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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리기 과정

 

멍하이 일기를 쓰기 시작한지 일 년이 되었습니다. 애초에 생각한데로 100편까지만 쓰고 다음을 기약하겠습니다. 그동안 막연히 차를 만드는 것에만 열중하다가 여러분과 호흡하며 일기 형식으로 글을 쓰다 보니 저에게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글을 마무리하면서 그동안 알게 되었던 것들을 정리하고 과학적 시각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겠습니다. 물론 제가 말씀드리는 과학적 시각은 이 분야의 전문가 분들이 보기엔 걸음마 수준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면서 보고 느끼게 된 사실을 바탕에 두고 과학적 데이터를 수렴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생잎 수매

 

채엽

차나무에 달린 차잎을 따는 과정이지요, 생산하는 차의 종류마다 방법이나 시기가 다르고 또한 지역에 따라 차나무의 수령과 품종에 따라서도 채엽 방법은 각각 다를 수 있습니다. 찻잎은 흔히 일창일기(一槍一旗), 이기, 삼기 등으로 채엽한 찻잎의 모양을 보고 구분합니다.

 

찻잎의 끄트머리에 있는 뾰족한 싹을 창이라고 부르고 그 아래의 잎을 기라고 하는데 잎이 하나 붙어 있으면 일창일기, 세게 붙어 있으면 일창삼기라고 합니다. 소수차는 보통 일창이기가 많고 고수차는 귀하기 때문에 삼기가 많습니다. 차왕수 등의 딴주차(單株)는 사기 심지어 오기로 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차산을 다니다보면 딴주차 등의 수령이 특별이 높은 차는 과채엽 문제로 늘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채엽 받침대로 설치해놓은 구조물 속에 갇히어 마치 수감된 인상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이런 나무일수록 특별히 보호해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착취당하고 있는 듯한 현실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위조

차산에서 따온 찻잎을 그늘에 넓게 펼쳐서 산화를 늦추고 시들리기를 통해 살청을 용이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오운산의 경우 보통 네 시간 정도의 위조 시간을 준수합니다. 생잎 10kg을 네 시간 위조하면 수분이 증발함에 따라 8kg 정도가 됩니다.

 

소수차보다 고수차, 봄차보다는 가을차의 수분 손실률이 높습니다. 경험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여름차, 가을차가 봄차보다 수분함량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위조 시간이 길면 단맛이 증가하지만 너무 길면 산화가 진행되어 찻잎 색깔이 갈색으로 변합니다. 짧으면 떫은맛이 많아지고 살청시 수분이 과다 노출됩니다.

 

온도측정기

 

살청

차의 제조공정 중에서 설렁설렁 하는 것 같지만 가장어려우면서도 복잡한 것이 살청입니다. 넓게 펼쳐진 가마솥에 불을 지피고 중심온도가 200, 주변온도 100도 평균 150도 정도로 맞추고 위조가 끝난 찻잎을 투입합니다.

 

처음 풋내가 강하게 올라오면서 약하게 따닥따닥 찻잎이 솥의 뜨거운 열기에 반응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10분쯤 지나면 찻잎의 부피가 줄어들면서 수분이 빠져나와 눅진눅진합니다. 20. 달콤한 향기가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30.

 

온도측정기의 찻잎 온도가 70도 전후가 되고 달콤하면서 고소한 향기가 올라오고 수분이 줄어든 느낌이 듭니다.(솥에 닿는 찻잎의 실제 온도는 효소의 실활 기준인 80도 이상입니다.) 줄기를 구부려보면 부러지지 않고 완전히 접혀집니다.

 

찻잎을 한두번 높게 올리면서 엉긴 부분을 털어주고 마무리합니다. 살청기계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옛날엔 긴 원통형으로 온도를 삼백도 이상 올리고 차를 입구로 투입하면 잠시 후(1분정도)출구로 곧바로 솟아져 나오는 형태였습니다.

