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최근에 불교 공부를 하면서 대승불교의 실천 덕목인 육바라밀 행에 대하여 좀 더 깊게 들여다보게 되었다. 팔만대장경으로 대표되는 불교의 교리는 공부할수록 신비롭고 절묘하다. 좌선이나 명상을 통해 궁극의 경지에 도달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성직자 또는 수행자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러한 삶을 살아가지 않는다고 해서 깨달음의 경지를 모른다고 할 수는 없다. 초기불교 시대에도 벽지불 독각 연각 등 부처님과 인연은 없었지만 홀로 공부하여 깨친 경우가 있다. 정보의 홍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나 진리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

 

나의 깨달음은 착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내가 있어서 세상 속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호흡하며 살아가고 있는 존재를 나라고 부를 따름이다. 그러므로 나라는 존재는 세상의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고, 인연 따라 시시때때로 모든 것에 작용하고 있다. 열반 또한 고준담론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착각에서 벗어나는 순간이 곧 열반이다. 심오한 진리란 알고 보면 지극히 평범한 도리 일 수 있다. 다만 태어나 지금까지 훈습된 현실 속에서 매 순간 어떻게 바름을 실천하며 살아가야 할지가 늘 과제로 남아 있다.

 

초기불교의 가르침은 이 세계는 무상하며 '연기' 한다는 원리를 팔정도 수행을 통해 깨우치라고 한다. 괴로움의 발생 구조와 소멸 구조를 십이연기를 통해 바로 알고 '고집멸도' 사성제를 타파하여 고정 불변의 자아는 없음을 깨닫고 열반의 세계로 나아가라고 한다. "생은 소멸했다. 청정한 수행을 완성했으며, 해야 할 일을 끝마쳤다. 다시는 이와 같은 상태로 되지 않는다." 아라한과를 성취하여 윤회의 사슬을 벗어난 이의 독백은 단호하다. 그러나 다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우리네 현실과는 다소 괴리되어 있다. 깨달아서 이 세상을 떠나는 게 수행의 완성이란 말인가?

 

부처님은 깨달음을 증득한 이후에도 평생을 떠돌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전하고자 했다. 그러나 가르침의 핵심은 우선 고통스러운 세계를 떠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모든 사람이 깨달아서 열반에 이르고, 종국에 가서는 이 세계를 텅 비우는 것이 부처님의 목적이라 할 수는 없다. 그렇게 될 수도 없겠고, 부처님의 깨달음이 그렇게 단순한 것도 아니겠지만 초기불교의 가르침을 교리적으로 살펴보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

 

반면에 공의 원리와 진리를 강조한 반야부경전들과 화엄경 그리고 보살행을 강조한 법화경과 열반경 등 대승불교의 가르침은 분명 한 단계 진화했다. 특히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반야 실천을 강조한 육바라밀의 가르침은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덕목이다. 대승 경전이 초기불교의 가르침과는 달라서 대승비불설이란 논쟁이 있지만 개인적 열반을 추구한 초기불교의 한계를 넘어서는 가르침이 그 속에 담겨 있다.

 

대승의 핵심 사상은 깨달음을 성취한 이후에도 열반에 들지 않고 보살행을 실천함으로써 이 땅에 불국토를 구현하고자 한다. 이러한 사상의 중심에 비로자나불이 있다. 비로자나불은 광명으로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비추고 있는 삼라만상의 근본이요 실체다.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 등의 보신으로 언제 어디서나 나투시고, 화신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 직접 진리를 전한 분이 석가모니불이다.

 

불교를 공부하고 차를 생산하면서 언제부턴가 나는 비로자나의 원음인 "바이로차나"를 읊조리게 되었다. 바이로차나! 바이로차나! 차로서 부처님의 뜻을 펼쳐낼 수 있을까! 내가 만든 차에 부처님의 자비를 담아 온갖 고통에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전할 수 있을까! 부처님의 이름을 차용한 다소 엉뚱한 생각이지만 차가 지닌 본성이 부처님의 깨달음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래서 다선일여라는 말도 생기지 않았을까! 그래서 조주 스님은 진리를 구하는 이에게 "차나 한 잔"이라고 응답하지 않았을까!

2월 말쯤 다시 운남으로 가서 올해 봄차를 시작할 예정이다. 시원의 숲길을 걸으며 인연에 인연이 닿은 원시림 속 고차수를 만나고, 순수한 차농과 더불어 한잎 두잎 찻잎을 따서 가공하고 차 맛의 근원을 살필 것이다.

"悟雲山 운남의 차산을 깨닫다."

