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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공항 출국장

출국: 2022년 2월 17일 저녁 8시 인천에서 중국 사천성 성도로 가는 아시아나 OZ323 편에 탑승했습니다. 중국 영사관에서 비자를 갱신하고 출국 일주일 전부터는 코로나 PCR 검사 3회를 비롯하여 3차 접종 증명서 등의 서류들을 작성하고 휴대폰에 건강진단 그리고 세관신고 인증 마크를 생성해야 했습니다.

방금 기내식으로 제공되는 생선튀김 요리를 먹고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비행시간은 4시간으로 예상되며 저는 잠시 눈을 붙이고 싶습니다. 도착 30분 전이라는 안내 방송에 눈을 뜹니다. 배우 안성기 씨의 목소리로 불우한 환경에 있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자는 유니세프 안네 방송이 흘러나옵니다. 설날에 95세 어머님이 주신 세뱃돈을 드리고 싶은데 받는 사람이 보이질 않습니다.

다음에 줄까! 내년 설 세뱃돈을 받을 때까지는 지갑에 복돈으로 간직할까! 잠시 망설이다가 승무원을 부릅니다. 넘쳐서 나누는 것보다 먼저 비우는 삶이 옳다는 생각을 합니다. 작은 것이지만 나누고 보니 기분이 참 좋습니다.

입국: 12시쯤 사천성 성도에 도착하니 비행기 창밖으로 비가 내립니다. 방역 때문이라며 한 시간을 대기시키더니 비로소 입국 절차가 시작됩니다. 반복 또 반복, 중국에 살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불필요해 보이는 서류들과 절차들이 다소 짜증스럽게 느껴집니다. 모든 절차를 마치고 버스에 탑승하여 격리 호텔로 이동합니다. 한 시간 정도를 달려 격리 공간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5, 방호복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분무기로 각종 소지품을 소독하고 사람까지 빙빙 돌아가며 소독약을 뿌려댑니다.

14일치 격리 비용 청구서

고압적인 자세 명령조의 어투로 이런저런 지시를 내리지만 아무도 거역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지정된 숙소에 들어오니 침대 위에 계산서가 올려져 있습니다. 5340위안 한국 돈으로 백만원정도인데 숙식을 포함한 14일치 격리 비용입니다. 작년에 심천에서 격리할 땐 조그마한 냉장고라도 있었는데, 이름만 호텔이지 한국의 삼류 여관 수준입니다. 프런트로 연락하여 김치 등의 식료품을 챙겨와서 냉장고가 필요하다고 했더니 이곳은 원래 모든 객실에 냉장고가 없다며 꼭 필요하면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사용하랍니다. 14일 격리하는데 냉장고를 들일 수는 없겠고, 날씨는 추운데 온풍기도 시원찮고 한마디로 착잡합니다.

숙박 시설

짧은 생각: 최근 동계 올림픽의 판정 문제 때문에 반중 정서가 다시 치솟고 있습니다. 개막식 때 조선족의 한복 의상 때문에도 여러가지 논란이 있습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저로서는 앞으로 양국의 관계가 건설적으로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지난번 사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중국 여러 도시의 차 박람회에 참가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은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듭니다.

G2로 불릴 만큼 현제 중국 경제는 글로벌 세계의 중심 축이 되었지만 아직도 전 근대적인 사고방식에 머물고 있는 듯한 일부 중국인들의 의식구조는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전 세계인들의 축제라고 불리는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자국 선수의 매달 하나를 위해 백개천개의 우호적인 매달을 놓치는 바보 같은 행동을 더 이상 저질러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입장에서는 그럴수록 더욱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제 한국의 대중국 수출입 동향을 살펴보면 전 세계 교역량의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미국 일본과의 교역량을 합친 것보다 큰 규모로 한국 경제의 절대적인 동력입니다. 그렇다고 결코 비굴해질 필요는 없겠지만 국익을 위해 아니 개개인의 살림살이를 위해 감정적인 대응보다 현실적인 방안들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올림픽 개막식 때 조선족의 한복 의상을 두고도 말이 많은데 중국의 55개 소주 민족들이 각자의 민족의상을 차려입고 입장해서 여러 민족이 함께 만들어가는 중국을 연출하고자 한 것을 두고, 유독 한국만 조선족 한복 복장을 문제 삼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한국의 입장을 생각해서 조선족만 고유의 복장을 외면하고 다른 복장을 하고 참가해야 했을까요? 물론 중국이 동북공정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고유한 문화까지 자국의 것으로 편입시키려는 의도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은 원망하고 질타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일본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지만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해결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격리실 도시락

