 교수의 설명과 함께, 참석자들은 차를 한 모금씩 음미하며 차이점을 느꼈다.
이날 차회에는 지방에서 올라온 세 명과 서울에 거주하는 한 명, 총 네 명이 참석했다. 소규모의 차회이었지만, 참석자들 간의 대화는 깊고 따뜻했다. 차를 마시는 과정에서 참석자들은 차가 재배된 환경과 차의 특성을 들으며 자연과 사람의 손길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한 잔의 차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한국 녹차의 완성도를 느끼다 참석자들은 각 차의 맛과 향을 비교하면서 한국 녹차의 우수성을 다시금 확인했다. 단순히 차를 마시는 것을 넘어, 그 안에 담긴 지역의 자연 환경, 재배와 제작 과정, 그리고 만든 이의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차회는 차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한국 차의 독창적 매력을 알리고, 차 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기회가 되었다.
이번 차과연 세 번째 차회는 참석자들에게 한국 녹차의 높은 완성도와 다양한 매력을 경험하게 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차 문화 행사가 꾸준히 이어져,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 차의 진가를 알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2024년 3월, 다석 TV에서 주관한 일본 차문화답사 때 고선희 원장님께서 구입해 온 특별한 녹차 세트를 함께 마실 기회가 있었다. 농구전차(濃口煎茶)라는 이름을 가진 이 녹차는, 다관을 예열한 뒤 차를 넣고 흔든 뒤, 잠시 차의 향기를 맡을 때 그 고유한 차향이 내 마음 깊은 곳을 울리며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남겼다.
그 순간 느꼈던 원초적인 차향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차의 깊이를 보여주었고, 그것이 차의 진정한 본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시 흥분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농구전차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나, 그때의 향을 다시 느끼고자 같은 차를 우려 마셔 보았지만, 당시의 특별했던 향미를 찾을 수는 없었다. 차가 지닌 고유의 향기와 풍미가 시간과 상황에 따라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체감하게 된 순간이었고, 차를 마시는 행위가 단순히 맛과 향을 음미하는 것을 넘어, 그날의 마음과 공간, 그리고 차에 대한 태도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차를 마시며 계속 떠오르는 질문이 하나 있다. ‘과연 좋은 차란 어떤 것일까?’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이 질문은 차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그 깊이를 더해간다. 일본 전차에서 경험한 향과 맛은 하나의 표준이자 이상으로 남아, 내년에는 다시 그 차를 찾아 최고의 향미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볼 예정이다. 이 과정은 단순히 일본 전차에 대한 감상이 아니라, 우리 녹차에서도 원초적인 차향의 본질을 찾고자 하는 여정이기도 하다.
보이차와 와인의 조화 명가원이 주관하는 정기 차회 차연정담의 세 번째 모임에서는 노백차로 오프닝을 열었다. 이 차는 최근 유행하는 운남성 차가 아닌, 중국 복건성 정화지역에서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져 단맛이 두드러진 것이 특징이다.
이후 1999년산 가이흥전차가 소개되었는데, 이 차는 개인 공장에서 제작되었으며, 포장과 이름을 김경우 대표가 직접 선정해 수입한 것으로, 차의 스토리를 들으며 시음이 진행되었다.
1994년산 보르도 그라브, 사또 다리꼬
잠시 휴식 시간 동안 다식과 함께 와인도 즐겼는데, 한 참석자가 가져온 1994년산 보르도 그라브, 사또 다리꼬 (일반 와인의 두병 분량)이 제공되었다.
이 와인은 수준 높은 와인으로 평가받으며 참석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고, 설명과 함께 한 잔씩 즐기는 의미 깊은 시간이었다.
오늘의 본 차로는 2001년산 간체운 7542와 1994년산 청병 8582, 모두 맹해차창에서 생산된 보이차였다. 두 차를 비교하며 포장지, 병면 특징, 엽저 등을 분석하고, 참석자들과 함께 차의 깊은 맛을 음미하며 교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보이차의 정품을 제대로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뜻깊은 시음 시간이 되었습니다.
“1994년 업자 청병 8582는 맹해차창에서 만든 정품차로, 1994년 중국토산축산진출공사 운남성차엽분공사(약식으로 성공사)의 회사 명칭이 운남성차업분공사로 변경되었다. 이러한 특징을 따서 유통과정에서 ”94년 업자 청병7542“로 명명된 보이차다.
차연정담은 보이차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장으로, 참석자의 50%는 오랜 경륜을 가진 분들이 참석하였다. 초대 손님으로 참석한 나는 방송국에서 촬영 감독으로 활동한 분이 2003년 발간한 찻잔이야기, 2004년 사기장이야기 책을 내밀며 사인을 요청받았다. 이를 계기로 20년 전 사기장을 찾아다녔던 열정적인 시간들을 회상하며 뜻깊은 감회를 느낄 수 있었다.
차회를 시작할 때, 처음 개봉하는 차라서 차 맛이 제대로 나올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근데 막상 차를 내고 차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마지막에 나온 2005년 오금호 차를 한 분이 본인이 집에서 마시는 차맛과 다르다고 해서 진위여부에 논란이 있었다.