 

"仁做仁茶 참 사람이 만든 차, 참 사람이 마신다." 올해부터는 인(仁)이라는 글자 속에 있는 '참'한 의미를 끄집어 내고 싶다. 매사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다짐으로 세운 오운산의 경영이념에 부끄럽지 않은 차를 만들고 싶다. 나아가 내가 만든 차를 마시는 모든 분들의 가슴속에 무량한 빛으로 존재하는 바이로차나불의 온기가 스며들기를 기원해 본다.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가 전하는 소식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
반응형

저는 평소에 차를 만들고 차를 마시며 생활하는 날이 많지만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모르진 않습니다. 세상 속의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던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부조리한 세상과 멀어지려고 발버둥 칠수록 오히려 세상과 연결된 끈은 더욱 팽팽하게 나를 옥죄여옵니다. 저는 젊은 시절 오랜 세월 동안 삶의 변두리를 떠돌았습니다. 지금은 일년 중 절반 이상을 이역만리 타국에서 차를 만들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 소식 특히 고국의 일들은 각종 SNS를 통해 수시로 접하고 있습니다. 때론 내가 원치 않더라도 주변인들의 질문에 한국인으로서 답해야 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나는 언제 어디서나 당당한 한국인으로 살아왔고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대한민국의 유구한 역사를 소개했습니다. 수천 번의 침탈과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오늘날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고, 나아가 한류로 대표되는 문화 강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한민족의 일원으로서 자부심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치 이야기만 하면 저는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나 중국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인데,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라기보다 대부분 진보 혹은 보수로 대표되는 두 정당의 대변인처럼 말하고 있는 분들과의 대화에서 저의 논리는 종종 양비론 혹은 회피 주의자처럼 비치기 때문입니다.

 

지금 한국의 정치 상황을 저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마치 양립할 수 없는 양 극단이 목숨을 건 전쟁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기에 부화뇌동하는 무리들은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은 적으로 간주하고 설득은커녕 저주를 퍼부으며 마주하지도 않으려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차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방관자 아닌 방관자로 살아온 저였지만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정치권의 이합집산을 바라보며 이젠 정말 사업이 망하는 일이 있더라도 할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란 자가 자기 뜻대로 안된다고 비상계엄령을 발동하여 국회와 선관위를 포위하고 중요 인물 심지어 자기당 대표까지 체포하려 했다는 증거가 명백한데도 경고성이었다는 어쭙잖은 변명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삶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데, 오로지 선거의 유불리만 계산하는 양당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어쩔 수 없는 탄핵의 남발로 국정은 미로 속을 헤매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무안공항의 사고까지 터져서 온 국민이 가슴 아파하는데, 정치권은 사후약방문 얼굴 내세우기에 급급하고 여론의 눈치만 살피고 있습니다. 여론의 주인인 우리가 왜 한쪽 편에만 서서 그들이 하는 말을 앵무새처럼 되뇌어야 합니까? 나의 소중한 한표를 왜 도대체 왜 다만 지역에 기반하고, 다만 인기에 편승하고, 다만 인맥에 편승하여 행사해야 합니까? 깊은 사유를 동반하지 않은 한표는 쓰레기를 투표함에 던져 넣는 것과 같습니다. 쓰레기 표가 많은 사람이 당선되어 쓰레기 같은 정치가 펼쳐진다면 그것은 명백히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매일같이 각종 매체에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주권자를 바보로 취급하는 쓰레기 같은 망언들에 저는 지치고 또 지쳤습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지금이라도 대통령은 깨끗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당장 사퇴해야 됩니다. 그리고 아직도 대다수 국민의 감정은 도외시한 체 오로지 자신들의 안위에만 몰두하고 있는 당은 해체하는 게 맞습니다. 야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사건건 여당의 표적이 되어 정쟁의 중심에 있는 야당 대표는 과감하게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십시오.

 