 

오운산에서 사용하는 살청기계는 최신형으로 온도를 가마솥보다는 약간 높게 설정하고 찻잎을 입구로 투입한 후 정회전으로 16분정도를 운행한 다음 역회전으로 다시 나오게 하는 방식입니다. 기계 살청의 단점인 찻잎의 탄화를 방지하고 가마솥 살청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기계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손맛으로 느껴지는 그 무엇을 완전히 따라가기는 어려운 현실입니다. 살청이 끝나면 위조 후의 무게에서 20% 정도 다시 줄어듭니다.

 

유념

살청이 끝난 찻잎은 잠시(10) 식혔다가 유념기계에 넣어서 비벼줍니다. 일정한 압력으로 기계가 빙빙 돌면서 찻잎을 문질러 줍니다. 유념은 가능하면 기계로 하라고 권합니다. 손으로 한다고 무조건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가장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느냐입니다.

 

압력이 강하면 찻잎의 파괴가 심하여 탕색이 혼탁하고 몇 년 지나면 차맛이 뚝 끊어지는 단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약하면 차맛이 제대로 발현되지 못해서 고수차라도 밍밍한 맛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무게는 약간 줄어들지만 큰 차이는 없습니다. 오운산의 유념 시간은 대략 7분입니다.

 

쇄청

오운산에서 차의 제조과정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살청과 유념과정에서 찻잎 속의 물질이 흘러나오고 이 물질이 햇볕과 만나면서 보이차 특유의 향미가 형성됩니다. 저는 보이차를 다른 모든 차와 구분하는 가장 결정적인 특징이 쇄청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비가 오면 어쩔 수없이 투명 지붕이 있는 곳에서 쇄청해야 하지만 햇볕에 직접 맞닿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6시간이면 완성됩니다. 찻잎이 바짝 말라서 향을 맡으면 여기선 흔히 태양 맛이라고 부르는 비릿하면서도 고소한 향이 올라옵니다. 이로서 보이 모차 제조의 모든 과정이 끝납니다.

 

생잎일 때 10키로 이었던 차가 이러한 과정을 거쳐 모차가 되면 2.3키로 정도 됩니다. 제작과정의 무게 변화를 간단히 정리하면 생잎(10)-위조(8)-살청(6)-유념(5.6)-쇄청(2.3) 정도로 대략 정리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모든 과정은 오운산에서 생산하는 보이차에 대하여 설명 드린 것입니다. 다른 곳에서도 비슷하게 하거나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습니다. 오운산의 방식이 꼭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최대한 전통적인 보이차 생산 기법을 따르고자 합니다. 그러나 좀더 좋은 차를 만들 수만 있다면 언제든지 기계나 과학적 도구도 활용하고 싶습니다.

 

수분함량측정기

 

제작이 끝난 모차들을 수분함량측정기에 넣어서 검사해보니 기계살청(5~6%) 보다는 수공살청(6~7%)의 수분함량이 높게 나옵니다. 그리고 야생차(7~8%)는 좀더 높게 나옵니다. 기계와 수공의 차이는 살청온도와 관련이 있겠고, 야생차의 수분함량이 일반 고수차보다 높은 것은 차를 만들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고수차는 4.3키로의 생잎으로 모차 1키로를 만들 수 있지만 야생차는 5키로 정도가 필요합니다.

 

이상으로 제가 그동안 보이차를 생산하면서 경험하게 된 사실들을 있는 그대로 알려드립니다. 그러나 위에 열거한 수치들은 날씨 등의 다양한 조건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엄밀한 과학적 근거로 정리하기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다만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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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운산고차를 방문한 한국 손님들

 

아름답고 흥겨운 축제를 마무리하고 다음 날 이우를 갑니다. 최근에 이우도 많이 변하고 있습니다. 이우 읍내는 곳곳이 공사 중이고 이우노채에 도착하니 입구에 있었던 허름하지만 정겹던 초등학교는 맞은편에 깔끔하게 새로 지은 곳으로 옮겼습니다.