차회를 주관한 덕산 선생은 보이차를 중심으로 1년간의 차회 일정을 밝히고 시작한 첫 차회에서 정품이 아닌 차를 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상황에 오금호 차가 정품이 아니라고 차회에서 마시지 않고 주변에 같이 앉은 분들에게도 공개한 일은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덕산 선생은 이번 찻 차회를 위해 정확한 경로를 통해서 오금호를 구매하여, 개봉하였기에 맛이 다를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은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 일 수 있다.
차회를 마치고, 덕산 선생과 함께 소장하고 있던 (20g 밖에 없어서 새로 구입) 오금호를 시음하였다.
차회에서 마신 차는 송연향이 약하고 차성이 강했다면, 기존 마시던 오금호는 완전히 다른 맛이라고할 만큼 송연향이 부드럽고 맑은 맛이다. 이런 사실은 덕산은 잘 알고 있기에 서두에 이부분은 밝힌바 있다.
티하우스 하다에서 열린 이번 차회 "와유(臥遊), 가을 아래 노닐다"는 도심 속에서도 자연을 느끼며 힐링할 수 있었던 특별한 시간이었다. 이 차회는 도예가 토산요 안기모의 작품을 전시하며, 작가의 작품을 사용한 독특한 시도와 함께 진행되었다.
디렉트 임보은
전시는 단순한 감상이 아닌, 차와 음식, 그리고 도구가 어우러져 문화적인 경험으로 승화된 점이 인상적이다.
아락 보이차와 버섯 요리
임보은 디렉터는 제철 재료를 활용하여 각 차와 음식의 조화를 완벽하게 이끌어냈으며, 특히 황진이의 시 구절 "봉별세판서세양"을 인용하여 메뉴가 바뀔 때마다 이를 적용하는 독창적인 진행 방식을 선보였다.
이는 국내에서 임보은 디렉터만의 특별한 연출 방식이다.
전홍과 고구마 전복
차회는 중국 홍차 전홍과 고구마 전복 요리로 시작해 참가자들의 입맛을 돋운 후, 차와 음식이 기대감을 높여가는 과정이 이어졌다. 마지막에는 손님들이 직접 차를 내리는 시간을 가지며 더욱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사과 정과와 다기
특히 토산요 안기모의 도구를 직접 사용하며 가을 분위기에 어울리는 블렌딩 차와 사과 정과로 마무리된 이번 차회는 참가자들에게 풍성한 경험과 만족감을 주었으며, 두 시간 동안 차와 자연, 문화가 어우러진 풍요로운 시간을 선사했다.
* 메뉴와 차 소개
전홍과 고구마전복
아락과 버섯요리
탄배오룡과 두텁떡
가을 블랜딩 차와 사과정과
전홍과 고구마 전복
일반적인 홍차와 달리 달콤함과 맛이 특징인 전홍은 가을의 낙엽을 느낄 수 있는 차 중 하나입니다. 녹색 채소잎, 고구마, 전복을 넣고 된장으로 살짝 마무리한 수프와 함께 하면 달콤하면서도 담박한 그 맛을 그대로 받아드리기 쉬워집니다. 이 시에서 느껴지는 황진이에 대한 소세양의 담박한을 표현하였습니다.
아락 보이차와 버섯요리
깔끔한 듯하지만 뒷끝에서 느껴지는 쓴맛은 시에서 느껴지는 황진이의 마음과 닯은 구석이 있습니다. 아락은 여러포 우리면 쓴맛이 가고 단맛이 두드러지게 올라옵니다. 이 또한 두 사람의 30일 정(情)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시와 닮은 아락은 몸을 따뜻하게 하여 추워지기 전에 마시면 정말 좋은 차입니다. 차의 향미와 양의 성질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 각종 버섯과 소보로를 저온 압착한 참기름에 버무려 견과류의 향을 더 했습니다.
탄배 오룡과 두텁떡
달콤함이 짙은 탄배 오룡은 여러 번 우려도 변함이 없는 것이 황진이의 사랑을 대변하는 듯한 차입니다.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 속에는 황진이의 진짜 사랑은 소세양이라는 말이 있듯 쉽게 변치 않는 마음을 차로 표현해 보았습니다. 두텁떡에는 커피, 잣, 유자, 대추, 계피, 팥 등을 섞어 속을 만들고, 밤가루, 콩가루, 실론시나몬을 섞어 고물을 올렸습니다. 탄배 오룡과 두텁떡을 함께 먹었을 때, 고소한 맛, 과일향 등 화려하고 다양한 단풍 같은 가을의 깊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가을 숲과 과일
황진이가 시를 쓰고 그 답변으로 소세양이 30일 더 황진이의 옆에 머무름으로써 두 사람의 사랑을 엿볼 수 있습니다. 오랜지, 레몬그라스, 로즈, 루이보스, 비올렛 등으로 블랜딩된 이 차와 제철과일 정과 페어링을 통해, 가을의 정취를 바라보며 가을을 노니는 두 사람의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