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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9일 운남으로 출국합니다. 부산대학교 차학과 석,박사 과정의 학생들과 교수님들의 운남 차산탐방에 동참합니다. 올해부터 '운남차산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오리엔티' 정상훈 대표와 함께 차산을 안네 할 예정입니다. 사월까지 벌써 4팀의 일정이 확정되었는데 이후로도 계속될 예정입니다. 저도 차를 생산하는 틈틈이 함께하며 현장의 소식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작년 봄차를 마무리하고 유월에 귀국했다가 칠월에 다시 출국하여 오운산 기지 이전 공사를 끝내고 구월에 귀국하여 쭉 고향의 어머님 곁에 머물렀습니다. 구순의 어머님 건강은 그렇고 그렇습니다. 새벽녘 저에게 뭐라도 챙겨 먹으라고 하시는 뜻은 당신께서도 조금 출출하다는 것임을 알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날은 하루에도 몇 번씩 챙겨드리고 보살피는 일이 생각보다 버겁게 느낄 때가 있지만 낳아주고 길러주신 은혜를 생각하면 지금의 수고를 고생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싶어도 어쩔 수 없는 환경 때문에 그럴 수 없는 분들을 생각하면 오히려 저는 행운아라는 생각도 듭니다.

 

어머님과 단둘이 고향 땅에 머물면서 밤새워 옛이야기를 도란거리며 아침을 맞이하는 지금의 생활이 저에겐 너무도 소중합니다. 봄차를 마치고 유월에 귀국하면 다시 어머님 곁에 머물 것입니다. 제가 운남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모시기로 했습니다.

봄차가 마무리되면 지구의 구석구석을 다녀보고팠던 꿈은 잠시 접어둡니다. 최근에 불교 공부를 하면서 삶의 실상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재작년에 삼 개월간 뉴질랜드를 다녀온 것이 내 인생 마지막 여행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주어진 인연에 충실하고 나라고 불리는 욕망 덩어리가 가는 길을 살피는 것이 참다운 여행 임을 어렴풋이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올해도 양심에 부끄럽지 않은 차 열심히 만들 것입니다. 특히 올해는 석가명차 오운산이 중국에 기지를 만들고 차를 생산한지 10년째 되는 해입니다. 좋은 차를 찾아서 사백여 곳 차산지를 조사한 기록과 가공 생산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오운산의(悟雲山-운남의 차산을 깨닫다) 뜻에 맞는 차를 출시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매년 3월 1일에 시행되고 있는 선주문 공지를 통해 자세한 내용을 말씀드리겠지만 우선 큰 틀에서 지금까지 제가 깨달은 바를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

 

*좋은 차는 특정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것이 아니다. 차산지 이름을 거론하지 않는다.

*차나무의 수령이 오래되었다고 무조건 좋은 차가 생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수차의 오묘한 향기는 소수차가 대체할 수 없다.

*야생차는 대자연의 순수한 맛과 향기를 품고 있지만 내재된 성분이 풍부하지 않고 마시면 배탈이 나는 경우도 있어서 잘 선택해야 된다.

*차는 예술이 아니라 노동이다. 좋은 차는 장인의 손맛이라기보다는 과학이다. 최신 생산 설비를 최대한 활용한다.

*무엇보다 사람이다. 차농과의 관계를 강화한다.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은 차농의 정성과 생산 유통하는 사람의 양심이다. 그리고 정성껏 만들어진 차를 따르고 마시는 사람의 혜안이다.

그리고 10주년을 맞이하여 그동안 오운산에서 생산한 모든 차들을 저렴한 가격으로 소량식 시음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가 늘 강조하는 말이지만 차는 이런저런 논리를 떠나서 맛을 봐야 알 수 있습니다. 저희가 생산한 차뿐만 아니라 다양한 차들을 마셔보고 자신의 기호에 맞는 차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선은 소량식 선택하여 부담 없이 마시는 것이 즐거운 차 생활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특정 지역의 진정한 고수차는 고가이지만 마니아 층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선주문을 받아서 따로 생산하겠습니다. 차업을 하는 사람들도 힘들고 모두가 힘겨운 시절입니다. 일반 대중이 차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오운산도 정규 제품의 가격을 최대한 낮추겠습니다.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가 전하는 소식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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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가 없다하나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

 

저는 불교 신자라고 하기엔 부끄럽습니다.

그러나 사하촌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알게 모르게 절 집안의 영향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이십 대에 칠 년 동안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전국의 여러 암자에 신세를 진 적도 있습니다.

삼십 대에 차업을 시작하면서 개업 초기에 스님들이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특히 선방 스님들은 해제비를 통째로 맡겨두시고 좋은 차를 만나면 알아서 보내달라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처음 본사를 방문하시는 모든 스님들껜 제가 직접 생산한 보이차 한편씩을 시주하고 있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틈나는 대로 불교 관련 서적을 탐독하곤 했는데 원효. 효봉. 경봉. 탄허. 성철. 법정 스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지난 며칠간 각종 언론에서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둘러싼 의혹 내지는 그의 삶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이십여 년 그의 절대적인 영향권에 있었던 대한불교조계종에선 열반송이니, 소신공양이니, 다비식이니 떠들썩하고

 

정부에선 무궁화 훈장까지 추서하며 그의 업적?을 기리고 있습니다.