조기 대선을 치르자고 하는 것이 국정의 안정을 위한 것이지 기회의 찬스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십시오. 그리고 그동안 제기된 각종 범죄 협의를 당당하게 심판받고 다음 대선에 도전하십시오.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의 올곧은 정치인이라면 지금은 하루빨리 국정을 안정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총체적 위기에 빠져있는 대한민국 정치를 말 그대로 정치답게 복원하는 진정한 영웅이 탄생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기존에 이름난 정치인이 아니라도 이 나라에 깨끗하고 정직한 사람 많습니다. 작금의 세계에서 성인군자 같은 정치인은 바라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연예인 같은 사람을 정치 지도자로 뽑아서도 안될 것입니다. 각 분야에서 전문 역량을 갖춘 기술자를 선택해서 나랏 일을 일꾼답게 하는 정치인을 보고 싶습니다. 나아가 한류를 세계인의 흐름으로 이끌어 한국에서 인류의 지도자가 탄생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차를 좋아하는 분들도 지금은 행동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인류를 구원하는 방법으로 중도를 설하셨고 바른 견해로 대표되는 팔정도의 길을 제시하셨습니다. 강물 위에 뜨 내려가는 뗏목이 바다에 이르자면 양변에 머물거나 걸려서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촛불을 들던 태극기를 들던 상관없습니다. 다만 그기엔 깊은 사유를 동반한 차향이 배여있어야 합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도 적이 아님을 이해하고 더불어 가야 할 우리의 이웃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인 다수결의 원칙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소수인 사람은 자신이 소수인 이유를 생각해야 하며 다수인 사람은 소수 또한 책임져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온갖 시름 속에서도 새해의 밝은 태양은 뜨 올랐습니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자를 구할 수 있는가" 작가 한강의 문제 제기에 올 한해 저도 "그렇다"라는 대답을 찾는 한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가 전하는 소식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
반응형
광저우 팡춘차업시장

광조우 팡춘차업시장으로 왔습니다.

이번 중국 출장의 목적인 숙차 발효와 기념병 생산 등은 원만하게 마무리했습니다. 귀국 길에 최근의 차산 상황과 모차 시장도 알아볼 겸 이곳저곳을 둘러보았습니다. 맹해에서 쌍강-임창까지는 반처(班车)라고 부르는 승합 택시를 타고 이동했는데 생각보다 저렴하고 편리합니다. 여러 명이 함께 타고 장시간을 이동하지만 한 생각 내려놓고 있으면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도 감상하고 운남 서민들의 생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석가명차 오운산 광저우 팡춘점

현재 보이차 업계의 전반적인 상황은 한마디로 얼어붙어 있습니다. 일명 금융차 업체들의 몰락이 가져온 여파가 차산 구석구석까지 미치고 있습니다. 보이차계의 대표적인 브랜드조차도 위험하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차창에서 보관하고 있던 모차까지 매물로 나오고 있습니다.

 

차산엔 찬바람이 불고 만나는 차농마다 가격 불문 은근히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차를 팔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상대적으로 고수차 위주로 마시는 차에 집중한 업체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시장 환경이 주는 여파가 큰 것 같습니다. 팡춘차업시장의 분위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차장 출고가보다도 시장 가격이 낮게 형성되는 품목이 허다하고 그래도 버티던 몇몇 금융차 품목도 이젠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에서도 선물 구매의 폐해를 인식하고 정식 공문을 통해 단속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아직도 보이차를 투자 대상으로 생각하고 소장하시는 분이 있다면 저는 지금 당장이라도 매도하시는 편이 나을 것이라 말씀드립니다. 혹자는 저의 이러한 주장을 자본주의 경제의 속성을 몰라서 하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저는 경제학을 공부하지 않았고 실물 경제의 흐름도 잘 모릅니다. 다만 차가 일종의 투기 상품으로 취급되는 것이 안타깝고 내가 만드는 차들이 그러한 상품과 비교되는 것조차 싫기 때문입니다. 요 며칠 차산과 시장을 둘러보니 차농 차상 구분 할 것 없이 차업을 하는 많은 분들의 상심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저는 작금의 이러한 혼란이 새로운 시작을 위한 산통이라 생각하고 싶습니다. 부디 보는 차가 아니라 마시는 차, 자극하는 차가 아니라 느낌을 주는 차가 자리 잡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임창 쌍강 샤오미 네는 여전히 사람들로 붐빕니다. 이번엔 전국 각지에서 단체로 오신 보이차 마니아 50여 분을 모시고 차산 안내를 하고 있네요. 한국 대표로 보이차의 가치에 대해 잠시 연설을 부탁합니다. 몇 번 사양하다가 할 수 없이 짧은 중국어로 샤오미네 와의 인연을 이야기하고 고수차의 가치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였습니다. 다 같이 최근에 개관한 쌍강보이차 문화관을 둘러보고 가게로 왔더니 빙도노채 고수차 원료로 300편 한정 생산한 병차를 선물로 줍니다. 엄청난 고가의 차를 선물로 받기엔 미안했지만 그동안의 인연에 감사하는 마음을 차마 외면할 수는 없었습니다. 차를 좋아하는 많은 분들과 나누는 차로 남겨두겠습니다.