 

반쯤 허물어졌던 박물관도 단장이 끝났는데 아쉽게도 자물쇠를 걸어 놓았습니다. 보이노차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경창호, 동흥호, 복원창, 차순호 등의 고가를 둘러보고 차마고도의 시발점이라고 표시된 곳으로 올라가 기념촬영을 합니다. 고육대차산의 이름을 하나씩 새긴 바위들을 빙 둘러 놓았고, 말에다 차를 실은 조각상들이 줄지어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무의 차농과 함께

 

이우의 오운산 차를 담당하는 차농 집으로 가서 올해의 이우 차들을 시음합니다. 치과 의사를 그만두고 가업을 잇고자 이우로 낙향한 오운산의 이우 차농의 조상이 동경호를 제작한 분이라고 족보를 가지고 와서 소개합니다. 한국에서도 보기 드문 족보까지 제작해서 걸어놓고 좋은 원료를 생산하고자 하는 열의에 박수를 보냅니다. 모두들 값비싼 차들만 시음하자고 합니다...

 

비싼 차라고 모두 최고의 차라고 할 수는 없지만 비싼 차들은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아직도 남아있는 이우의 진정한 고수차들은 그 매끄러움과 달콤한 매력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부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달콤한 향기에 취하면 매년 이우로 달려와야 할지도 모릅니다. 한국의 카카오톡과 비슷한 통신망인 중국의 웨이신에는 연일 진정한 이우고수차 생잎을 구입하기위해 차산의 길목마다 장사진을 이루고 있는 이우차 마니아 사진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징홍의 란창강변에 있는 호텔에서 하루밤을 묵고 보이차의 고향 푸얼현(普洱縣) 아니 닝얼현(寧洱縣)로 갑니다. 징홍에서 버스로 네 시간, 먼저 숙소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쿤루산(困鹿山)을 오릅니다. 원래는 쓰마오시 푸얼현이었는데 보이차를 세계적인 음료로 발전시키기 위한 중국정부의 정책에 따라 쓰오시(思茅市)가 푸얼시(普洱市)로 바뀌었고 푸얼현은 닝얼현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푸얼현이 푸얼시로 바뀌었으니 의미가 확대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푸얼현을 닝얼현으로 이 바꿀 필요 없이 푸얼시 푸얼현으로 그대로 두었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합니다.

 

쿤루산 차왕수

 

쿤루산의 차맛을 어떻게 표현 할까요! 산 아래로 펼쳐진 풍경만큼이나 장쾌하고 시원합니다. 그리고 콤하고 향기롭습니다. 쿤루산 황가고차수(皇家古树茶)다원의 차는 청나라 때 황실에 공납되었던 차로도 유명한데, 내가 차를 아는 신하라면 임금에게는 마땅히 이런 차를 올려야 국정이 안정되고 삶이 평화워질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모두들 어떤 차산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우아한 차맛에 반합니다.

 

하산하여 저녁을 먹고 잠을 청합니다. 피곤은 몰려오는데 이상하게 잠이 오질 않습니다. 마침 추적추적 봄비가 내리는 푸얼의 옛 거리를 걸어봅니다. 중앙에 원기둥 모양으로 지어놓은 보이차 박물관과 대문이네온으로 장식되어 찬란합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공항에서 손님들을 배웅하고 돌아오면 약간은 허전하고 적적합니다. 멀리서 어렵게 오셨는데 좀더 잘 모셔야 되는데 하는 아쉬움도 있고 모처럼 차를 좋아하는 진정한 차인들과 어울려 놀고 떠들다가 또다시 홀로된 쓸쓸함 같은 것이 있습니다.

