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숙차를 발효하면서 느꼈던 여러가지 의문점들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처음 보이차를 마시기 시작하는 분들은 대부분 상대적으로 저렴한 숙차를 접하게 됩니다. 그리고 생차를 즐기는 사람들도 공복이나 저녁 시간엔 숙차를 마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싼 가격의 노차를 즐기는 분들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소수고 정품 노차를 구하기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숙차가 개발되었고 최근엔 고수차 원료로 숙차를 생산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생차를 선호하는 편이라서 옛날부터 좋은 고수차 원료로 숙차를 만드는 것에 의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미 모차로 완성된 고수차의 향기롭고 감미로운 맛이 숙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소실되는 것이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숙차를 생산하면서 8 종류의 고급 고수차 원료 2kg 씩을 같이 발효한 것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자 한 목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생차 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발효 과정에서도 느낄 수 있었지만 각종 미생물들이 작용하면서 완전히 다른 차로 바뀌었습니다. 일정 정도 원래 지녔던 특징이 남아 있고 고수차의 느낌도 살아 있지만 좋은 생차가 지닌 기운과 회감 등은 없거나 아주 약해졌습니다. 그리고 손실률이 너무 큽니다. 이번에 실험한 결과로는 약 30%입니다. 발효를 시작할 때 검지만 하던 모차가 발효 후 새끼손가락 크기로 바뀌었습니다. 그만큼 모차 속의 각종 성분들이 감소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발효 시 응축되면서 유익한 성분들이 새로 만들어질 수도 있겠으나 전체적인 질량 감소는 일단 손실로 봐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손실을 감내하면서까지 굳이 좋은 고수차 모료를 발효시킬 뚜렷한 이유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저의 경험과 전문성 부족입니다. 저는 그동안 고수차 산지 개발에 주력했기에 숙차를 직접 만들어 본 경험은 일천합니다. 발효 책임자 텅총 차농 장선생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체적인 일정을 관리했지만 과학적인 식견과 데이터가 부족합니다. 예를 들면 처음 모차에 투입한 물의 량을 측량없이 고무호스로 뿌렸는데 일반적인 데이터론 모차 무게의 35% 정도로 보고 있으나 저는 70%로 말씀드렸습니다.
기타 뒤집기 타이밍, 건조방식 등 아직도 논란이 될 부분이 많지만 부족한 저의 방식대로 진행하였습니다. 다행히 완성된 숙차의 맛과 탕색은 대체로 만족스럽습니다. 모든 것이 부족한 상태에서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생산했는데,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계속 실험하고 공부하면서 좀 더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가 전하는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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