그리고 저는 조선족이라는 표현도 재중동포라는 말로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해당 국가에서 주류를 구성하고 있는 민족 이외의 민족을 그렇게 부를 수는 있겠지만 우리 스스로 조선족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재일동포. 재미동포라고 하듯이 당연히 재중동포라고 부르는 것이 옳습니다. 주권이 침탈당하는 역사의 뒤안길에서 해외 각지로 이주한 재외 동포들의 아픔과 역사도 기억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보듬어야 할 것입니다.

 

맺는말: 저는 중국에서도 변방인 운남에서 차를 생산하는 사람입니다. 오로지 차만 생각하고 생산에 전념하고 싶지만 이런저런 환경과 상황이 때론 저를 번민하게 합니다. 입국 과정에서 다소 걸 꺼러웠던 마음들을 살펴보며 그래도 내가 자원해서 들어온 길임을 상기합니다. 코로나 상황이라 어쩔 수 없는 선택 임도 이해합니다. 언젠가부터 어려울수록 더욱 발동하는 내 맘속의 오기를 봅니다. 좋은 차 만들고 싶습니다.

적어도 중국인들이 만든 차보다는 더 정직하고 경쟁력 있는 차를 만들어서 전 세계에 한국인이 만든 차를 자랑하고 싶습니다. 주변의 강대국들에 비하여 영토나 자원 모든 면에서 부족하고 전쟁으로 분단된 조국에서 태어났지만, 외세의 갖은 간섭에도 오로지 사람의 힘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선배 어른들의 피땀을 생각합니다. 끝끝내 살아남은 한국인의 혼이 내 핏속에 흐르고 있음을 느낍니다.

-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의 운남 현장에서 전하는 소식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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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을 맞았습니다. 1차 접종 때는 팔이 약간 무거운 정도였는데, 2차 접종을 하고는 머리도 무겁고 몸살기가 있어서 하루를 쉬었습니다. 저는 약을 먹거나 병원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웬만큼 아파도 그냥 견디는 편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보약을 먹거나 독감 예방접종을 한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감기가 들면 몸을 쉬라는 신호로 여겼고, 며칠 고생하다 보면 저절로 나아지곤 했습니다. 그런데 멀쩡한 사람이 두번이나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아파서 누워 있자니 참 생각이 많습니다.

어릴 때 맞았던 각종 예방 접종과는 달리 이번의 코로나 예방접종은 왠지 모르게 작위적이라는 느낌은 왜일까요? 어느 순간 갑자기 시작된 광풍이 전 세계를 순식간에 집어삼켜버렸습니다. 언론을 통해 매일같이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가 공표되고 전문가들이 나와서 병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예방 접종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걸려도 큰 문제가 없는 어린아이들까지 접종을 유도하고, 미접종자들은 따로 구분하여 불이익을 주는 사회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접종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은 곧 미접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입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사회적 규범을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엄연히 이 사회에 소속되어 있고 그 속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으므로 사회적 관계를 위해 접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각종 매스미디어를 통해 생방송으로 진행되어 온 코로나 광풍의 결과를 들여다보면 다소 의아합니다.

한국 통계에 의하면 2년여 동안 확진자로 분류된 사람이 삽십여만 명, 사망자는 이천여 명입니다. 오천만 인구 중에서 확진된 사람의 비율은 0.6%, 사망자는 0.005%입니다. 코로나 확진자의 사망률 또한 0.8% 전후라는 통계입니다. 물론 이러한 통계는 보건당국의 슬기로운 대처와 의료진의 힘겨운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코로나로 인한 각종 통제로 야기된 사회 경제적 손실과 소상공인, 소시민들의 피해를 생각하면 이러한 통계는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한국에서 매년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만 삼사천명, 자살인구 또한 비슷합니다. 코로나로 사망한 숫자보다도 두배 이상 높습니다. 각종 통계를 들여다보면 코로나 문제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사회 임을 알 수 있습니다.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며 큰소리치는 정치권의 대처 또한 한심합니다. 지난번에 이어 피해 구제를 한답시고 전 국민의 90%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똑같이 25만 원씩을 지급합니다. 표를 의식한 탓인지 이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 25만원 받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큰 지장 없는 사람이 10% 정도밖에 안됩니까?