 

24일 광조우-인천으로 귀국합니다. 이젠 어머님의 기억만 남은 고향 집에서 당분간 머물 것입니다. 잠재된 기억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고 오늘의 삶이 미래의 나를 만들 것입니다. 우리들 또한 언젠가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존재하겠지요. 부디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지금 바로 지금 이 순간을 간절하게 살아야겠습니다.

빙도노채 300편 한정 병차 선물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가 전하는 소식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
반응형
왼쪽 두 번째 최해철 대표

이번에 숙차를 발효하면서 느꼈던 여러가지 의문점들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처음 보이차를 마시기 시작하는 분들은 대부분 상대적으로 저렴한 숙차를 접하게 됩니다. 그리고 생차를 즐기는 사람들도 공복이나 저녁 시간엔 숙차를 마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싼 가격의 노차를 즐기는 분들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소수고 정품 노차를 구하기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숙차가 개발되었고 최근엔 고수차 원료로 숙차를 생산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생차를 선호하는 편이라서 옛날부터 좋은 고수차 원료로 숙차를 만드는 것에 의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미 모차로 완성된 고수차의 향기롭고 감미로운 맛이 숙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소실되는 것이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숙차를 생산하면서 8 종류의 고급 고수차 원료 2kg 씩을 같이 발효한 것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자 한 목적이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의문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고수차는 발효 후에도 각 지역의 특징이 일정 정도 남아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홍하야생차왕수는 맑은 단맛이 인상적이고, 노반장 빙도는 밀도가 좋고 묵직합니다. 이무만궁은 부드럽고 매끄러운 느낌이고, 반분 하개 향죽청 또한 파전 생태차와 비교하면 확실히 모든 면에서 고수차 다운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황편은 맛이 가볍고 내포성이 떨어집니다.
 

그러나 생차 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발효 과정에서도 느낄 수 있었지만 각종 미생물들이 작용하면서 완전히 다른 차로 바뀌었습니다. 일정 정도 원래 지녔던 특징이 남아 있고 고수차의 느낌도 살아 있지만 좋은 생차가 지닌 기운과 회감 등은 없거나 아주 약해졌습니다. 그리고 손실률이 너무 큽니다. 이번에 실험한 결과로는 약 30%입니다. 발효를 시작할 때 검지만 하던 모차가 발효 후 새끼손가락 크기로 바뀌었습니다. 그만큼 모차 속의 각종 성분들이 감소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발효 시 응축되면서 유익한 성분들이 새로 만들어질 수도 있겠으나 전체적인 질량 감소는 일단 손실로 봐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손실을 감내하면서까지 굳이 좋은 고수차 모료를 발효시킬 뚜렷한 이유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지적하시는 위생 문제입니다. 최근에는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도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숙차들은 그다지 위생적인 환경에서 생산된 차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번에 저희가 생산한 숙차도 주어진 조건에서 최대한 위생적인 환경을 조성하려 노력했지만 미흡한 부분이 많습니다. 발효실 건물 자체의 노후성, 각종 도구의 청결성, 작업자들의 위생관념까지 모두 부족합니다.
 

무엇보다 저의 경험과 전문성 부족입니다. 저는 그동안 고수차 산지 개발에 주력했기에 숙차를 직접 만들어 본 경험은 일천합니다. 발효 책임자 텅총 차농 장선생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체적인 일정을 관리했지만 과학적인 식견과 데이터가 부족합니다. 예를 들면 처음 모차에 투입한 물의 량을 측량없이 고무호스로 뿌렸는데 일반적인 데이터론 모차 무게의 35% 정도로 보고 있으나 저는 70%로 말씀드렸습니다.

 

기타 뒤집기 타이밍, 건조방식 등 아직도 논란이 될 부분이 많지만 부족한 저의 방식대로 진행하였습니다. 다행히 완성된 숙차의 맛과 탕색은 대체로 만족스럽습니다. 모든 것이 부족한 상태에서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생산했는데,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계속 실험하고 공부하면서 좀 더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가 전하는 소식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
반응형

11월 30일 발효 38일차

오후에 날씨가 맑아서 마무리를 위한 햇볕 건조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연이틀 동안 비가 내렸고 일기가 고르지 않아서인지 세 시간을 건조했는데도 원료가 완전히 마르지 않습니다. 자루에 담고 수분을 측정해 보니 15% 전후입니다. 발효책임자 텅총 차농 장선생은 예상보다 높지만 창고에 보관되는 기간에도 일정 부분 건조되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합니다. 주변의 발효 전문가들은 햇볕에 건조하는 부분도 꺼려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후 발효의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더 좋다고 합니다.