 

반면에 반대 측에 있었던 분들은 그동안 그가 저질렀던 각종 비리 의혹을 파헤치고 현 지도체제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차나 만들었고 정치 경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해서는 무심한 척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내가 있는 곳이 속세의 한복판인데 이런저런 문제에 대한 견해가 없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괜한 논쟁거리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 소심함과 사업에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는 장삿속이 의견을 주저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역사의 발전이란 측면에서 침묵하는 다수는 때로 비겁한 방관자 또는 암묵적 지지자일 수도 있다는 자각이 굳이 이 글을 쓰게 만듭니다.

 

결국 불교의 핵심 논리인 생사가 따로 없음을 깨우치지 못했다는 고백 아닌 고백을 하고 솔직하게! 허망하게! 사라져간 사람의 유서는 평가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상좌들에게 남겼다는 또 다른 유서에 각자 2억씩 각출하여 소실된 절을 다시 복원하라는 글은 정말이지 가슴을 답답하게 합니다.

 

불가의 재산을 자신의 죽음으로 훼손한 것도 어처구니없지만 도대체 상좌라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재산을 의탁했기에

 

각자 2억이라는 엄청난 돈을 그것도 1~2년 안에 출연하여 새로 절을 지으라고 했는지 모를 일입니다. 그렇게 불타버린 절을 복원하면 그 절이 예전처럼 요사채가 될까요? 아니면 그곳에서 생을 마감한 사람의 기념관이 될까요?

 

몇백만 원이 없어서 일가족이 자살하는 시대에 대학생 불자 육성을 위한 전법 기금 마련 행사에 20억 원을 기탁한 그 큰돈은 과연 어디에서 흘러온 것일까요? 워낙 큰 스님이고 높은 자리도 두루 섭렵하신 분이라 그깟 돈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일까요?

출가한 승려에게 벼슬은 닭 벼슬보다도 못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판이던 사판이던 머리 깎은 승려라면 당연히 부처님의 말씀을 실천하고 전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판과 사판의 도리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지요. 그가 출가 이후 50년 동안 쭉 사판의 길을 걸었다 손치더라도 이판의 도리를 모를 리 없습니다. 그는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뿌려 불을 댕기기 이틀 전까지 앞으로 10년 동안 전법에 매진하겠다고 했습니다.

 

151. 목표한 금액의 세배를 모았다는 그의 능력?을 활용하여 그가 전하고자 했던 불법은 과연 어떤 것일까요? 사리분별을 떠나 그렇게 유명을 달리할 수밖에 없었던 그의 영욕의 삶 그리고 인간적인 고뇌는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아프고, 답답하고, 슬픈 사건이지만 이번 일이 작금의 불교계에 만연한 물질문명의 폐퇴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지금도 전국의 사찰에는 묵묵히 불법의 도리를 참구하고 실천하는 스님들도 많습니다.

 

지금은 그분들의 목소리가 꼭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중지를 모아 우선 한국 불교를 혁신할 새로운 지도체제를 구성해야 할 것입니다. 오랜 관습에 젖어 있는 현 체제는 엄연한 현실을 직시하고도 오직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사실을 왜곡하고 우상화 작업에 몰두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에야말로 뜻있는 스님과 불자들이 모두 합심하여 몰락하고 있는 한국 불교를 바로 세우고 부처님의 진정한 가르침을 펼칠 때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의 마지막 선택과 유서는 그가 가진 양심의 발로이자 고뇌의 바다에 발붙이고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한 인간의 몸부림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부디 고히 가시고 다시는 오지 마소서.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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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엽한 차

2월 16일 중국으로 들어와서 줄곧 운남에 머물면서 올해도 변함없이 여러 차산을 다녔습니다. 올해 봄차의 특징으론 우선 다소 심각했던 가뭄을 들 수 있겠습니다. 사실 작년을 제외하면 지난 몇 년간 계속 가뭄 이야기를 한 것 같습니다. 일 년이 우기와 건기로 나뉘고 아열대 기후에 속하는 운남의 지리적 특성을 생각하면 봄에 비가 적은 것은 당연합니다. 매년 1월부터 4월까지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고 5월부터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됩니다.