경제가 어려울수록 더 힘든 사람들은 소상공인과 서민들이라는 것은 모두 다 알고 있습니다. 왜! 가장 어려운 10%로의 사람들에게 90%의 예산을 몰아주지는 못할까요? 너 나 할 것 없이 우선 다가오는 현금에 눈이 어두워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정말로 힘든 사람들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입니다.

생명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파생된 결과와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건대 지금의 광풍은 다소 과장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제 코로나 바이러스의 정체는 대부분 밝혀졌고 대처하는 방법도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하루속히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큰 범주에서 보면 인간은 자살할 수도 있으며, 원하지 않는 병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모두를 위한다는 합리가 일부 세력에게 특수를 안겨주는 논리로 변질되어 갈 수 있음도 살펴봐야 할 시점입니다. 통제는 자연스럽지 않으며 영원히 지속될 수도 없습니다. 인간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스스로 선택하며 자유롭게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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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운산 보이차의 이중 포장지

최근에 2019년 오운산에서 출시한 일부 차의 포장지에서 형광물질이 확인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본사 차원에서 그동안 오운산에서 출시한 모든 제품을 전수 조사하였습니다.

오운산 차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본사에서 책임을 지는 것이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을 탓하기 전에 문제를 사전에 인식하지 못한 저희의 책임 임을 통감하며 먼저 정식으로 오운산 차를 아껴주시는 많은 분들께 사과드립니다.

오운산은 해당 품목에 대한 전면적인 포장지 교체작업을 시행 하겠습니다. 그리고 고객의 입장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다행히 "오운산 차들은 이중 포장이고 내부의 종이는 전부 식품안전지로 포장"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설사 외포장지에서 형광물질에 발견 되더라도 제품에 직접적으로 닿았을 가능성은 아주 적음을 알려드립니다.

uv램프를 비춘 2019년 '진'과 속포장지

- 해당품목 -

2019년 (외부 포장지)

진 / 선 / 미 (100, 333g)

고차지향 (100, 333g)

석가정선 (100, 333g)

석가백차 (333g)

2020년(내비)

홍하단주(100g) 내비

2020년, 2021년(외부 포장지), 2021년 (외부 포장지)

노반장(100g) / 빙도(100g) / 석귀(100g)

일부주문제작차

*그 동안 오운산에서 출시하였고 본사에서 보관하고 있는 제품 이외의 기타 제품에서도 형광물질이 발견된다면 알려 주십시오. 즉시 조치하겠습니다.**

- 발생경위 -

최근에 소셜미디어 등에서 일부 차인이 형광물질에 대한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오운산에서도 그동안 출시한 차들을 조사하였습니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9년 중국 곤명 및 일부지역에서 보이차 포장지에 형광증백제를 사용한 종이제작업체가 발각되어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이후로 중국 식품처에서는 매년 임의로 종이제작업체를 선정하여 품질검사를 시행한 후 결과를 온라인으로 공표하고 있습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재까지도 시중의 다양한 제품에서 형광물질이 검출되어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당시에 저희는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해당 포장지를 사용하였습니다. 인쇄소 측도 최고급 전수공 한지를 원하는 저희의 요구를 충족하는 한지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일차적으로 인쇄소 측의 관리소홀이 문제 발생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후여하를 불문하고 일단 본사에서 발생한 문제에 있어서는 책임을 지는 것이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 대처방안 -

오운산은 형광물질이 발견된 모든 제품의 포장지 교체작업을 진행하겠습니다. 본사에 남아있는 제품은 즉시 교체가 가능하지만, 이미 판매가 된 제품은 고객님의 도움을 받아 포장지를 교체 등의 작업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 다만 2020년도 "홍하단주"(100g)는 일부 내비에서 형광물질이 발견되었습니다. 위의 제품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인지하시는 즉시 내비를 제거하거나 저희에게 연락주시면 좋겠습니다.

* 해당 제품을 소지하시고 계신분은 구매처나, 본사로 연락을 부탁드립니다. 제품을 보내주시면 즉시 포장지를 교체하여 드리겠습니다.