 

그러나 차쟁이 진제형님 등의 의견은 발효가 끝났으면 완성차의 조건에 부합하는 것이 옳다는 쪽입니다. 제가 그동안 연구한 결과도 마무리는 낱말 그대로 마침표여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보이숙차는 원료에 물을 뿌리고 여러 종류의 미생물을 활용하여 짧은 기간에 완성된 차를 만드는 것이 목적입니다. 발효가 끝났으면 일단 숙차는 완성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완성된 이후에도 일정 기간 보관했다가 출시하는 이유는 후 발효보다는 단기 숙성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악퇴미를 빼고 맛이 안정되게 하려는 목적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아직도 확실치 않고 앞으로 좀 더 연구해 볼 필요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마음이 편치 않아서 내일 하루 더 건조하기로 했습니다.

 

 

12월 01일 발효 39일차

오후 한시 어제 원료를 담았던 자루를 풀어서 다시 햇볕에 건조했습니다. 오후 4시 30분 수분을 측정하니 애초에 목표한 10% 전후에 도달했습니다. 큰 차두를 골라내고 건조된 원료를 한 자루에 25kg씩 담아서 창고로 옮겼습니다.차두는 덩어리 내부의 수분이 아직 남아 있어서 앞으로도 한 두차례 더 건조할 예정입니다.

 

완성된 숙차는 차두를 포함하여 모두 32.5 자루입니다. 중량은 810kg. 모차 투입량 1004kg 손실률 20% 입니다. 일차로 골라낸 차두는 29kg입니다. 훗날 압병할 때 불순물과 가루를 제거하고, 작은 차두까지 골라내면 실질적 손실률은 27%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숙차 제작 시 손실률을 15~20% 정도로 보는데, 예상보다 손실률이 큽니다.

 

아마도 발효의 균일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번의 뒤집기 그리고 다른 곳에선 하지 않는 긁어 올리기 과정 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두 차례 햇볕에 건조하여 수분 함량을 최대한 줄인 것 또한 손실률을 높인 원인 일 것입니다. 고수차 샘플 원료들의 손실률은 30% 전후입니다. 손실률이 너무 커서 아깝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번 실험을 통해 발효 후에도 고수차 각각의 특징이 남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번에 발효하는 모차의 량이 많을수록 손실률은 줄어듭니다.

 

흔히 고수차나 봄차보다 소수차 여름차 황편 등의 손실률이 크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번의 결과로는 뚜렷한 차이를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튼 화산석을 이용한 것. 10가지 고수차 샘플을 함께 발효한 것. 차 무더기를 나누는 방식, 긁어 올리기를 시행한 점 등 제가 그동안 생각했던 여러가지 방법들을 총 동원하여 생산 했습니다. 발효 완료 예정일을 이삼일 초과하면서 본 무더기의 발효도는 애초에 목표한 중간발효 80%를 조금 넘어섰고 고수차 샘플 원료는 경발효 70%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https://youtu.be/Q6OyBrKKax4

 

결론

발효 기간 중 날씨는 좋은 편이었고 모든 작업이 대체로 순조로웠습니다. 중간에 다른 차의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고수차 샘플 원료들을 비닐봉지에 담아서 묻었더니 통기성이 부족하여 신맛이 증가했습니다. 비닐을 제거하고 다시 위치를 조정하는 등의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완성된 숙차는 맛 탕색 엽저 상태 등 모든 면에서 저는 대체로 만족스럽습니다.

 

그러나 제가 시행한 여러가지 방법들이 숙차 발효의 표준이 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하나의 자료로 남겨서 차를 공부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그동안의 기록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매일매일 촬영하고 보다 더 상세하게 기록한 자료들이 있습니다. 원하시는 분들께는 언제든 공유하겠습니다. 응원해 주시고 격려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 인사 올립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
반응형

11월 25일 발효 33일차

건조를 위한 3차 뒤집기를 했습니다. 세 갈래였던 무더기를 네 갈래로 만들면서 아래 위로 골고루 섞어줍니다. 아직도 무더기 꼭대기엔 내부의 증기가 분출된 흔적이 보입니다. 엉긴 원료를 풀어주면서 마른 부분과 증기가 내려앉아 젖은 부분을 섞어줍니다. 차두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차두가 생성되는 비율은 5%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뭉친 부분을 푸는 작업이 만만치 않습니다. 본 무더기를 나눌수록 중심 온도는 점점 내려갑니다. 두 갈레 45도 세 갈레 38도 네 갈래로 나눈 지금의 온도는 30도 전후입니다.

