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에 두 번 맞는 시계가 있습니다. 늘 틀리지만 하루에 두 번은 정확히 맞습니다. 아쉽지만 이 시계를 계속 두고 볼까요? 아니면 버리고 새로운 시계를 준비해야 할까요? 저는 최근에 이중표 교수 중각 스님이 편찬한 '불경'이란 책을 보며 인생의 많은 의문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일대기를 간단히 정리했고 '니까야'와 '아함경'에 수록된 초기 불교의 중요한 가르침 대부분을 담아놓았습니다. 부처님이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성취한 후 사십여 년을 유행하며 설법하신 내용은 세상의 어떤 보석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찬란합니다.

부처님의 마지막 여정을 담은 '대반열반경'에서는 당신 스스로 낡은 가죽끈에 의지한 수레 같다고 표현하면서도 한 사람이라도 더 해탈의 길을 걷게 하고자 최선을 다합니다. 특히 '쭌다'의 마지막 공양을 드시고는 상한 음식 임을 아시고 남은 음식은 땅에 묻게 하십니다. 그리고 공양을 베푼 '쭌다'에게 닥칠 시련을 우려하여 처음 받은 공양인 '수자타'의 우유죽 공양과 같은 공덕이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담담히 열반에 들어가시는 모습은 참으로 눈물겹습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저 하늘에 해와 달도 영원하지는 않습니다. 우주법계도 팽창과 수축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러할진대 하물며 지구촌의 조그마한 나라에 태어나 백 년도 못 사는 인간이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습니다. 죄송한 마음이지만 제가 느끼는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참으로 가소롭기 짝이 없는 사람들과 시시콜콜 한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저는 가끔 말문이 막히고 하품이 납니다.
어차피 주어진 생명만큼 나도 더불어 살아야 하기에 티 내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때론 나도 모르게 멀미처럼 올라오는 역겨움을 견디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결국은 나도 그렇게 죽어서 우주의 한 점 먼지가 되어 사라질 것 같습니다. 세상의 구조를 이렇게만 생각하는 사람을 흔히 염세주의자 또는 비관주의자라고 부릅니다. 혹은 우울증 환자로 보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삶의 실상이 진정 이러한 것임을 알지 못하고, 알더라도 외면한 체 살아가는 것은 너무도 소중한 생을 낭비하는 것입니다.

제목만 보고 읽지 못한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살아남은 자의 슬픔' 이 아직도 책장 모서리에 꽂혀 있습니다. 지푸라기 같은 목숨을 부여안고 온갖 불의와 타협하며 아직도 살아있는 내 생명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욕망을 숨긴 채 기회만 노리는 짐승처럼 살아가는 사람들, 손톱만 한 이익을 두고 지지고 볶으며 살아가는 사람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물쭈물 살아가는 사람들 그 속에 내가 있습니다. 열심히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을 폄훼하는 것 아니냐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루에 두 번 맞는 시계도 시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침 분침 초침까지 멈춘 시계는 지금을 알려줄 수 없습니다. 박제된 짐승처럼 장식용으로나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루에 두 번 맞는 것조차도 스스로 맞춘 것이 아니라 문명이 정한 시간이 초침 분침 시침을 통과할 따름입니다.

최근에 라오스 퐁사리를 여행하면서 침대버스를 타고 8시간을 이동한 적이 있습니다. 맨 뒷좌석이고 이층이라 버스가 흔들릴 때마다 중심 잡기가 힘들었습니다. 잠이 오지는 않았지만 천장이 낮아서 누울 수밖에 없었는데, 버스가 산 굽이를 돌 때마다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는 몸을 의식했습니다. 순간 불현듯 나의 죽은 몸이 생각났습니다.
몸이 죽고 장의차에 실려서 화장터로 갈 때 흔들리는 몸은 누가 의식할까요? "티벳 사자의 서" 라는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와 죽은 몸을 지켜볼까요? 빠져나온 영혼은 곧바로 밝은 빛을 향해서 나아갈 수 있을까요? 아니면 49일 동안 중음신으로 헤매다가 다시 태어나 윤회를 반복할까요? 우리는 하루에 두 번이라도 생의 의미를 생각할까요? 때론 고장난 시계보다 못한 내 삶의 현주소를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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