* 해당 제품의 금액 만큼 오운산에서 그동안 출시한 다른 차나 새롭게 출시될 차로 교환해 드릴 수 도 있으니 기타 방식은 본사로 직접 문의해주시면 최대한 고객의 입장에서 답변 드리겠습니다.

- 추신 -

이번 형광물질 논란으로 조사를 해보니 현재 우리의 생활은 알게 모르게 많은 부분 형광물질에 노출되어 있다는걸 알 수 있었습니다.

마스크와 명함, A4용지 등 시중의 다양한 제품을 UV라이트로 관찰 한 결과 빛을 발하는 경우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식품안전처의 답변이 담긴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면 UV랜턴을 비추어 빛이 난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꼭 형광증백제의 사용으로 인한 현상이라고 할 수 없으며, 인체에 유해하다 할지라도 현재 형광증백제로 인한 피해사례가 수집되고 있지 않음을 밝힙니다.

자외선 조사만으로는 제품의 형광정백제 사용 여부의 확인이 곤란하며,

형광현상이 어떤 물질에 의해 유발되는지도 확실치 않습니다.

아직 소비자의 피해 사례가 확인된 바가 없으며

유해성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2020년 11월 15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에 대한 산업통상자원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답변

하지만 차에 있어서는 포장지에 함유된 형광물질의 총량이 경미하며 인체에 해가되는 수치는 아니라 할지라도 정서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오운산은 신속히 포장지 회수 및 교체작업에 착수 하고 기타 문제들은 상담을 통해 해결해나갈 예정입니다. 오운산을 아껴주시는 분들께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리며, 이를 계기로 조금 더 성찰하는 회사가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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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붑니다. 어디에서 비롯된 바람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릴 적부터 가슴속에 천착한 바람의 흔적을 느끼며 자랐습니다. 바람이 붑니다. 예기치 못한 어느 순간 훅 불어와 가슴을 헤집어 놓습니다. 가만히 있을 수가 없습니다. 발버둥 치며 저항하지만 그럴수록 점점 회오리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도무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 바람은 결국 나의 모든 것을 날려버리고 길 위에 묘혈을 팔 것입니다.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이 바람의 풍로를 결국은 인정하고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바람이 붑니다. 오래도록 준비한 여행을 떠나려 합니다. 바람의 행로를 따라 무작정 걸어볼 생각입니다. 인도의 빈민굴도 좋고 히말라야 설산의 오두막집도 좋습니다. 그들의 바람에 내 속에서 일렁이는 바람을 섞어보고 싶습니다. 눈물 젖어 빛나는 암염 몇 조각 삼키고 또다시 길을 떠날 것입니다. 사하라의 모래 폭풍으로 숭숭 뚫린 가슴의 흔적을 메꾸어보고 북극의 차디찬 바닷가에서 그래도 남은 바람을 얼리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끝끝내 이르지 못할 열반의 땅! 작열하는 태양 아래 얼어붙은 바람을 말리고 싶습니다.

바람이 붑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차업의 일선에서 한 발짝 물러설까 합니다. 가족들을 비롯한 그동안 저를 아껴주신 많은 분들께 앞으로의 저의 행로를 설명드린 적이 있습니다. 솔직히 사업의 일선에서 완전히 떠나고 싶은 마음이 더 큽니다. 앞으로는 더 이상 장사 이야기는 하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30년을 장사꾼으로 살다 보니 모든 게 장삿속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만나는 사람들도 그렇게 보입니다. 장사가 꼭 나빠서가 아니라 그냥 계산 없이 살고 싶은 욕망이 강해서 그렇습니다.

바람이 붑니다. 그러나 그 속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내 삶의 피가 되고 살이 되어 준 사람들입니다. 나도 그들의 피가 되고 살이 되어 살아온 세월이 고스란히 남아서 등불처럼 흔들리고 있습니다. 때론 아름답고 때로는 서글펐던 기억들이 풍등처럼 솟구치고 있습니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나의 자유는 그동안 살아온 삶에 저당잡혀 있음을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정맥을 돌아서 심장에 모인 피가 새파랗게 질려 있습니다. 새로운 바람을 호흡하지 못하면 금방이라도 숨통이 터져버릴 것 같습니다.