 

11월 26일 발효 34일차
건조를 위한 4차 뒤집기를 했습니다. 4무더기로 나누어져 있던 원료를 반씩 갈라서 8무더기를 만들었고 창문을 열어서 통기성을 높였습니다. 차두가 많아서 주변의 전문가들에게 문의했더니 봄차나 고수차는 밀도가 높아서 엉기기 쉽고 여름차나 황편 등은 상대적으로 엷어서 잘 뭉치지 않는답니다. 일리가 있는 부분이지만 좀 더 연구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본 무더기 안쪽 원료와 고수차 샘플 원료 세 가지의 수분을 측정했습니다.

본 무더기 안쪽 13.01%. 홍하차왕수 16.96%. 반분고수 16.28%. 향죽청단주 15.19 무더기에서 분리하여 바로 측정하는 것과 일정 시간이 경과한 후 측정하는 수치가 많이 다릅니다. 청명한 가을 날씨라 짧은 시간에도 건조되는 속도가 빠릅니다.

 

11월 27일 발효 35일차
오후 한시 발효실 기온 26도 습도 60% 차 무더기 온도 26도입니다. 건조를 위한 5차 뒤집기를 했습니다. 무더기를 나누면서 중심 온도는 점점 내려가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좋은 날씨가 이어지면 모래쯤 햇볕에 한나절 건조시켜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본 무더기 샘플을 우린 탕색이 아주 맑습니다.
 
 
11월 28일 발효 36일차
하루종일 오락가락 가을비가 내렸습니다. 오후 세시 발효실 기온 22도 습도 75% 차 무더기 온도 27도입니다. 비가 와서 발효실의 문을 닫고 오늘은 뒤집기 작업을 하지 않았습니다. 본 무더기 내부와 외부 샘플의 수분을 측정했습니다. 샘플마다 부분 편차가 있지만 크지는 않습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오늘은 약간 높게 나왔네요.
11월 29일 발효 37일차
어제부터 내린 비가 오후 세시쯤 그쳤습니다. 날씨가 좋았으면 오늘 마무리할 예정이었는데 비가 와서 하루를 늦추었습니다. 공기 중 습도가 높아서 차를 다시 한 무더기로 만들었습니다. 온도가 내려가면 검은 곰팡이가 늘어납니다. 샘플 차를 우릴 때 개완 벽에 그을음 같은 게 보입니다. 본 무더기의 발효도는 80%를 초과한 느낌이고 고수차 샘플 원료들은 70% 정도로 보입니다. 발효도를 측정하는 기구는 따로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탕색과 엽저를 보고 판단하는데 다소 모호한 면이 있습니다.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있는 기계가 개발되면 좋겠습니다.
 
내일 날씨가 맑으면 햇볕에 건조시켜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발효하는 모든 차들의 수분함량을 측정했습니다. 비가 와서 대체로 높게 측정되었지만 내일 하루 햇볕에 건조하면 정상 범위 안으로 들어올 것입니다. 마무리를 준비하며 원료를 담고 일정 기간 보관할 포대기를 제작했습니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기존의 비닐류 자루는 냄새도 나고 거풍과 숙성에도 적합하지 않을 것 같아서 광목천으로 주문 제작했습니다. 한 포대에 25kg 정도를 담을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내일 발효 시작할 때 투차한 량과 비교해서 손실률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https://youtu.be/XM0XLp_2euQ

 

Posted by 石愚(석우)
,
반응형

11월 20일 발효 28일차

차 무더기를 위아래로 뒤집는 작업을 했습니다. 발효도의 부분 편차가 있고 바깥쪽이 먼저 말라서 원료 전체를 고르게 하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이번 작업은 발효 목적도 있지만 건조를 예비한 뒤집기라 할 수 있겠습니다. 매일 시음을 하며 발효도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본 무더기는 애초에 목표한 80% 에 가까워졌습니다. 그러나 고수차 샘플 원료는 아직 부족해서 온도가 높은 위쪽에 얕은 깊이로 심어서 상태를 관찰하고 있습니다.

11월 21일 발효 29일차

위쪽에 배치한 고수차 샘플 원료를 뒤집었습니다. 자루를 여러번 흔들어 발효되고 있는 원료들이 뭉치지 않게 합니다. 저녁에 본 무더기를 시음한 결과 발효 상태가 아주 좋습니다. 지금 마셔도 악퇴미가 거의 없고 부드러운 단맛이 느껴집니다. 예전에 갓 완성된 숙차는 악퇴미가 진해서 보통 일 년 이상 거풍 즉 숙미를 빼기 위해 방치하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멍하이에서 완성된 다른 숙차들을 시음해 봐도 숙미가 확실히 예전보다 덜합니다. 이번에 저희가 생산하는 숙차도 지금 바로 상품으로 출시해도 될 만큼 깨끗합니다.

