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부터 매년 활죽양자 야생차왕수를 채엽하는 것으로 봄차를 시작합니다. 올해가 계약한 마지막 해인지라 여러가지 복잡한 상황이 있지만 좀 더 논의를 해봐야겠고 우선은 차향에 빠집니다. 1호수는 아직 이르고 키가 가장 큰 2호수부터 채엽했습니다. 올해는 일기도 순탄하고 작황이 좋아서 작년보다 생엽 기준 7kg 정도 생산량이 늘었습니다.
엄마는 채엽하고 아이들은 차나무 그늘에서 가끔 엄마를 부르며 놀고 있습니다. 귤을 두개 주니까 처음에는 잠깐 망설이더니 껍질을 벗겨 머리 위로 신나게 던집니다...^^ 차밭에 있는 이끼 낀 바위랑 동무하며 자연 속에서 뒹굴고 있는 아이의 맑은 미소가 천진불같습니다.
하개 만매 차왕수를 채엽했습니다. 아낌없이 주는 차나무 정대표가 계약한 것인데 매년 오운산에서 생산해 주고 있습니다. 과도형 차나무라서 찻잎이 비교적 빨리 핍니다. 허카이 고수차는 이 나무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채엽에 들어갑니다. 아래쪽에 한 가지를 쭉 뻗어서 아이들도 강아지도 걸터 앉아서 놀수 있도록 배려하는 나무입니다. 그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차나무입니다.
올해는 생엽 기준 작년보다 2kg이 증산된 12.5kg이 채엽 되었습니다. 채엽이 시작되면 매년 생산량 맞추기 내기를 하는데 올해는 오운산 곤명점 친종이 정확히 맞추었네요. 맞춘 사람이 저녁을 사기로 했지만 매년 제가 사는 것은 당연합니다. 생산도 많이 되고 차 향도 예년보다 좋아서 가게 근처의 '훠궈' 식당에서 기분 좋게 한턱 쐈습니다.
3월 28일 묵강의 봉황산으로 갑니다. 작년에 곤명에서 서쌍판납 경홍까지 고속전철이 개통되었습니다. 자동차로 이동하면 8시간 정도 소요되었는데 3시간 반이면 도착합니다. 산골로만 다니다가 문명의 이기를 접촉하니 신기하고, 간단한 먹거리도 판매하고 있어서 편리합니다. 묵강까지 가는 1시간 40분 동안 오랜만에 맛보는 여유로운 시간입니다.
묵강의 봉황산 차창에 왔습니다. 조회장이 내일 곤명에 일이 있어서 자신이 초제소에 있을 때 오면 새로 개발한 차밭을 직접 안네 해주고 싶답니다. 원래는 오늘 이무 쪽으로 가려고 계획했는데 일정을 변경하였습니다. 봉황산 쪽 상황을 둘러보고 내일 홍허로 이동할 것입니다. 모래쯤 홍하에서 강성을 거쳐서 들어가는 옛길을 따라 이동해서 이무 쪽 상황을 살펴볼 계획입니다. 현재 외국인은 이무 쪽으로 들어갈 수 없다지만 산이 있으면 길이 있고 강이 있으면 나룻배가 있겠지요 ᆢ^^
초제소 대문에 들어서자 마당 한가득 늘려 있는 막 살청을 끝낸 모차 향기가 가득합니다. 반갑게 맞이해주는 '봉황산차업유한공사' 조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초제소 이곳저곳을 참관합니다. 차밭은 유기농 인증을 받았는데 초제소는 아직 최종 인증 단계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답니다. 생엽이 들어오면 노엽과 황편을 골라내고 무게를 측정하는 진입 과정, 스테인리스 통으로 제작한 위조 공간, 최신식 살청 기계를 설치하고 전수공과는 따로 분리한 공간 그리고 1층은 제작 2층과 3층은 쇄청 공간으로 지정하여 깨끗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쇄청 시설이 되어 있는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칸막이를 설치하여 쥐, 고양이 등의 동물들이 침범할 수 없도록 막아두었습니다. 차밭으로 가는 길에 이곳이 북회귀선이 통과하는 지점이란 표식이 있어서 폼 잡고 한번 걸어 봤습니다.
