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오전 석교헌에서 홍선생 님을 만났다. 명절이라는 날에 차가 아니면 이런 날 이렇게 만날 수 있을까 싶다. 흰죽에 우메요시를 곁들여 담소하며 조금 있다가 마실 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 먹는 흰죽은 단순히 한끼를 먹는다는 것과는 다른 의미가 있었다. 필자가 이때까지 먹어본 조합 중에 우메요시와 죽의 궁합이 이렇게 좋은지 몰랐다. 차를 마시기 전에 흰죽과 우메요시의 깊은 맛을 알게 되어 의아함도 있었지만 궁합을 알게 되어 무엇보다 기분이 좋았다.
2층 차탁에서 처음 내는 차는 2016년 봉황단총이다. 단총에서 나타나는 고삽미 중에서도 이렇게 고급스러울 수 있는가 하며 첫 차의 감흥이 더욱 두 번째 차를 기대하게 한다.
두 번째 마신 차는 2014년 진덕화 선생이 무이명총이라고 만든 세트 중에서 백계관 하나를 꺼내어 마시게 되었다. 무이암차 중에서 최고 높은 수준의 품종으로 세트화 된 차에서 한 품종을 꺼내어 마셔보는 자리는 제품을 알고 난 후에 처음이었다.
가격도 가격이려니와 세트를 만나 지켜보는 일도 흔하지 않기에 추석 명절에 만나 좀 더 특별한 차를 마시게 된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그리고 보이차를 마셨다. 맛의 깊이와 다르게 완전히 익은 맛이 아니라 패기가 있는 차에서 적절히 익은 맛이다. 지난번에 마셨던 차와는 조금 다른 것 같아서 물었다. 같은 차라고 한다.
이런 감흥은 보이차류에서 느끼는 시시때때로 다른 감성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 보이차를 잘 알거나 속칭 도통했다는 사람도 대부분 당신이 가지고 있는 차에 한에서 그 범주를 조금 벗어나면, 즉 어떤 방식으로 마시는가에 따라서 미묘한 맛의 차이가 크게 또는 작게 느끼게 된다. 그것을 즐길 수 있다면 바로 그것이 차에 대한 전문가, 차꾼으로서의 프로라고 할 수 있다.
추석에 좋은 자리, 그리고 대하기 힘든 차를 만나 이런 호사를 누리는 것도 행복하고 감사할 일이다.
'다미향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미향담(326) 절강성 호주에서 보이차7542 차회 (0) | 2019.10.06 |
---|---|
다미향담(325) 허목 선생의 진차 (0) | 2019.09.23 |
다미향담(323) 석교헌에서 보이차와 군산은침 (0) | 2019.09.11 |
다미향담(321) 이차위사(以茶爲師) (0) | 2019.08.26 |
다미향담(320) 미미당(微湄堂) (0) | 2019.0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