 

가지고 오신 반찬이랑 라면 등을 전부 모아서 주시기도 하고 온 몸에 벌레 물린 자국을 보시고 안타까워하시며 귀국해서 약품을 보내주시는 분도 계십니다.제가 차를 만들면서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은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천하에 천둥벌거숭이인 제가 차 덕에 고귀한 분들을 만나 그분들과 좋은 차 나누어 마시며 늙어갈 수 있다는 것이 커다란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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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와 도부장

 

샹주칭과 빙도, 화주량즈 등을 탐방하고 귀국하신 팀을 뒤이어 2차로 티월드의 김정순 위원장님을 비롯한 12분의 차인이 멍하이를 방문하였습니다. 이번엔 한국의 석가명차 이과장이 손님들을 인솔하고 왔는데 저는 징홍 공항에서 밤늦게 손님들을 맞이하였습니다.

 

다음날 먼저 라오반장을 방문하고 내려오면서 저희 집에 있는 초제소에서 살청과 유념 등을 체험하였습니다. 다음날은 징마이를 방문하여 천년만묘고차원의 중심인 따핑장에서 고수차 숲을 거닐며 최근에 위장병 등에 특효하다고 알려진 방해각찾기에 몰두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오운산과 계약 관계에 있는 노강의 차농집을 방문하여 올해의 여러 가지 상황을 점검하였습니다.

 

최근에 갑자기 징마이 일대에 우박이 솟아지면서 생잎 가격이 폭등할 조짐이 보입니다. 매년 봄차 때가되면 윈난성 일대에 꼭 한 두 번씩은 우박이 솟아집니다. 작년에는 작황도 좋지 않은데다 우박피해까지 심해서 생산량이 감소한 탓에 가격을 부채질하곤 했습니다. 올해는 비교적 날씨가 순조로워서 차맛은 예년에 비해 좋고 생산량도 조금은 증가할 것 같습니다.

 

징마이 노강차농은 눈동자가 유난히 큰데 딱 보면 순박하고 착하게 생겼습니다. 부모님과는 사정이 있어서 떨어져 있고 올해로 83세인 할머니 86세인 할아버지랑 같이 살고 있습니다. 아직도 봄철이면 같이 찻잎을 따고 밭일도 같이하는데 알아듣지 못하는 소수민족 언어로 할머니랑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 참 정겹습니다.

 

때론 박장대소하고 서로의 어께를 두드려 주는 모습을 보면 할머니와 손자의 모습이전에 순수한 인간의 참 모습을 보는듯해서 저도 덩달아 흐뭇해지곤 합니다.

 

소수민족들의 축제

 

오늘이 마침 저희와 옌종2015년부터 기획해서 하고 있는 4회세계차우문화축제의 날입니다. 징마이 차산을 거니는 틈틈이 오후에 옌종 차창에서 열리는 축제에서 부를 노래와 춤을 연습합니다. 곡목은 중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아리랑과 전 국민의 애창곡 남행열차를 부르기로 했습니다. 다들 부끄럽다고 하시면서도 즐겁게 동참해주십니다.

 

징마이 고차산에 합창으로 울려 퍼지는 아리랑 선율이 너무나 아름답고 가슴 뭉클합니다. 한국과 중국에서 오신 오운산 손님들을 합하여 40여명이 차창 대문에 줄지어 늘어서서 각종 악기를 불고 두드리며 맞이해주는 소수민족들의 깜짝 영접을 받으며 축제에 참가하였습니다. 따이족, 하니족, 라후족, 뿌랑족 등의 순서가 끝나고 저희 차례가 되어 아리랑을 부릅니다. 그리고 남행열차 그리고 싸이의 강남스타일로 마무리합니다.

 

이번에 오신 손님 중에 가장 연로하시지만 한국인 특유의 흥은 넘치시는 안 선생님의 안무에 모두들 한데 엉켜 열광의 도가니입니다...