올해도 큰 틀에서 보면 이러한 연속성이 이어진 한 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작년이 예년과 달리 비가 너무 많았던 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년 생산량이 많았기에 상대적으로 올해는 급감한 느낌이 들지만 매년 통계로 나타나는 생산량의 변화는 크지 않습니다. 다만 올해는 일부 지역의 경우 봄차 생산량이 평년의 30% 도 안 된다고 합니다. 저희도 경동 지역의 단주차는 찻잎이 부족해서 선입금을 받았지만 결국 생산할 수 없었고, 경동과 석와 지역은 작년 봄 고수차를 일부 섞었음을 밝혀 둡니다. 이무 쪽 고수차 생산량은 확실히 줄었고 기타 지역의 차농들 이야기는 보통 작년의 절반 수준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생산량의 편차는 차밭이 위치한 지형과 토양에 따라서 크게 달라집니다. 원시삼림 속에서 잡목들과 어우러져 적당한 그늘이 형성된 곳, 비탈진 지형의 계곡 아래쪽 그리고 수원이 가까이 있는 차밭은 웬만한 가뭄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늘이 없는 평지 차밭 그리고 주변에 잡목이 없고 밀식 재배된 곳, 바위와 돌이 많고 마사 토양으로 이루어진 차밭은 가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올해 차의 품질은 다소 덜쑥날쑥합니다.

좋은 것은 아주 좋고 아닌 것은 영 아닌 차들도 많습니다. 어느 해보다 좋은 차를 선택하기 어려웠던 봄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올해 생산된 차들은 탕 색이 흐린 경우가 많습니다. 가뭄이 심한 해에 생산된 차들은 잎 속의 수분이 적어서 가공 중에 쉽게 파괴됩니다. 특히 살청과 유념이 까다로운데, 첫 탕을 우려 보면 가공의 정도를 알 수 있습니다. 잎이 많이 파괴된 차는 탕 색도 탁하지만 쓰고 떫은맛이 단번에 우러나기 때문에 첫 맛은 강하고 내포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근년에 들어서면서 유명 지역이라도 차밭을 구분하는 경향이 뚜렸해지고 있습니다. 처음엔 고수 단주 등 차나무의 굵기로만 구분하다가 점차 차맛을 알아가면서 차나무의 품종과 생태환경 그리고 토양 등의 중요성을 인식한 탓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같은 마을이라도 차밭의 위치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지고 찾는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저희도 결국 올해 마흑의 석문감 단주차는 채엽할 수 없었습니다. 석문감 차밭 중에서 큰 감람나무가 있는 곳을 석감1호 차밭 등으로 구분해서 매년 일정량의 원료를 확보하곤 했는데, 나중엔 차밭 주인도 그렇게 부르더니 올해는 특정 상인이 제가 지목한 차밭의 생엽 가격을 훨씬 높게 책정해서 모두 가져갔다고 합니다. 제가 분류한 차밭이고 그동안의 관계를 생각하면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차농 입장에선 경제적 가치에서 큰 차이가 발생하면 어쩔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또 한가지 특징은 매년 오르기만 하던 고수차 가격이 올해는 약보합세로 돌아섰다는 것입니다. 몇몇 유명 지역의 차들은 여전히 부르는 게 값이라지만 말만 풍성하지 실제로 제값 받고 거래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작년보다는 생산량이 확실히 줄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불경기 등의 영향으로 중국 경제도 심각한 상황입니다. 차 업계에도 당연히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고 당분간 이러한 상황은 지속될 것 같습니다. 불황이 지속되면서 올해는 보이차 업계의 큰손들도 주춤한 상황입니다. 생산량이 준만큼 모차 소비량도 대폭 줄었기에 가격이 상승할 여력이 없습니다.

석가명차 오운산 맹해지점

멍하이 쪽 여러 차창에는 방송을 통해 직접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인터넷 업체들이 난립했다가 봄차가 마무리되면서 그들도 철수하는 분위기입니다. 일종의 쇼핑몰 형태로 운영되는데 '왕홍(网红)'이라고 부르는 이름난 연예인을 내세워 하루에 수십억 원어치를 팔았다는 소문이 나돌더니 반품률이 절반을 넘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현지 차농이 서툴지만 꾸준하게 정직한 제품을 소개하는 곳은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상한 차를 이상한 가격으로 소개하고 '떴다방' 씩의 한탕주의가 접목된 판매 방식은 차 와는 결코 어울리지 않습니다. 어려운 시기지만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언젠가는 인정받는 차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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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곤명-심천-인천으로 귀국합니다. 61~4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티월드 박람회에 참가하고 615~18일까지는 부산 백스코에서 열리는 차박람회에 참가할 예정입니다. 이후 잠시 동안 본사에 머물 것입니다. 박람회 기간이나 제가 본사에 머무는 동안 방문하시는 분들껜 직접 차한잔 올리겠습니다. 매년 비슷한 일정으로 운남으로 가서 봄차를 마무리하고 귀국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미로 대표 되었던 오운산 제품의 구성도 완전히 개편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올해가 기존의 패턴을 유지한 마지막 제품이 될 것입니다.