 

이렇게 변화된 원인에 대해서 이곳의 여러 기술자들이랑 토론해 보았습니다. 우선은 숙차 발효 기술의 발전을 들고 다음으론 멍하이의 지리적 장점을 말합니다. 이곳은 해발고도가 높고(1200m) 특히 수질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리고 멍하이에 많은 발효 기지가 들어서면서 유익균들의 서식 빈도가 다른 지역보다 높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 부분은 저도 전문가가 아니라서 다만 참고할 뿐입니다. 아무튼 화산석을 깔았고 정성껏 관리한 것 이외에 유익균 접종 등 특별한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발효 성과가 괜찮아서 매일 계속되는 힘든 작업이지만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11월 22일 발효 30일차

오랜만에 새벽부터 온종일 가을비가 내렸습니다. 저녁 7시 발효실 온도 17도 습도 77% 차 무더기 온도 위쪽 59 중간 49 아래쪽 41도 전후입니다. 수분이 줄어들면서 중심 온도는 낮아졌지만 위쪽의 온도는 여전히 높은 편입니다. 고수차 샘플 원료를 뒤집어주고 무더기 안쪽과 바깥쪽 원료 샘플을 우려보았습니다. 엽저와 탕색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구감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11월 23일 발효 31일차

건조를 위한 뒤집기를 시작했습니다. 본 무더기 전체를 앞뒤로 골고루 뒤집어주고 중간에 골을 파서 두 갈레로 나누었습니다. 뒤집기를 하면서 엉긴 원료들을 손으로 풀어줍니다. 앞으로 매일 한번씩 다시 골을 파고 무더기를 나누어서 전체가 골고루 건조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고수차 샘플 원료 20그램씩을 덜어내어 건조하고 있습니다. 내일 최종 시음해 보고 발효 지속 여부를 판단하겠습니다.

 

11월 24일 발효 32일차

건조를 위한 2차 뒤집기를 했습니다. 두 갈래였던 무더기를 세 갈레로 만들었습니다. 뒤집기를 하면서 엉긴 원료들을 풀어주는데 차두로 뭉친 덩어리가 예상보다 많습니다. 큰 덩어리는 쉽게 풀리지만 작고 딱딱하게 뭉친 것은 잘 풀리지 않습니다. 억지로 풀다 보면 가루가 되기 때문에 그냥 차두로 남겨둡니다.

 

어제 뒤집기를 하면서 가저 온 고수차 샘플 10 종류를 시음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지난번보다 수분은 많이 줄었고 탕색도 붉은색이 선명합니다. 신맛이 줄어들면서 단맛이 증가했고 향기도 좋아졌습니다. 발효도는 65% 정도로 예상되는데 애초에 목표한 경발효 수치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다만 홍하차왕수의 발효도가 상대적으로 약간 떨어집니다.

 

야생차의 특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오늘 뒤집기 때 다른 고수차 샘플 원료들은 기존의 방법대로 위쪽에 배치하고 홍하차왕수는 그 아래에 묻어서 조금 더 발효를 진행시키기로 했습니다. 멍하이 기지에 있는 수분측정기를 사용하여 현재 상태의 수분을 측정해 보았습니다. 오래전에 장만해서 봄차와 가을차 그리고 고수차와 소수차의 수분 차이를 측정해 보곤 했습니다. 본 무더기 바깥쪽 9.37%. 본 무더기 안쪽 12.52%. 홍하야생차왕수 15.93. 노반장 16%. 샘플을 채취하고 3시간 뒤에 측정된 수치입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숙산차의 수분 함량은 8~10%입니다. 참고로 쇄청을 끝낸 햇차 모료의 수분 함량은 보통 6~8%입니다. 무더기 바깥쪽은 이미 완성 단계이고 안쪽은 정상 범위를 약간 초과합니다. 고수차 샘플 원료들은 아직 수분 함량이 높은 편인데 건조 과정을 거치면 점차 정상 범위로 들어올 것입니다.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가 전하는 소식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
반응형

보이 숙차 발효 과정. 오운산

11월11~15일 발효19~23일차

집안에 큰 일이 있어서 잠시 고국을 다녀왔습니다. 한국으로 출발하며 직원들에게 매일 아침. 점심. 저녁 3차례 차 무더기의 온도를 측정하고 사진을 찍어서 보내라고 했습니다. 발효가 일정 정도 진행되면 차 무더기의 바깥 부분부터 마르기 시작합니다. 이제 더 이상 물을 뿌려서는 안됩니다. 테두리 원료를 5센티 정도 촉촉한 내면이 드러날 때까지 긁어서 무더기 위로 올렸습니다. 13일. 차 무더기를 덮었던 천을 걷었습니다.