 

마지막에 모두들 손을 잡고 빙빙 돌면서 스텝을 맞추어 추는 뿌랑족의 단결무를 끝으로 축제를 마무리합니다. 행사를 기념하여 준비한 100그람 병차를 참가하신 모든 분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었습니다. 이번 축제에 참가한 팀중에 장원에게는 특별히 일키로 대병을 주기로 했는데 한국 팀에게 돌아갔습니다. 제가 심사위원장이기에 그냥 멀리서 오신 한국 손님들에게 모두 한편 씩 드렸습니다. 이런 걸 흔희 주최 측의 농간이라고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매년 행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참으로 소중하고도 감동적인 자리입니다. 윈난의 차산아래 차를 생산하는 차농, 만드는 차상, 그리고 차인들이 어울려서 아무른 격식과 사심 없이 그냥 하루 쉬면서 차 마시고 노는 자리입니다. 모두들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행사 끝나면 그냥 헤어집니다. 다시 또 각자에게 주어진 생업에 열중하고 내년에 기회가 되면 또 만나는 것이지요!

 

올해까지는 이곳의 소수민족과 한국에서 온 손님이 주객이었지만 내년엔 윈난의 차산지 곳곳에서 차 관련 일에 열중하고 있는 많은 외국인들도 함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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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주량즈 기지

 

어제 라오반장에서 하산하여 바로 제가 살고 있는 곳이자 오운산 멍하이 초제소가 있는 집으로 가서 살청작업을 했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반펀 초제소에서도 생잎을 8키로 가져와서 이번에 오신 손님들이랑 다 같이 가마솥 살청 체험을 합니다. 빙 둘러 앉아서 유념도 해보는데 처음엔 그저 설렁설렁 돌리는 것 같지만 하루 종일 이 작업을 반복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적당한 압력으로 일정한 방향으로 계속 돌려야 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팔도 아프고 일의 능률도 현저히 떨어집니다. 혼자 살다보니 가끔 빨래를 하는데 오래된 속옷 빨기보다 어렵습니다...

 

화주량즈로 갑니다. 오운산 화주량즈 관리소장인 빠멍 총각의 집은 기초는 되었는데 아직 완성되려면 멀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두 세 달이면 완성하는 가정집을 중국에서는 육개월 혹은 일년씩 짓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어쩔 수 없이 올해 봄차는 친척집 초제소에서 생산하기로 했습니다.

 

정성껏 준비해준 점심을 먹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화주량즈 정상까지 오르자면 두시간 이상 가야하는데 오늘은 손님들 상황을 봐서 오운산에서 네그루 야생차를 계약한 곳까지만 가기로 했습니다.

 

연세가 제일 많으신 회장님이 맨 먼저 앞장서서 걸어가십니다. 평소에 매일같이 산행을 하신다더니 헛말이 아님을 증명하십니다. 산행을 시작한지 한시간 남짓 오운산 팻말이 걸린 천년야생차 앞에 도착합니다. 저희와 계약한 차밭 주인이 채엽 준비를 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각자 저마다의 표정으로 야생차 곁에서 사진 촬영에 바쁩니다. 내친김에 2, 3, 4호도 보러 갑니다.

 

여행 내내 고수차의 과채엽 문제를 말씀하신 회장님이 이곳의 환경은 그나마 다른 곳보다 낮다고 하십니다. 사실 유명 차산의 고수차 과채엽 문제는 심각한 편입니다. 옛날엔 봄에만 한번 따고 여름 가을에 자라는 잎은 남겨서 차나무가 자랄 수 있도록 하였는데 지금은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새순만 올라오면 꺾어버리니 다음 해 봄차 수확량은 점점 더 줄어 들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어느 유명 차산을 가 봐도 최근에 심은 소수차 밭은 점점 늘어나는데 소수차라고 판매되는 량은 늘지 않고 시중에 출시되는 고수차는 이러한 상황임에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스님께서 말없이 1호수 주변에 떨어져있는 쓰레기들을 줍습니다. 생수통, 과자봉지, 휴지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저는 평소에 버리지도 않고 줍지도 안는다는 생각에 머물러 있는데 스님은 이 먼 곳에 떨어진 쓰레기도 인연의 산물로 느끼시는 듯합니다.