작년 연말에 새로 봉황산에서 계약한 차밭을 탐방합니다. 해발 1950m 왜화 된 차나무들도 보이지만 비탈에 위치하여 물 빠짐이 좋고 유기질이 풍부한 토양입니다. 차나무가 위치한 지형도 좋은 차가 생산되는 중요한 조건 중의 하나입니다.
봉황산 조회장은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태어났습니다. 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하기까지 차를 좋아하여 고향 주변의 여러 차밭을 사들였다고 합니다. 지금은 봉황산 전체 차밭의 절반 이상인 2200무 한국 평수로 44만 여평의 차밭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점심을 먹고 고수차밭 위주로 시음하면서 각 지역의 특징들에 대해서 논의하였습니다. '봉황산차업유한공사'의 차엽 분류 기준은
생태차: 30년 이상
노수차: 50~80년
고수차: 100년 이상
단주차: 그 지역 차밭에서 가장 굵은 몇 그루 정도로 구분합니다.
지역과 차나무 수령으로 구분하여 모차 생산이 완료되면 생산된 원료를 다시 같은 등급끼리 모두 함께 섞습니다. 당해 연도의 작황과 시장 상황을 참고하여 가격을 결정한 다음 일부는 모차로 판매하고, 일부는 봉황산 상표로 압병하여 출시하고, 일부는 소장용으로 돌린답니다. 병배하기 전에 내가 각 지역에서 생산된 고수차를 먼저 시음하고 한국 차인들이 좋아하는 차밭의 원료를 선택해도 되겠냐고 했더니 흔쾌히 허락해 줍니다.(같은 가격이지만 좋은 원료를 먼저 선택해서 가져가면 전체적인 품질에 영향이 있을 수 있으므로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닙니다.)
대신에 매년 봉황산 각 지역에서 생산된 고수차 샘플을 제공할 테니 등급을 매겨달라고 부탁합니다. 60여 가지 고수차 샘플에 순위 등급을 매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내가 매긴 등급이 절대적인 정답이 될 수도 없습니다. 비슷한 수령의 나무지만 품종과 산지의 환경에 따라 차맛은 천차만별입니다.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고 순위를 매기기보다는 인연 닿는 데로 봉황산 지역의 차들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차밭의 차를 알려줄 수는 있겠다고 대답하고 두손을 맞잡았습니다.
오운산은 봉황산이 가진 자산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작은 회사입니다. 우연찮은 인연에 감사하며 무엇보다 오운산의 경영이념에 적극 공감하며 '봉산산차업유한공사'의 한국 보이차 시장 진입을 위해 이유 불문 가격 불문 백지수표를 건네주겠다는 그의 신뢰가 고맙고 존경스럽습니다. 작년에 겨우 50킬로 고수차만 수매해 준 이국의 차 친구를 극진하게 대접해 주는 조회장의 뜻을 다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따뜻한 마음만은 오롯이 품고 갑니다.
봉황산에서 다섯 시간을 달려 홍허 차농의 초제소에 도착하니 마침 저녁 식사 시간입니다. 식당으로 따로 모시겠다는 걸 단박에 거절하고 차농들과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저는 평소에 음식을 가리지 않습니다.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도 없고 싫어하는 음식도 없습니다. 그저 주어지는 데로 먹는 편인데 수십 가지 음식이 식탁에 올라와 있으면 오히려 거북합니다. 깨끗한 환경은 아니지만 그들의 삶이 묻어나는 현장에서 소통하며 나도 차상을 떠나 차농 임을 느끼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홍하 양제 지역의 차왕수를 채엽했습니다. 오운산에서 계약한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만 편의상 차왕수라고 부르지만 공식적으로 지정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지역에서 눈에 띄게 굵은 차나무를 차농들이 그렇게 부를 뿐입니다.