2021년 봄 석가명차 오운산에서 생산한 차를 출시합니다. 진-선-미로 대표되는 오운산의 정규 제품들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당분간 생산을 중단할 것입니다. 2015년부터 생산해 온 차들이 대부분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재고를 줄여가면서 내년부터는 모든 차를 선주문 형태로 생산할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봄 한철만큼은 저도 운남에 머물면서 저에게 주어진 최소한의 의무를 다할 것입니다. 바람의 행포가 아무리 거셀지라도 제 삶을 지탱시켜준 차를 완전히 떠날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그동안 저희를 믿고 성원해 주신 분들에 대한 도리라고도 생각합니다.

바람이 붑니다. 1996년에 처음 찻집을 시작했지만 본격적인 차업은 2001년 지금의 자리에 터를 잡으면서부터라고 하겠습니다. 2014년 중국으로 진출하고부터는 오로지 내가 만들고 싶은 차에 열중했습니다. 뒤돌아보니 천하의 잡놈이 이십여 년 차 와의 인연 덕분에 그나마 이 땅에 발붙이고 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차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오로지 차 하나만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올해도 마찬가지지만 매 순간 정직했냐고, 언제나 최선을 다했냐고 물으면 자신이 없습니다. 다만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다는 말씀은 드릴 수 있습니다.

올해 참 바쁘게 여러 차산을 다녔습니다. 내가 일선에서 사업의 모든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올해가 마지막이란 생각에 더 욕심을 부린 것 같기도 합니다. 뢰달산에서 올해 마지막 단주차를 생산하면서 하니족 차농이 불러주는 노래에 결국 눈물지었습니다. "내 인생은 한잔의 차와 같다" 노래의 제목처럼 애절하게 와닿는 음률이 가슴 깊은 곳에서 잠자고 있던 바람의 혼을 불러내고 말았습니다. 올해 생산된 차들을 마십니다. 내가 원하는 맛에 근접했지만 이 맛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좋은 차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습니다. 결국은 오로지 마시는 사람의 몫입니다.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의 운남 현장에서 전하는 소식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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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중간쯤에서 맞은편에서 좌회전으로 돌아오는 자동차를 만납니다. 중국에선 종종 마주치는 상황인데 빨리 뛰어서 건너가거나 차를 먼저 보내고 건너가곤 합니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저는 파란불에 횡단보도를 건너왔지만 자동차도 직진과 좌회전 동시 신호라서 중간쯤에서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경우 저는 좀 난감합니다.

한국에서도 아직 이런 신호체계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운전자라면 저는 당연히 사람을 먼저 보내고 자동차를 운전할 것입니다. 중국에서는 자동차가 우선인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제가 좀 늦게 걸으면 클랙슨을 울리며 빨리 가라고 종용하기까지 합니다. 저는 뛰어서 건널 수밖에 없습니다.

건너와서 생각하면 좀 불편합니다. 문명의 진화가 사람을 편리하게 했지만 과연 무엇이 우선인지, 무엇을 위한 문명인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중국에 살다 보니 아직은 전체적인 문화 수준이 낮아서 종종 황당한 경우들에 직면하곤 합니다. 사실은 지역에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나 종종 이러한 경우와 맞닥뜨릴 수 있습니다. 문명이 우리에게 준 혜택을 향유하며 살고 있지만, 물질만능 출세지상주의로 대표되는 현대 문명이 지향하는 방향에 따라 우리는 갈팡질팡 헤매고 있습니다.

원시적인 공동체 사회에서 과학 기술의 발달에 따라 인류가 공통적으로 잘 살 수 있는 방향으로 문명은 진화해 왔습니다. 그러나 잘 산다는 명제가 점점 물질적인 것으로만 집착하게 되면서 인간의 정신문명은 점점 황폐해져 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명은 하루아침에 한두 사람의 힘으로 구축되는 것은 아니지요. 오늘날 현대 문명이 이렇게까지 황폐해진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만든 문명에 예속되어 포로처럼 끌려다녀서는 안 될 것입니다. 차 한 잔을 우리며 잠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폭주하고 있는 듯한 현대 문명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오운산에서 생산된 차

올해 생산한 차들이 멍하이 가게에 도착해서 다시 한번 시음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도 조만간 모두 도착할 것입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느끼기에 올해 차들이 근년 들어 가장 좋습니다. 올해는 여러 지역의 단주차들을 집중적으로 생산하였습니다. 선주문으로 예약된 차들 이외의 남은 단주차 원료들은 진선미를 비롯한 오운산의 정규 제품에 포함시켰습니다.

