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진년차, 노차 등으로 부르며 진년이라는 명칭을 오래된 차에 통칭으로 말하곤 한다. 대만에서는 진년 오룡, 진년 철관음 등의 말을 사용하지만 특히 보이차에 그런 말을 많이 사용하며, 진년이란 말은 오래된 ‘보이차’에만 사용하는 줄로만 알고 사람도 있다.
그러나 진년이라는 것은 그렇게 보이차에 국한된 사용을 하는 명칭이 아니다. 다른 차들도 진년이라는 이름을 붙이며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진년의 세상”이 따로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진년귤피차
차를 많이 마시는 사람들에게 기운이 가라앉은 몸에 이로운 것은 구기자와 오래된 귤껍질이 우리 몸을 이롭게 한다는 한방의학적인 오래된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비단 우리나라의 동의보감을 들지 않더라도 한방에서는 아주 상식적인 이야기이다.
오히려 그러한 귤껍질을 말려 차로 대용하는 것에 대하여 우려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저 방금 말린 귤피로 차를 마시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과거 절강성 항주와 강소성 의흥에서 귤껍질과 구기자를 넣어 보차라고 마시는 것은 많이 보았지만 최근에는 진년 귤껍질이라고 하여 큰 다호에 구기자와 함께 넣어마시는 것을 확인하고 차에 대한 접근이 나 스스로 가두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진년(陳年)이라는 의미는 와인의 빈티지 개념과 다르다. 오히려 10년 20년 숙성시킨 보이차의 의미와 가깝다. 그 중에서도 특히 남방지방에서의 과일껍질의 경우 우수한 약효를 나타내는 생리학적인 효능을 자랑하는 것들이 많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민간처방 혹은 대용차의 개념이 아니냐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대용차만큼 그들도 대용차의 입장에서의 차류가 무수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 중에서도 일반 차들과 함께 하면서 그 보완의 효과를 알고 있고 또 그것을 차꾼들의 입장에서 특별한 차 혹은 블랜딩의 방식을 채택하여 섞어 음미한다는 것은 우리가 이해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할 것이다.
진년이라는 의미로 다시 살펴보면 보이차가 후발효를 한다고 해서 오래되고 숙성된 의미라는 진년을 사용하는 것은 바로 보이차가 그러한 진년의 의미에 적합하다는 것이지 진년의 단어 사용이 보이에 국한된다는 것은 아니다. 이에 필자가 경험한 구기자 열매와 진년 귤피를 블랜딩한 보이차를 음미하면서 느낀 것이 바로 차문화의 변용과 역사적인 발전이라는 점에서 과연 우리는 얼마만큼의 음용문화를 가지고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이는 곧 의문이자 우리의 차문화 행보가 어디까지 왔는가를 가늠할 수 있는 좋은 비교경험의 장면이었다.
앞으로 우리는 한국 녹차의 후발효방식이 진년이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을까? 녹차는 어떠할 것이며 대용차의 입장에서도 진년의 의미를 가지며 차문화로서 음용의 방법으로서 그만한 연구가 언제쯤 진행이 되고 또 실제 우리가 우리 한국의 차로서 진년의 이름이 붙은 차를 마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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