홍하 쪽은 운남의 다른 지역과 달리 올해 비가 많이 오지 않았답니다. 홍하 아포리산 야생차왕수는 7~8 번 정도 채엽하고 단주차는 보통 두번정도 채엽합니다. 야생차왕수는 3차까지 채엽되었습니다. 홍하 양제 지역에서 24 곳으로 나누어져 있는 114그루 단주차의 절반은 1차 채엽이 완료되었습니다. 2019년부터 10년간 오운산에서 계약한 이 지역의 단주차 생산량은 300kg 정도인데 오운산 몫은 절반입니다.
그동안 채엽 된 단주차들을 품평하고 우선 4 곳의 단주차를 낙점하였습니다. 그리고 수원 보호구역 안쪽에 위치한 삼림 차밭에서 굵은 차나무만 골라서 생산하고 있는 홍하고수차도 품평하였습니다. 올해 대체로 작황이 좋습니다. 생산량도 작년보다 늘었고 외지 차상들의 방문도 거의 없어서 저희로선 여러가지 생산 환경이 좋습니다. 다만 모두들 어려운 시기라서 권하자니 죄송스럽기도 합니다.
홍하에서 새벽부터 여러 단주차 채엽 현장을 둘러보고 이무로 출발하였습니다. 운남의 각처에도 코로나가 발생하고 있어서 시시각각 일정을 변경할 수밖에 없습니다. 원래는 차마고도의 옛길인 홍하에서 강성을 거쳐서 이무로 들어가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출발 직전에 확인해 보니 강성 근처에 코로나가 발생해서 통제되고 있다고 해서 다시 징홍으로 돌아가서 이무로 들어갈 계획이었습니다. 현재 외국인은 이무 출입이 통제되고 있어서 차농 친구들과 방법을 연구해 보니 유락산 쪽에서 상명으로 통하는 옛길이 있다고 합니다.
핵산 검사의 유효기간은 48 시간입니다. 만약에 검문에 걸리면 심각한 상황이 올 수도 있기에 최소한 내가 안전한 상태라는 증명은 꼭 필요할 것입니다. 그래서 30일 밤 10시 20분 전에는 무조건 이무로 들어가야 했고 그래서 이번 일정은 최대한 서두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홍허에서 8시간을 달려 이무 입구의 맹륜까지는 갔으나 결국 검문에 걸려서 멍하이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산이 있으면 길이 있고 강이 있으면 나룻배가 있으나 이무로 가는 길은 코로나가 막고 있더이다..^^봄차 생산 때문에 반드시 이무로 들어가야 한다고 사정했지만 중국인은 핵산검사 증명이 있으면 가능하지만 외국인은 절대 안 된다고 합니다. 해당 지역 책임자의 인장. 파출소장의 인장을 받아서 현지 차농이 검문소까지 데리러 오면 가능할 수도 있답니다. 몰래 들어가지 못하도록 자동차 옆에 세워두고 앞뒤로 사진을 찍은 뒤 돌아가라고 합니다. 아직도 봉쇄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코로나 대처를 제가 뭐라고 탓할 수는 없지요.
쓸쓸히 돌아서는데 책임자가 다가와서 이무 근처의 미얀마 라오스 등 주변 국가 상황이 워낙 심각해서 그러니 이해해 달라고 합니다. 멍하이 집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3시, 하루에 13 시간을 친종과 더불어 운전했습니다. 쓰러지듯 잠이 들고 다음날 27일 날 채엽한 하개 만매 차왕수를 한잔합니다. 부드러운 단맛이 그간의 피로를 녹여줍니다. 차를 하면서 가장 큰 보람은 늘 좋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과 좋은 차들도 수시로 마실 수 있는 것입니다. 언제나 아낌없이 나누길 좋아하는 정대표와 어려운 상황이지만 변함없이 지지해 주시는 모든 님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의 운남 현장에서 전하는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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