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차도구 판매점으로 가장 규모 있는 곳이라면 대구의 청백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며칠 전 대구에 갔다가 우연히 요리하는 분들과 함께 방문하게 되었다. 일행이 식기류를 고르고 있을 때, 나는 다기 부분을 보고 있었다. 청백원의 부분적인 리모델링은 보았지만 전체 리모델링 후로는 처음이다. 우선 새롭게 변화된 모습이 밝게 느껴진다. 진열 방식에서도 변화가 있으며 화이트톤으로 마무리된 벽면도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것 같다.
청백원이 새롭게 보였다. 작가의 작품 유형도 많이 변화된 모습인데, 내가 모르는 작가도 있었다. 그동안 다기 작가들이 많이 생겨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좋은 모습으로 시장에 등장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다관과 다반의 역할을 충분히 이해하고 시장에 나온 것도 눈여겨 볼 내용이다.
그런데 경남 지역의 낯익은 사기장의 이름 옆에 보이는 작품은 어쩜 저렇게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보일까. 그냥 장작가마로 만들었다고 하는 것 말고는 아무런 느낌이 없다. 신진작가의 대두가 크게 보여서 그런지 50대 기성 작가의 분발이 요구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하루였다. 이제 차도구 시장에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것이 눈앞에 닥친 것 같으며 그들은 중국의 차도구가 수입되는 것과는 별개로 당당하게 우리나라의 정서로 물리칠 준비가 되어 보인다.
그동안 암울하게만 보인 한국 차도구 시장에 신선한 바람이 불어온 것 같아 마음이 놓일 것 같다. 이런 마음이 들 수 있는 것은 새롭게 보이는 작가와 작품들이 꼭 장작가마로 만든 것이 아니라도, 현대적 설비가마에서 나온 것이며 가격 대비 경쟁력이 갖추어졌다고 보기에 기대가 크다. 변화되고 시대가 요구하는 방식의 세대교체는 바람직하다고 본다. 현대적 설비 가마의 장점을 잘 살리고 그 특징이 드러나는 것을 보면서, 장작가마로 만들었다고 소리 내어 보이는 한쪽의 다기가 측은하게 보이는 것이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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