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2022년 2월 17일 저녁 8시 인천에서 중국 사천성 성도로 가는 아시아나 OZ323 편에 탑승했습니다. 중국 영사관에서 비자를 갱신하고 출국 일주일 전부터는 코로나 PCR 검사 3회를 비롯하여 3차 접종 증명서 등의 서류들을 작성하고 휴대폰에 건강진단 그리고 세관신고 인증 마크를 생성해야 했습니다.
방금 기내식으로 제공되는 생선튀김 요리를 먹고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비행시간은 4시간으로 예상되며 저는 잠시 눈을 붙이고 싶습니다. 도착 30분 전이라는 안내 방송에 눈을 뜹니다. 배우 안성기 씨의 목소리로 불우한 환경에 있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자는 유니세프 안네 방송이 흘러나옵니다. 설날에 95세 어머님이 주신 세뱃돈을 드리고 싶은데 받는 사람이 보이질 않습니다.
다음에 줄까! 내년 설 세뱃돈을 받을 때까지는 지갑에 복돈으로 간직할까! 잠시 망설이다가 승무원을 부릅니다. 넘쳐서 나누는 것보다 먼저 비우는 삶이 옳다는 생각을 합니다. 작은 것이지만 나누고 보니 기분이 참 좋습니다.
입국: 밤 12시쯤 사천성 성도에 도착하니 비행기 창밖으로 비가 내립니다. 방역 때문이라며 한 시간을 대기시키더니 비로소 입국 절차가 시작됩니다. 반복 또 반복, 중국에 살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불필요해 보이는 서류들과 절차들이 다소 짜증스럽게 느껴집니다. 모든 절차를 마치고 버스에 탑승하여 격리 호텔로 이동합니다. 한 시간 정도를 달려 격리 공간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5시, 방호복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분무기로 각종 소지품을 소독하고 사람까지 빙빙 돌아가며 소독약을 뿌려댑니다.
고압적인 자세 명령조의 어투로 이런저런 지시를 내리지만 아무도 거역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지정된 숙소에 들어오니 침대 위에 계산서가 올려져 있습니다. 5340위안 한국 돈으로 백만원정도인데 숙식을 포함한 14일치 격리 비용입니다. 작년에 심천에서 격리할 땐 조그마한 냉장고라도 있었는데, 이름만 호텔이지 한국의 삼류 여관 수준입니다. 프런트로 연락하여 김치 등의 식료품을 챙겨와서 냉장고가 필요하다고 했더니 이곳은 원래 모든 객실에 냉장고가 없다며 꼭 필요하면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사용하랍니다. 14일 격리하는데 냉장고를 들일 수는 없겠고, 날씨는 추운데 온풍기도 시원찮고 한마디로 착잡합니다.
짧은 생각: 최근 동계 올림픽의 판정 문제 때문에 반중 정서가 다시 치솟고 있습니다. 개막식 때 조선족의 한복 의상 때문에도 여러가지 논란이 있습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저로서는 앞으로 양국의 관계가 건설적으로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지난번 사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중국 여러 도시의 차 박람회에 참가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은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듭니다.
G2로 불릴 만큼 현제 중국 경제는 글로벌 세계의 중심 축이 되었지만 아직도 전 근대적인 사고방식에 머물고 있는 듯한 일부 중국인들의 의식구조는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전 세계인들의 축제라고 불리는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자국 선수의 매달 하나를 위해 백개천개의 우호적인 매달을 놓치는 바보 같은 행동을 더 이상 저질러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입장에서는 그럴수록 더욱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제 한국의 대중국 수출입 동향을 살펴보면 전 세계 교역량의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미국 일본과의 교역량을 합친 것보다 큰 규모로 한국 경제의 절대적인 동력입니다. 그렇다고 결코 비굴해질 필요는 없겠지만 국익을 위해 아니 개개인의 살림살이를 위해 감정적인 대응보다 현실적인 방안들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올림픽 개막식 때 조선족의 한복 의상을 두고도 말이 많은데 중국의 55개 소주 민족들이 각자의 민족의상을 차려입고 입장해서 여러 민족이 함께 만들어가는 중국을 연출하고자 한 것을 두고, 유독 한국만 조선족 한복 복장을 문제 삼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한국의 입장을 생각해서 조선족만 고유의 복장을 외면하고 다른 복장을 하고 참가해야 했을까요? 물론 중국이 동북공정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고유한 문화까지 자국의 것으로 편입시키려는 의도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은 원망하고 질타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일본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지만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해결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조선족이라는 표현도 재중동포라는 말로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해당 국가에서 주류를 구성하고 있는 민족 이외의 민족을 그렇게 부를 수는 있겠지만 우리 스스로 조선족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재일동포. 재미동포라고 하듯이 당연히 재중동포라고 부르는 것이 옳습니다. 주권이 침탈당하는 역사의 뒤안길에서 해외 각지로 이주한 재외 동포들의 아픔과 역사도 기억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보듬어야 할 것입니다.
맺는말: 저는 중국에서도 변방인 운남에서 차를 생산하는 사람입니다. 오로지 차만 생각하고 생산에 전념하고 싶지만 이런저런 환경과 상황이 때론 저를 번민하게 합니다. 입국 과정에서 다소 걸 꺼러웠던 마음들을 살펴보며 그래도 내가 자원해서 들어온 길임을 상기합니다. 코로나 상황이라 어쩔 수 없는 선택 임도 이해합니다. 언젠가부터 어려울수록 더욱 발동하는 내 맘속의 오기를 봅니다. 좋은 차 만들고 싶습니다.
적어도 중국인들이 만든 차보다는 더 정직하고 경쟁력 있는 차를 만들어서 전 세계에 한국인이 만든 차를 자랑하고 싶습니다. 주변의 강대국들에 비하여 영토나 자원 모든 면에서 부족하고 전쟁으로 분단된 조국에서 태어났지만, 외세의 갖은 간섭에도 오로지 사람의 힘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선배 어른들의 피땀을 생각합니다. 끝끝내 살아남은 한국인의 혼이 내 핏속에 흐르고 있음을 느낍니다.
-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의 운남 현장에서 전하는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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