그동안 판매해 온 가격이 있기 때문에 병배를 통해 조율하는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제가 늘 주장하는 이야기이지만 가격이 비싸다고 꼭 최고의 원료는 아닙니다. 차나무가 굵고 유명 차산이라고 해서 꼭 좋은 차만 생산되는 것도 아닙니다. 아직은 덜 알려지고 수령이 낮은 차나무에서도 얼마든지 좋은 차가 생산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동안의 경험으로 말씀드리면 유명해진 지역은 반드시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찻잔을 놓고 향기를 음미해봅니다. 차는 보이지 않지만 감미롭고도 진한 향기가 뱃속에서부터 천천히 올라옵니다. 저는 언제부턴가 외람되지만 차로 인해 새롭게 태어나는 세상을 꿈꾸어 봅니다. 비싼차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차가 가진 내밀한 맛과 향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누구나 생활 속 가까운 자리에 차를 두고 수시로 차 한 잔의 여유를 누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오운산 차가 아니라 어떤 차라도 상관없습니다. 차 한 잔을 음미하면서 무한 질주하고 있는 문명을 되돌아보며 스스로 추스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의 운남 현장에서 전하는 소식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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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밍 차창에 와서 올해 각 지역에서 생산된 원료들을 정리해서 각종 형태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생산 품목이 많아서 다소 복잡하지만 하나하나 다시 점검해서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있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의 일들은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괜한 참견 같아서 되도록이면 멀리 두고 봅니다.

그러나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고 오롯이 저의 노력으로 완성될 수 있는 일입니다. 봄차가 시작되고 지금까지 정말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손들의 역할이 있었습니다. 다른 모든 일들도 알고 보면 지난한 과정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원시삼림 속에서 피어난 찻잎 하나가 찻자리에서 몸을 풀 때까지의 과정을 생각하면 쉽게 맛을 논한다는 자체가 경솔하다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 찻잎이 뜨거운 물속에서 몸을 풀 때 고향의 엄마 나무를 생각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스님께서 제게 남겨주신 글입니다. 고단한 노동을 마치고 붉은 노을 흐드러진 귀갓길,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한톨의 쌀을 줍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차를 만들고자 합니다.

수많은 손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 또한 결국 저의 책임 임을 알고 있습니다. 문득 천수천안 부처님을 떠올려봅니다. 천개의 손안에 천개의 눈동자가 박혀 있음을 봅니다. 각각의 손을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는 있지만 그 손들 하나하나에 부릅뜬 눈동자가 있음을 느낍니다. 나를 도와주는 그 많은 손들에 대한 경외심을 갖지 않고는 결코 몸과 마음이 편할 수 없으며 모든 일들이 순로로울 수도 없음을 알겠습니다.

모료를 정리한 다음 황편 등 이물질을 제거하고 일정한 품질을 위해 고르게 섞어 줍니다. 그런 다음 다양한 크기로 찍어내고 건조실로 이동합니다. 갓 생산된 햇차를 들어 향기를 맡다가 찻잎 속에 묻혀있는 내비의 글자가 잘못된 것을 발견했습니다. 큰 문제는 아니지만 처음부터 초지일관 노력해온 완벽의 벽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짐을 느낍니다.

설계 디자인은 딸내미가 맡아서 하고 있지만 안경을 쓰지 않으면 작은 글자를 보지 못하게 된 저의 노안을 탓할 따름입니다. 못난 성격 때문에 마침 어버이날이라 고향의 할머니에게 꽃 달아주러 간 딸내미에게 모진 소리 몇 마디 한 것이 못내 걸립니다. 원료와 생산의 문제는 아니고 전체 포장지의 설계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찻잎 속에 파묻힌 내비의 오타 한줄이 오래도록 저를 번민하게 했습니다.

차리리 포장지의 문제라면 원포장을 버리고 다시 포장하면 되지만 내비는 바꿀 수가 없습니다. 살짝 들추어서 지우는 방법, 스티커를 만들어 가리는 방법, 잘라내는 방법 등을 생각해 봤지만 모두 신통치 않습니다. 번민 끝에 결국 그냥 그대로 출시하기로 했습니다. 흠집 투성이로 살아온 제가 선택한 최선의 방법은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입니다. 못난 부분은 못난 대로의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따라 고향의 어니님이 참 보고 싶습니다.