 

내년부터는 오운산(悟云山)의 뜻 그대로 '운남의 차산을 깨달은' 바를 적용한 제품들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깨닫다'라는 뜻은 광범위합니다. 제가 깨달은 바는 다만 십여 년 운남의 차산을 헤매며 나름대로 파악한 차산의 특징과 좋은 차의 조건들입니다. 지금까지 462 곳의 고수차 산지를 탐방했고, 셀 수 없는 품평을 통해 100여 가지의 제품도 출시했지만 저의 깨달음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에도 중국에도 좋은 차를 생산하기 위해 저보다 더 노력하는 분들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다만 주어진 조건 속에서 저도 정말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의 차산 또는 마을 중심의 생산 방식에서는 탈피할 계획입니다. 이무. 맹해. 임창. 보이 지역을 대표하는 이름으로 한 가지 차만 출시할 예정인데, 분명한 것은 좋은 차는 특정 지역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특히 고수차는 같은 지역의 차밭이라도 수백 년에 걸친 변이 그리고 지형과 일조량 밀집도 등에 따라 다양한 맛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오우산 보이차

제가 늘 강조하는 이야기지만 차는 마시는 것입니다. 이런저런 사전 지식이 없어도 자주 마시다 보면 결국은 내 몸이 먼저 알게 되는 것이 차입니다. 화려한 포장, 능란한 언변, 유명 지역의 고급차로 아무리 치장해도 차는 결국 마시는 것이지요. 제가 지금까지 경험한 좋은 차는 화려하지도 맹맹하지도 않습니다.

 

향기로운 꽃이나 달콤한 과일 맛으로 비유할 수 있지만 차는 역시 차일뿐 결코 꿀이 될 수 없고 향수도 아닙니다. 좋은 차는 담백하지만 맑고, 수수하지만 여운이 있습니다. 특별하지 않지만 은은한 단맛이 감칠맛을 돋우어 자꾸만 마시고 싶어지고, 마시다 보면 호흡을 동반하는 미묘한 향기가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최해철 대표

처음부터 지나친 환상을 가지고 차를 마시면 차맛의 경지에 도달하기 어렵습니다. 환상을 좇아 다소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지다 보면 중도에 차 생활을 그만둘 수도 있습니다. 처음엔 그저 좋은 것이려니 생각하고 습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시로 물처럼 마시다 보면 어느 순간 물이 아닌 그 무엇이 차에 있음을 누구나 알게 됩니다.

 

그리고 좋은 차는 꼭 특정 종류의 차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차를 접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차를 선택하면 됩니다. 그리고 한국 차인 이라면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생산된 차를 조금이라도 곁에 두고 마시면 좋겠습니다. 한국에도 좋은 차를 생산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한국 차 산업의 발전과 어려운 가운데서도 노력하시는 차농 분들에게도 응원의 마음 전합니다. 부디 차를 만드는 분, 판매 하시는 분, 마시는 분 모두 행복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언제 어디서나 인연 닿는 분들께 차한잔 올리겠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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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운남성 행정구역 내에서 차나무의 씨앗, 열매, 뿌리, 줄기,묘목,새싹, 잎, 꽃 및 기타 재배 재료 또는 번식 재료를 수입하거나 구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규정을 위반한 경우 당국은 수집 및 구매한 고차수 재배 재료 또는 번식 재료를 몰수하고 1만 위안 이상 5만 위안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작년 11월 30일에 운남성 정부에서 발표했고 올해 3월 1일부터 시행한다는 운남성 고차수 보호 조례 중의 한 조항입니다. 인류의 유산 중의 하나인 고차수는 당연히 보호되어야 합니다. 기타 항목에 있는 여러 가지 조항들은 고차수를 보호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들로 대부분 수긍이 가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제17조 항인 위의 구절은 외국인인 저희에게 해당되는 것인데 다소 염려스러운 부분입니다. 차농으로부터 모차를 수매해서 출시하는 것은 당장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현재 오운산은 현지의 차농과 공동으로 투자한 것이지만 여러 곳의 초제소를 운영하고 있고 일부 지역의 차밭은 일정 기간 계약하여 직접 생엽을 가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석가명차차업유한공사'는 멍하이에 있는 유일한 한국인 명의의 회사라서 집중 관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아직은 시행 초기라서 이전과 크게 달라진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신경 쓰이는 바가 있어서 그동안 여러 사람들에게 문의도 해보고 앞으로의 방향도 검토해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중국의 자산 중에 하나인 고차수를 외국인이 임의로 반출하거나 개발할 수 없도록 한다는 내용입니다. 중국의 고유한 자산을 후손을 위해 보호하고 개발하는 것 또한 자국민으로 한정하는 것이 중국의 미래에 더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지구촌 시대에 전 세계 소비재의 산실이라는 중국에서 고유한 자산의 개발은 자국민으로 한정해서 보호하고 특별한 가치가 없는 소비재는 전 세계에 팔아먹는 이중적인 모습이 다소 억지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아무리 글로벌한 시대라지만 어느 나라 정부던 우선은 자국민의 이익을 수호할 책임이 있습니다. 한정된 자산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자국의 미래를 위한 정책을 입안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그동안 고수차의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고 개발해 온 기존 외국인 업체들의 기회를 박탈한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특히 이번 결정으로 가장 타격을 입을 나라는 대만과 한국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정치적 원인 또한 작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 봅니다. 아무튼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 날 구멍이 있다는데, 이번의 조치는 그렇게 심각한 문제는 아닙니다. 재배 재료와 번식 재료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당장 고수차를 생산해서 출시하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범위가 확장될지가 문제인데, 상황 속의 최선을 찾아나간다면 충분히 해결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언젠가는 이러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왔습니다. 고차수는 차가 생산되는 어떤 나라던 조금씩은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매년 수 천 톤씩 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운남성의 남쪽 지역과 미얀마 라오스로 이어지는 국경 지대입니다. 희토류, 니켈 등 일부 광물질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보호하고 있고 개인이 마음대로 개발할 수 없는 품목입니다.