 

창문 가까이 햇볕이 들어오는 쪽에 있는 원료가 더 빨리 마릅니다. 마른 원료는 상태를 봐가면서 수시로 긁어서 위로 올립니다. 긁어낸 원료로 위쪽에 배치된 고수차 샘플 원료를 덮습니다. 무더기의 크기는 점점 작아지고 점점 높아집니다. 15일 저녁 멍하이 기지에 도착하자마자 본 무더기 원료를 시음했습니다. 단맛과 신맛이 함께 올라지만 마시기에 거북하지 않은 정도입니다. 본 무더기의 발효도는 70% 정도로 예상됩니다.

 

11월 16일 발효 24일차

오후 한시 차 무더기 테두리의 마른 원료를 긁어서 위로 올렸습니다. 무더기의 현재 크기는 가로 2.5미터 세로 1.5미터 높이 80센티입니다. 4차 뒤집기를 한 후 지금까지 계속 맑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뒤집기를 한 다음날 저녁 본 무더기의 위쪽 온도는 59도에 도달했고 이후 61~63도 사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중간은 57~59도 아래쪽은 45~48도입니다. 위쪽에 무더기 내부의 증기가 분출되면서 수분이 내려앉은 흔적이 보입니다. 긁어 올리기를 하면서 엉긴 부분은 풀어주고 촉촉한 부분과 마른 부분을 섞어줍니다.

 

11월 17일 발효 25일차

오후 한시 5차 뒤집기를 했습니다. 이번 발효 과정 중 마지막 뒤집기입니다. 이번엔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모든 원료를 세밀하게 관찰하면서 엉긴 부분을 풀어주었습니다. 3차 뒤집기를 할 때 엉긴 부분이 가장 많았고 이후로 점점 줄었습니다. 이번엔 손작업만으로도 가능했지만 마무리까지 네 시간이 걸렸습니다. 무더기는 넓은 직사각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가로 5미터 세로 3.5 높이 40센티. 고수차 샘플 원료들이 포대기에 들어 있고 비닐 칸막이를 한 탓인지 수분함량이 높습니다. 그래서 본 무더기 원료보다 발효도가 낮습니다. 본 무더기 75% 샘플 원료 60% 정도 그동안 다른 원료들의 맛과 섞이지 않도록 차단에 신경 쓰다 보니 발생한 문제입니다.

 

이제는 완성 단계라서 비닐을 제거하고 위쪽에 배치했습니다. 일정 부분 발효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주변 차의 영향이 적을 것입니다. 뒤집기 작업을 하면서 다양한 향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단향, 콩향, 알콜향 등이 대표적인데, 고수차 샘플 중에서 홍하차왕수, 노반장 원료가 단향이 가장 좋습니다. 야생차는 넘버를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만큼 검은색이 두드러지고 황편은 뻣뻣합니다. 그리고 생태차는 향기와 맛 모두 약간 단조롭게 느껴집니다.

https://youtu.be/wOl0cdeP-aY

 

11월 18~19일 발효 26~27일차

오후 한시 발효실 온도 26도. 습도 55%. 차 무더기 온도 57도. 중간 50. 아래쪽 43도 전후입니다. 위쪽에 배치된 샘플 원료 포대기를 매일 한 번씩 뒤집습니다. 위쪽에 무명 천만 덮은 상태라 아래쪽과의 온도 차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5차 뒤집기를 하면서 가저 온 고수차 샘플 원료와 본 무더기 원료를 하루 건조시켜서 시음했습니다. 고수 샘플 원료는 4차 뒤집기 때보다 탕색이 짙어지고 신맛이 줄었지만 아직도 모든 면에서 약간은 부족한 느낌입니다.

 

노반장. 빙도는 확실히 밀도가 높고 향기가 진합니다. 이무 만궁은 엷지만 이무 특유의 부드러움이 느껴집니다. 홍하야생차왕수는 검은색이 두드러지고 단향이 아주 높습니다. 홍하단주는 다른 고수차들보다 검은 편이고 부드러운 단맛이 좋습니다. 황편과 생태차는 상대적으로 맛이 엷고 가볍습니다. 본 무더기 차의 탕색과 맛은 완성 단계입니다. 약간의 악퇴미가 있지만 고수차의 밀도가 느껴지고 지금 마셔도 괜찮을 정도입니다.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가 전하는 소식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