-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의 운남 현장에서 전하는 소식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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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틀 조금씩 내리던 비가 그치고 어제부터 다시 채엽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한국 속담에 농번기 한창 바쁠 땐 "부지깽이도 일손을 거든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요즈음 운남의 차산에는 일손을 못 구한 차농들 가슴이 가뭄처럼 타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국경이 막히면서 해마다 봄차철이면 미얀마 등지에서 들어왔던 일꾼들이 한명도 들어올 수 없는 상황입니다.

임시방편으로 징홍 시내에 살고 있는 태족 아주머니들이 대거 동원되고 있지만 인건비는 점점 올라가는데 능률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습니다. 미얀마에서 들어왔던 채엽 일꾼들은 보통 한 지역에서 합숙을 하면서 활동하므로 비교적 안정적인 일손이었습니다.

그러나 시내에 살고 있는 일꾼은 각자 출퇴근을 하기 때문에 이동 등에서 여러가지 불편한 점들이 많습니다. 찻잎은 피고 일손은 모자라고 채엽 시기를 놓치면 안 되는 차농들 마음은 그야말로 노심초사입니다. 새벽부터 일어나 채엽하고 위조 살청을 거처 쇄청까지 한시도 쉴 틈이 없습니다.

매일매일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노동에 시달리는 차농들을 바라보는 제 마음도 타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차산을 방문할 때마다 잠시 홍보를 위한 촬영을 하고 틈나는 대로 일손을 거들고 있지만 서투른 일손이라 괜한 부담만 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이것저것 거들긴 하지만 오랫동안 숙련된 차농들의 눈으로 보면 어설프고 부담스러운 일손 일 수밖에 없습니다. 가끔 모든 차를 직접 생산하느냐고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내가 만들고 싶은 차를 생산하고 있지만 내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그럴 수도 없고 그렇게 한다고 해서 더 좋은 차가 생산되는 것도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숙련된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채엽에서부터 살청 건조까지 그들에게 나의 의사를 분명히 전달하고 뜻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따름입니다.

예를 들면 채엽은 기준을 알려주고 반드시 일당제로 합니다. 그날 채엽한 찻잎의 무게로 노임을 책정하면 마구잡이 채엽이 되기 싶습니다. 살청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을 결정하고 그 기간 안에 몇 솥만 하라고 해야 됩니다. 바쁘다고 손 빠른 일손으로 생산량만 늘려서는 결코 내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그들을 믿어주고 다만 응원하고 지원할 따름이지요. 바쁠수록 돌아서 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바쁜데 일부러 돌아서 가는 바보는 세상에 없습니다. 이것저것 준비 없이 서두르다가 자칫 실수를 범해서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음을 경계하자는 뜻인 줄 압니다. 그러나 바쁠 때는 당연히 지름길도 찾아보고 더 좋은 방식도 연구하며 더 열심히 개발해야 됩니다.

좀 더 능률적으로 좋은 차를 생산할 수 있다면 기계의 도움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느냐에 있습니다. 기계와 사람 손의 문제가 아닙니다. 차를 만드는 과정은 예술 작품을 탄생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차를 만드는 과정은 내 손에 무슨 귀신이 붙은 것처럼 손맛이 어쩌고 할만한 세계도 아닙니다.

사는 게 다 예술이고 세상에 예술 아닌 것이 없다고도 하지만 차를 만드는 과정은 그야말로 힘겨운 노동의 연속일 뿐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기에 즐겁게 하고 있고 때론 보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엄연히 내가 원하는 상품을 만들기 위함입니다.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땀방울에 젖은 한 줌의 모차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그 차가 어느 날 누군가의 차 자리에서 온몸을 풀어헤치며 세상의 어떤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보다 황홀한 맛으로 다가올 수는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 차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은 결코 어쭙잖은 수식어로 치장될 수 없는 수많은 손들의 정직한 땀방울이 배여있다고 할 것입니다.

- [아제생각]은 석가명차 오운산 최해철 대표님의 운남 현장에서 전하는 소식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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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차소식을 전하는 차밭

오늘이 3월 10일입니다. 멍하이의 이곳저곳에서 햇차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고수차는 아직 이르고 양지쪽의 소수차나 매년 가지치기를 하는 대지 차밭의 차들입니다. 농밀한 회감은 없지만 그래도 햇차의 싱그러움이 있고 단맛이 좋습니다. 녹차를 비롯한 대부분의 차들은 첫물차를 우전 등으로 부르며 최고 등급으로 분류합니다.