다른 나라에는 없고 오직 자기 나라에만 있는 것이라면 당연히 보호하고 가치를 더욱 증폭시키려 할 것입니다. 지금은 시행 초기라서 이러한 정책이 어떻게 자리 잡을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앞으로 외국인이 운남의 고차수를 개발하고 고수차 시장의 주류로 진입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3월 15일이 올해 선주문 마지막 날입니다. 45% 할인.

오운산에서 일년에 딱한번 시행하는 특별 할인 행사이니 많은 분들의 관심 바랍니다.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가 전하는 소식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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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2429m 활죽양자 정상에서 필자

본격적인 봄차는 아직 이르고 선주문 기간이라 이런저런 생각이 많습니다. 오늘도 여러 명의 차농들을 만나 저 또한 선주문을 하였습니다. 일년에 단한번 있는 좋은 기회이니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러나 어려운 시국에 많은 분들께 또 다른 부담을 드리는 건 아닌지 죄송스럽기도 합니다. 선주문에 관련한 글들을 쓰면서 과연 내 양심에 부끄럽지 않은 내용인지도 다시 살펴봅니다. 오운산 말고도 여러 곳에서 선주문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니 인연 따라 자신에게 맞는 차를 좋은 가격으로 선택하시면 되겠습니다.

중국에서도 변방이라 할 수 있는 운남의 소수민족 터전에서 생산되는 보이차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 세월은 길지 않습니다. 이천 년대에 들어서면서 노차의 가치 폭등, 2006,7년의 보이차 광풍 이후 고수차의 수요가 급증하는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게 되었습니다. 하나의 관심 소재가 등장하면 우선은 무조건적으로 몰리다가 차츰 그 속에서도 취사선택 되어가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차를 좋아하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보이차는 유명 차가 되었고 그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노반장 마을 입구

고수차가 유명세를 치르기 시작한 건 진승에서 노반장을 개발하기 시작한 2007년 이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전에는 소수차와 고수차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았습니다. 이천년 초 노반장의 모차 가격은 1kg 한국 돈 일이천 원 정도였습니다. 당시에는 고수차와 소수차를 굳이 구분하지도 않던 시기였는데, 지금의 노반장 고수차 가격은 1kg 이백만 원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지역의 같은 원료이지만 20년 만에 가히 천지개벽할 변화가 일어난 것이지요. 빙도나 석귀 이무의 일부 지역 그리고 황실에 진상되었던 공차로 이름났던 지역 등의 보이차 또한 비슷한 변화를 겪었습니다. 시장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자연스럽게 결정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습니다. 노차의 가치가 급등한 것도 마찬가지인데, 일부 차상과 그들과 결탁한 세력의 작용이 없었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광조우 방촌차업시장

고수차가 좋긴 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부닥쳐보면 50년 전후의 생태차가 오히려 맛있다고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대부분의 고수차 맛이 생태차와 차이가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우선은 희소성 만으로도 고수차는 충분한 가치를 지니며, 생태 환경이 우수한 지역에서 잘 선택하여 생산된 고수차는 향기 맛 회감 등 모든 면에서 생태차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고차수를 늙은 차나무라고 인식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윈난성 이외의 기타 지역에서 자라는 차나무의 수령을 생각하면 수백 년 된 차나무를 젊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차나무의 생장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 비교하는 것은 오류에 빠질 수 있습니다. 차나무는 과연 몇 년 정도일 때 채엽해야 가장 좋은 차를 생산할 수 있을까요? 제작하는 차의 종류에 따라 차나무는 다양한 품종이 식재됩니다. 심지어 차밭을 조성한지 5년만 지나도 배어내고 다시 심는 품종도 있습니다. 차가 생산되는 지역의 환경과 토양 기후 품종 등의 영향으로 좋은 차가 생산되는 차나무의 시기는 천차만별로 다를 수 있습니다.

