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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건 교수 찻자리에서 본 뒤 벽면
지난주에는 부산 해운대에서 살고 있었던 김봉건 교수에게 연락을 했는데 부산시에서 외곽 도시로 이사를 했다고 한다. 노포동 터미널에서는 20분 거리인데 아주 조용하고 청정한 지역이다. 이곳에서 아래 행랑채에는 옛날 고옥으로 그대로 있다. 집은 기와집인데 거실 가운데에는 바이올린을 연주할 수 있는 상태로 놓여있다. 진공관 앰프와 함께 어우러진 이 공간. 차인이면서 악기를 다루고 음악을 가까이 하는 생활. 집주인의 취향을 엿볼 수 있으면서도 음악성과 차의 조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재미난 공간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옛날 주택이라서 가운데 거실을 중심으로 정면과 양쪽에 방이 있다. 차탁은 서재와 같은 공간에 책 향기가 가득한 곳에 놓였다. 보이생차 두 가지를 마시고 육보차를 마셨다. 그리고 보이죽통차를 마시는데 세월이 좀 묵은 차로 보였다. 혹시 육보차인가 싶어서 자세히 음미해 보았는데 보이차였다. 이전에도 죽통차를 자주 마셔보았지만 실제로 고유의 맛을 내는 차는 드물었다. 그래서 그간 죽통차를 마시지 않았는데 오늘 이 차는 세월의 맛이 함께 우러난 차를 음미할 수 있었다.
서재에 꽂혀있는 책들을 보면 동서양의 고전이 즐비하다.(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철학박사의 차실에서 책의 향기와 더불어 마신 차.
을미년 새해에 맞이한 첫 찻자리에서 김봉건 교수의 차실이 개방되었음을 확인했다.
이제 한적한 시외 고택에서 마음을 움직이는 고운 음률과 같이
깊은 차향이 세상에 퍼져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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