보이차도 첫물차가 좋은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고수차도 이곳에선 토우춘(頭春) 차라고 부르는 조춘 또는 첫물차가 맛도 좋고 가격 또한 가장 비쌉니다. 그런데 차나무가 위치한 지역과 수령에 따라 찻잎의 발아 시기는 각각 다릅니다. 운남의 면적은 남북한을 합친 크기의 두배정도 됩니다.

구름의 남쪽에서도 남쪽이라고 할 수 있는 멍하이 쪽이 가장 빠르고 점차 이무-임창-보이-보산 쪽으로 올라갑니다. 차나무의 수령도 비교적 어린 나무부터 발아하기 시작하고 해발고도의 차이, 음지와 양지에 따른 차이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생산되고 있는 차들은 운남에서도 남쪽, 해발고도가 낮고 양지쪽에 위치한 소수차들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러한 차들은 첫물차라도 아주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고수차의 가치가 폭등하면서 상대적으로 소수차들은 홀대받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어떤 지역은 생산 단가조차 맞추기 어려워서 생산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봄바람에 출렁이는 새싹을 바라보며 보이차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보이차가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건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고수차의 가치가 알려지고 폭등하기 시작한 건 십여 년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05년 전까지만 해도 보통은 고수차와 소수차를 구분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찻잎 모양이 이쁜 소수차가 대접받던 시기였습니다. 차의 유구한 역사와 현재 전 세계적인 차계의 동향을 살펴보면 보이차에서 노차라는 개념의 형성과 고수차의 폭등은 지극히 이래 적인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광조우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차를 마치 금융상품처럼 취급하고, 일부 노차는 천문학적인 가치로 폭등하는 등 차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다소 황당한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또 일부 세력들이 규합하여 이러한 풍조를 조장하고 그 세력들의 언저리에서 부하뇌동하는 무리들까지 합쳐져서 일종의 거대한 악순환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자본의 속성이 원래 그런 것인데, 자본이 주가 되는 세상에서 사업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그러나 한국인이 만든 브랜드로 좋은 차를 생산해서 당당하게 차의 세계에 입성하고픈 마음으로 현실을 바라보면 때론 참으로 암담합니다. 그러나 멀리 보면 아직도 보이차의 가치에 대한 평가는 시작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차는 마시는 것입니다.

주식도 아니고, 골동품도 아니고, 보배도 아닙니다. 예나 지금이나 차는 여전히 마시는 음료일 뿐입니다. 언젠가는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는 광풍이 아니라 누구나 마셔서 언제나 기분 좋은 차가 우리 곁에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누가 뭐래도 차는 여전히 차일뿐이지요! 햇차들도 지금처럼 일부 지역과 수령, 지명도에 과도하게 편중된 시각에서 점차 넓은 세계로 나아갈 것입니다. 소수가 독점하는 상황에선 제대로 된 평가나 올바른 문화가 형성되기 어렵습니다. 대중의 기호라는 용광로 속에서 결국 살아남는 차가 앞으로의 차 문화를 이끌어 갈 것입니다.

박람회장 오운산 부스

문화 또한 고급문화와 대중문화로 나누어질 수 있습니다. 고급은 고급의 용광로가 작용하고 일반은 일반의 용광로가 작동할 것입니다. 그 용광로 속에 당년호차 경년신차(當年好茶 經年新茶)로 대표되는 석가명차-오운산을 던집니다. 훗날에 황홀한 맛으로 돌아온다는 말들로 포장된 쓰고 떫기만 한 차, 보이차는 원래 그렇다는 말들로 포장된 당장 마시기도 어렵고 나도 모르게 찡그리는 차가 아니라 당장 마셔도 순하면서도 달고 향기로운 차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일정한 세월이 경과하면 새로운 맛으로 다시 태어나는 차를 만들고 싶습니다.

결국 껍데기는 사라지고 올곧은 것만 용광로의 주물이 되어 세상 사람들의 가슴에 흔적을 남길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특히 보이차는 수많은 사람들의 논쟁 속에 있지만 갈릴레이의 한숨처럼 그래도 지구는 돌고, 수많은 차산을 돌고 돌면서 그래도 차맛은 언제나 정직하다는 믿음이 이제는 확신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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