방위 과도형 차왕수

그럼 운남에서 생산되는 보이차의 경우는 어떨까요? 삼천 년이 넘은 수령의 차나무가 현존하고 있는 지역에서 과연 젊고 늙음의 기준을 몇 년으로 봐야 할까요? 일설에는 운남에는 천년 수령의 차나무만 10만 그루가 넘는다고 합니다. 수많은 차산을 발로 뛰며 직접 만나게 된 어마어마한 크기의 차나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운남에서 자라는 고차수 하나하나가 다른 지역과는 생장 환경이 확연히 다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나무들에서 생산한 차가 모두 맛있는 건 아닙니다. 나무의 크기만 보고 생산했다가 실망한 적도 많습니다. 확실한 답은 항상 현장에 있고 실전에 있습니다. 생산해 보고 마셔봐야 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한 제 결론을 말씀드리면 정말 좋은 차는 수령이 오래된 나무에서 생산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환경도 나쁘고 고사 직전에 있는 차나무라도 굵고 크기만 하면 좋은 차가 생산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경험으로 말씀드리자면 적어도 운남에선 차나무의 수령이 좋은 차를 생산하는 하나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고수차에 집착합니다. 최근에는 모차 시장도 혼란스러워지면서 고차수 중에서도 특별히 굵은 나무들만 선택해서 생산하는 단주차도 생산하고 있습니다. 생태차급 차나무에서도 얼마든지 좋은 차가 생산될 수 있습니다. 잘 선택하면 저렴한 가격으로도 훌륭한 차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고수차에서 느낄 수 있는 깊고 깊은 느낌은 소수차가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 저의 경험입니다. 오운산은 고수차 전문 업체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수차를 홍보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이라 생각해도 좋습니다. 마침 선주문 기간이라 여러 가지가 신경 쓰여서 고민하며 쓴 글이 맞습니다. 그러나 가성비 측면에서 보자면 생태차 급 원료로 생산된 차가 더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름만 믿고 혹은 비싼 차는 당연히 좋을 것이라는 짐작으로 맛도 안 보고 왕창 구입하는 것은 자재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선은 한편씩 선택해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차인지 마셔보고 형편에 따른 차 생활을 하시면 되겠습니다.

차는 자연이 인류에게 선사한 근사한 선물입니다. 그중에서도 고수차는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도 무궁한 가치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폴리페놀의 수치 등 차에서 추출되는 성분 함량을 들이대며 무슨 큰 차이가 있느냐는 씩의 논리를 펼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큰 차이는 아니더라도 분명한 차이는 있습니다. 과학적 사실은 사물을 올곧게 이해하는 기초가 됩니다만 조그마한 차이 속에 과학이 아직까지 풀어내지 못한 엄청난 비밀이 내재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현장을 모르는 이론가나 학자들의 공허한 논리는 때론 허망합니다. 일종의 공생 관계로 연결된 학자들의 대기업 예찬론들도 경계해야 됩니다. 병배라는 함정으로 맥호 차들을 줄기차게 홍보하더니 지금은 스스로 수십 배 비싼 고수차들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잊을 만하면 발표되는 커피의 효능에 대한 언론 보도를 수도 없이 보고 듣고 자랐습니다. 물론 경제 개념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진지한 탐구 없이 얄팍한 지식을 급한 데로 팔아먹는 삼류 전문가들의 세상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론으로 기초를 세울 수는 있지만 몸소 경험해 봐야 비로소 깨우칠 수 있습니다. 차업을 시작한 지 30년이 되어가고 운남 현지에 회사를 설립하고 고수차 산지를 헤매고 또 헤맨 지도 10년입니다. 그러나 솔직히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고민하고 실험하고 또 실험해도 여전히 어려운 것이 고수차의 세계지만 어느 날 문득 수백 년의 세월을 품고 오롯이 내 몸에 들어온 고수차의 향기에 저는 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을 거울삼아서 한걸음 한걸음 다시 나아가겠습니다.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가 전하는 소식입니다

* 저는 병배는 일종의 함정이라 생각합니다. 병배에 관한 저의 생각은

석가명차-오운산 블로그 보이차의 불편한 진실 6 "병배는 없다" 편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https://blog.naver.com/sacinamu/222042185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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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책

"파친코"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유튜브를 시청하다가 우연히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 작가의 인터뷰 영상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세계의 모든 사람들을 한국인처럼 만들고 싶다는" 그녀의 외침은 당당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평화에 접근하는 길"이라고 설파하고 있습니다.

