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균 다완에 일본에서 생산한 농차용 말차
매다옹 안재한 선생님 댁에서 오랜만에 차를 함께 하게 되었다. 과거 대구에서 매다옹을 운영했던 대표이지만 지금은 소일거리로 작은 일을 하시지도 않고 차와 음악을 벗 삼아 쉬고 있다 하신다. 오랜만에 찾아간 집에서의 찻자리는, 과거 매다옹을 운영할 때의 그 느낌과 특별히 달라지지 않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멋스럽게 사시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얘기가 시작되고 대만의 리산 오룡차를 내셨다. 올해 구입하셨다는데 발효가 잘된, 오룡차로서의 깊은 맛과 향이 고급스럽다. 그 맛에서 차의 멋을 느낄 만큼의 좋은 차다.
차를 친구 삼아 차와 같이 논다 하시는데 나도 어느새 그 분위기에 취해 있었다. 내가까이에 이런 지인이 있다는 것이 참 좋다는 생각을 잠시 하면서 차를 마시는데 등 뒤에서 침향의 향기가 흘러왔다. 무슨 향이냐고 물었더니 일본에서 사용하는 전기 향로에 개골 침향을 넣고 태웠다고 하시며 가까이 가서 침향 향기를 한 번 맡아 보라고 하셨다. 전에는 알지 못했던 전기로의 열감과 코에 가까이 가져갈수록 온기가 나오는 정도를 침향의 향기와 구분되어 들어왔다.
발효잘된 오룡차와 자사호
최근 향도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어느새 몸으로 읽고 느낌으로 전달되고 있음을 순간적으로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아주 향기로웠다. 그 향기의 정도를 이제 시간이 지나서도 기억할 수 있다는 것에 잠깐이나마 스스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두 번째 차로는 보이차로서 문혁전차를 마셨다. 포장지에는 차 기름이 잘 묻어나 반질거리고, 맛 또한 그 시대의 전차 맛의 특징이 잘 배어나왔다. 매다옹을 운영하시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 주셨는데, 조용히 혼자 차 생활을 하시는 지금의 상황에서도 여전히 멋있게 지내고 계셨다. ‘요즘 중국 향도가 유행하고, 박 선생이 보내준 <중국 향도> 책도 잘 보았다’고 하시며, 과거 일본의 향도 관련 책과 자료를 꺼내어 보여 주시고, 소장하고 있는 침향 몇 가지도 보여 주셨다.
문혁전차
몇 차례의 잔이 오가다가 일본에 주문했던 말차가 들어왔다고 하시며, 김정옥 작가와 신경균 작가의 다완에 말차 맛이 입안 가득하게 진한 농차를 내주셨다. 찻솔의 움직임이 참 편하게, 그리고 부드러우면서도 아름답다. 이렇게 70대 중반의 어른과 차를 마시면서 차와 향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분 좋은 시간인지, ‘사실 경주 황룡골 강 선생님 댁에 침향을 가지고 가서 같이 즐기고자 했었는데, 마침 강 선생이 중국에 가게 되어서 할 수 없이 우리끼리 즐기게 되었다’시며 강 선생과는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돌아오는 길에 필자가 70대가 되었을 때 같이 차와 향을 논할 수 있는 젊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스치며 하루를 정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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