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 세계에서 검증된 노차를 중심으로 차회를 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노차를 중심으로’라고 하는 말 자체가 여러 어려움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차회를 기획할 때 ‘실제 50년대 차의 품질을 어떻게 보증하는가’ 하는 문제는 가장 먼저 검증하고 또 확인해야 하는 일이다.
이번 홍인품감차회는 일점홍인과 대홍인이 중심이 된 차회로, 입맛을 깨우는 수준에서 80년대 8582를 마시면서 시작되었다.
이번 차회를 주관한 이루향서원 정진단 원장은 이미 한국에서 2018년 복원창 차회, 동경 차회 등 ‘골동보이차회’를 명가원 김경우 대표와 공동 개최한 바 있다. 이런 특별한 차회는 차회 문화라는 범주에서 보이차회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다.
필자는 차회 기록시, 반드시 한자리에서 인급 이상의 차를 두 가지 이상 마시는 자리에서만 ‘골동보이차회’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스스로 기준을 정한 바 있다. 오래된 차라고 해서 무조건 ‘골동보이차’라는 말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보이차의 마니아층에서 나눌 수 있는 대화지만, 차를 마시는 기회 중에 이런 호사를 누리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일점홍인과 대홍인을 차례로 마시면서 비교되는 점이 있었다면, 일점홍인을 마실 때 찻잔에 찌꺼기가 좀 보인 것은 차를 긴압 할 당시, 긴압하기 전에 쌓인 찌꺼기가 들어간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었다. 맛은 고미가 풍성하면서도 강한 맛이 이 차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다음으로 마신 대홍인은 강한 쓴맛으로 일점홍인과 차별된 맛을 느낄 수 있고, 세 번째 차탕 이후부터 단침이 올라오는 강한 회감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단침이 어찌나 강한지 시간이 지날수록 입이 벌어지지 않게 될 만큼, 그 차의 매력은 아주 대단하였다.
차회 중간 다식을 먹는 시간에 사굉 경매 회사의 주 대표는 전기훈향기를 가져와서 녹기남을 올려 훈향하는 즐거움을 나누었다. 향은 필자가 매우 관심이 많은 분야라, 훈향기를 코 가까이 바짝 가져와 흠향의 기회를 맘껏 누렸다. 두 번째, 세 번째 그 향을 즐기는 찰나의 아쉬움을 영원히 붙잡는다는 느낌으로 향을 즐긴 시간이었다.
사굉 경매 회사 周子 대표의 배려로, 오늘 경매에서 낙찰 받은 50년대 산차를 마시게 되었다. 그 순간 필자는 살짝 망설여졌다. 대홍인의 맛을 좀 더 간직하면서 충분히 오랫동안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필자 옆에 앉은 한수동 선생은 입안의 단맛이 무척 좋아서 다른 차를 마실 수 없다고 하며 50년대 산차를 마시지 않았다.
만약 일반적인 찻자리였다면, 어느 누구도 이어서 다른 차를 낼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50년대의 차를 경험할 좋은 기회이기에, 필자는 기록의 의무를 상기하며 하나하나 세세하게 음미하기로 했다. 50년대 산차를 마셔 보니, 흔히 70년대 보이산차라고 하는 차에 감히 비교할 대상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보이차의 경매회사 내에서 차를 마시고 즐기는 차회가 만들어지고 있다면 점에서도 반갑고, 주 대표의 통 큰 배려로 감상하는 차와 시음하는 차로 호사를 누린 기쁜 날이었다.
이번 차회에서 사용한 도구 가운데, 경매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큼의 수준 있는 일본 순금 히고 상감 무쇠탕관이 있었는데, 차를 내는 정진단 원장은 이 탕관을 사용하는 손맛이 매우 좋다며 흡족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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