 

파친코는 2017년 미국에서 출간되었고 현재 3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소개되고 있습니다. 억압받는 민족과 소외받는 계층의 삶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는 이 소설은 출간되자마자 세계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어 켰습니다. 애플TV에서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인들의 안방에서 나라를 잃고 떠돌았던 한국인의 설움과 끈질긴 삶의 역정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이니치" 우리에게 생소한 재일 동포의 일본식 표현을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알게 되었고 그들의 아픔을 가슴 깊이 통감하게 되었습니다. 글을 읽으며 몇 번이나 눈시울을 적시며 책을 놓았습니다. 억압의 시대 분단의 시대를 살아온 부모님 세대의 아픔을 그저 피상적으로 바라본 저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일제강점기를 지나 남북으로 갈라지고 일본으로 만주로 시베리아로 뿔뿔이 흩어져 온갖 핍박을 받아온 민족. 모국의 사정 또한 크게 다를 바 없었지만 한민족의 혼을 간직해온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한류로 대표되는 한국인의 자존과 긍지를 되살릴 수 있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쓰였기에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이 소설의 시작은 19세기 말 외세의 침략이 노골화되던 시점으로부터 출발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민중의 삶은 언제나 현실에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나라의 운명이 어찌 되었던 당장은 먹어야 살수 있습니다. 아무리 험한 세월일지라도 한민족의 부모는 자식을 키우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진자리 마른자리를 가리지 않습니다. 이것은 오천 년 역사를 이어온 한민족의 특성이며 국가와 종교 사상과 이념을 초월하는 사랑입니다. 인간은 스스로 집단을 이루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갑니다.

 

그러므로 그 사회가 요구하는 규범과 질서를 지켜야 더불어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회가 사상이나 이념에 경도되어 어느 일방에 의해 성립되거나 일부 세력의 이익에 복무하는 방향으로 나가간다면 대중은 소외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힘없는 서민의 삶은 더욱 핍박받을 수밖에 없겠지요. 인류 역사의 교훈은 무능하고 힘없는 지도자를 가진 나라의 민중은 그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언제나 핍박받았고 사지로 내몰렸습니다. 일제강점기 현명하지 못했던 지도자들 때문에 나라를 잃고 떠돌 수밖에 없었던 한민족의 처절한 아픔이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책의 저자는 정치적 현실은 슬며시 보여줄 뿐 단한번도 지도자를 탓하지 않습니다. 나라의 운명이 어찌 되었던 현실은 늘 코앞에 있고 그 속에서 발버둥 치며 살아가는 인간의 삶은 세상 어디에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한 정서가 이 책을 읽는 전 세계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고 공감을 이끌어 낸 것이 아닐까 합니다.

 

억압과 핍박 그리고 차별 속에서 살아야 했던 "자이니치" 즉 재일 동포의 삶은 그동안 유대인과 흑인으로 대표되었던 소수민족과 비주류 계층의 아픔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인으로서 이 땅에 살아가고 있는 저의 관점은 사뭇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은 같은 민족으로서 뒤틀린 역사의 뒤안길에서 해외로 흩어진 동포들의 아픔을 너무도 몰랐다는 사실입니다. 아직도 "자이니치"는 일본에서 태어나도 국적을 취득할 수 없습니다. 1923년 관동 대지진 때 불순분자라는 누명을 쉬워 수천수만 명의 조선인이 죽창으로 학살당했고 온갖 멸시와 조롱 속에서 일본 사회의 밑바닥을 전전해온 그들의 아픔은 형언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이민진 작가는 소설의 집필 배경으로 1989년 일본에서 발생한 13세 "자이니치" 소년의 죽음을 이야기합니다. 순수 혈통을 강조하는 일본 특유의 폐쇄적 환경 속에서 "이지메"로 내몰렸던 한민족 학생은 결국 건물의 옥상으로 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살아남은 사람은 끝끝내 살아남았습니다. 많은 "자이니치"들이 질시와 멸시 속에서 야쿠자가 되었고 빠칭꼬를 운영하면서 가족을 지켜내었습니다. 일부의 사람들은 귀화라는 방법으로 국적을 취득하고 일본인이 되었지만 한민족의 뜨거운 피가 바뀌지는 않음을 알고 있습니다.

 

최근에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국력이 약해서 자초한 일을 언제까지 이웃 나라만 원망하고 탓하며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빈껍데기 사과를 바라지도 말고 용서를 거론하지도 맙시다. 다만 기억합시다. 그들이 저질렀던 행동 하나하나를.

 

조국의 앞날과 미래 세대를 위해 가까운 나라와 협력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리고 강해져야 됩니다.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정치 지도자는 사자 같은 용기와 여우 같은 간교함"으로라도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민생을 안정시킬 책임이 있습니다. 한민족은 유사 이래 수천 번의 칩입을 받아왔지만 한 번도 다른 나라를 침략하지 않았습니다. 이민진 작가의 인터뷰 내용을 다시 한번 상기해 봅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한국인처럼 만들고 싶다. 그것이 평화에 접근하는 길이다."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가 전하는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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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꽃

차인은 어떤 사람을 일컫는 것일까요? 사전적 의미의 정의는 차를 사랑하며 차로서 도를 추구하는 사람으로 한정했다가 점차 차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사람을 포함하고 지금은 차를 즐기는 모든 사람들을 통칭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차인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한국의 차 역사를 살펴보면 삼국시대 이전에 이미 차가 전래되었던 기록이 있고 고려 시대에 '일상다반사'라는 말이 생길 만큼 융성기를 맞이하였습니다. 그러나 조선이 건국되면서 여러가지 원인으로 쇠락하였고 근대에는 겨우 명맥을 이어오다가 80년대 이후 사찰과 전통찻집을 중심으로 점차 대중 속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최근에는 경제가 성장하고 개인적 욕구가 폭발하면서 다양한 문화들이 우리 곁에 다가와 있습니다.

 

차도 기존의 녹차 중심의 음용 인구에서 이삼십 대 젊은 층으로 저변이 확대되어 지구촌의 다양한 차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한국에서 "차 한잔할까요?"라는 질문을 대중에게 던졌을 때 처음 떠 올리는 차가 어떤 차일까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은 대부분 차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녹차를 비롯한 오룡차 보이차 등을 떠 올리겠지만 일반 대중은 커피를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차 한잔하자는 의미는 커피 한잔하자는 의미로 통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 글이 커피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포화 상태인 한국의 현실을 고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커피도 인류가 개발한 훌륭한 음료이고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제이며, 바쁜 현대인에게 잠시 잠깐이지만 달콤 쌉쌀한 여유와 낭만을 안겨줍니다.
 

문제는 커피가 과연 차인가 하는데 있습니다. 커피는 당연히 커피고 차는 당연히 차입니다. 그래서 차인은 당연한 말이지만 차를 마시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전 세계에서 커피를 차와 혼용되는 단어로 생각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이렇게 된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우선 차계의 일선에 있는 차 상인과 차 선생님들부터 각성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차를 마시고 있는 자신이 과연 차인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사람인지도 돌아볼 일입니다. 자신의 관점과 논리를 떠나 우선은 차가 대중 속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다 같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에 올린 글들은 현재 차 업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차 선생님, 동료 차상, 그리고 고객이라 할 수 있는 차인들에게 하기 힘든 이야기이지만 한국의 차문화 발전을 위해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이야기이기에 매 맞을 각오를 하고 간절히 호소한 것입니다.

 
차는 '카멜리아시넨시스' 라는 학명을 가진 식물의 잎을 다양한 형태로 가공해서 만든 음료입니다. 차를 단순한 음료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다선일여 등의 의미를 부여하여 정신문화를 일께 우는 도구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차를 어떻게 생각해도 좋다는 입장입니다. 차에 대한 다양한 시각은 결국 차의 지평을 넓히는 일입니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차만 정답이고 다른 차는 마시지 말라는 식의 논리는 지양되어야 할 것입니다. 차가 일반화되자면 일단은 차를 마시는 사람부터 늘어나야 합니다. 그래서 차를 생산하는 사람, 판매하는 사람, 가르치는 사람, 특히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무한정으로 늘어나서 한국이 커피공화국이 아니라 차 공화국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차도 한류의 한줄기 물결이 되어 대한민국이 언젠가 세계의 차 산업을 선도하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한된 면적과 기후를 가진 우리나라가 세계 차 산업을 선도하는 것은 꿈같은 일이라고 하시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차가 생산되지 않는 영국이 현재 세계의 차 산업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비록 소수지만 한국의 유능하고 뜻있는 젊은이들이 차 업의 일선에서 신선한 바람을 일어 키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한국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 제세이화"는 차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고 올곧은 이치로서 세상을 이끌어 나가는 것은 차가 지닌 숭고한 덕목입니다. 이러한 덕성을 발견하자면 일단은 차를 마셔야 되겠지요. 통계상으로 한국이 술과 커피의 음용량은 세계의 꼭대기에 있지만 차는 가장 적게 마시는 나라라는 오명부터 떨쳐내야 됩니다.

 

이 차도 마셔보고 저 차도 마셔봅시다. 차는 이런저런 논리를 떠나 마셔봐야 알 수 있습니다. 그런 다음 내 몸에 맞는 차, 내가 좋아하는 차를 찾아서 마십니다. 지구촌 시대에 한국이란 좁은 땅 안에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아서는 미래가 없습니다. 특정 차만 고집하고 다른 차는 쓰레기라는 식의 관점으론 결코 세계인이 될 수 없을뿐더러 한국의 차가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수도 없습니다. 오히려 차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불신을 조장하고 차의 세계에서 멀어지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시대의 진정한 차인은 어떤 차든 즐겨 마시고 권하는 사람이라 정의하고 싶습니다.

 

화려한 다구와 차를 다만 전시만 해두는 무늬만 차인이 아니라 매일같이 차를 마시고 수시로 권하는 사람, 내가 취급하는 차만 최고라고 우기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차든 장점을 발견할 줄 아는 사람, 차를 마실 때 차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알고 내 몸에 오게 된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 형편에 따라 가치가 다르더라도 소중한 사람에게 차를 선물할 줄 아는 사람. 차가 좋아서 매일 마시지만 차 이전에 사람이 먼저라는 걸 아는 사람. 이 생의 마지막 호흡을 차 향기와 함께 하고픈 사람.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가 전하는 소식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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