 

하산길에 교수님이 오운산에서 고수차 생산에 머물 것이 아니라 차산 환경보호에도 앞장서보라고 하십니다. 늘 생각만하고 아직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막연했는데 환경전문가이시고 또한 한국최초의 다서인 다부의 저자 한재 이목선생의 16대 후손이기도 하신 교수님이 여러 가지 좋은 방안들을 제시해주십니다. 평소에 한국 차의 발전적인 방향에 대하여도 늘 고민하시는 교수님의 건설적인 제안에 우선은 작은 것부터 실천해보기로 했습니다.

 

시쐉반나의 최고봉인 화주량즈의 정상으로 오르는 길 가게에 버려진 쓰레기부터 줍기로 했습니다. 빠멍의 노총각에게 화주량즈 환경보호위원이란 또 하나의 직함을 주었습니다. 이번엔 작지만 월급도 책정했습니다. 매달 천위안 씩 주고 최소한 일주일에 한번씩은 화주량즈 정상을 오르며 주변의 쓰레기를 정리해서 처리하라고 했습니다. 조그마한 시작이지만 고수차를 생산하는 사람으로서 환경의 중요성을 다른 분들에게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정상에 오운산 이름으로 세워놓은 화주량즈 간판도 매주 잘 감시하라는 특명도 덧붙였습니다. 어딜 가나 시샘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지요! 전에 라오반장 안네 간판은 도로공사에서 철거해버리니 어쩔 수 없이 약간 안쪽에 다시 세웠는데 화주량즈 정상에 세워놓은 간판조차 아래의 오운산 로고를 싹둑 오려버리길 두 번째입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제가 아니기에 세 번째 다시 제작하여 붙여두고 빠멍 노총각에게 환경보호위원이자 감시병의 의무도 준 것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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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반장 차왕수앞에서, 필자와 딸(장녀)

 

린창기지에서 아침 식사준비가 되었다기에 밖으로 나왔더니 차실 앞마당에 뷔페식으로 상을 차려 놓았습니다. 어제저녁 아침 출발 시간을 물어서 먼 길을 가야해서 그냥 고구마랑 계란 몇 개 삶아 놓으면 된다고 했는데 아침부터 진수성찬입니다.

 

후식으로 어제 차농이 가져왔다는 야생꿀을 벌집채로 내어 놓았습니다. 아침이라 술 대신 차로 권하는 샤오미 씩 권차가와 라후족 그리고 와족 전통의상을 일부러 갖추어 입은 린창기지 전 가족들의 배웅을 받으며 쐉지앙을 떠납니다.

 

쐉지앙에서 멍하이까지 중간에 징마이를 잠시 들리고 버스로 10시간을 곧장 달려왔습니다. 다들 피곤하실 텐대도 일정을 무리 없이 소화해 주십니다. 특히 전기회사 사장님은 얼마 전 대장 수술을 해서 아직도 열악한 중국의 화장실 문화 때문에 여행 내내 고생하셨는데 홀로 감내하며 일정에 협조해주신데 대해 다시한번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어제 먼 길을 달려온지라 푹 쉬고 오전 열시에 멍하이 오운산 가게에서 만나 차한잔을 합니다. 고수차는 아직도 이르지만 올해 들어온 차들이 대체적으로 작년보다 좋다는 평가입니다. 점심은 가게 맞은편에 있는 저의 단골집에서 먹습니다. 이집 주인이 저의 식성을 알기에 한국 사람에 맞추어 요리를 해준 덕에 다들 남김없이 잘 드십니다.

 

라오반장으로 갑니다. 예전보다 길이 많이 좋아져서 버스로도 한시간반이면 도착합니다. 중간에 마침 새로 지은 오운산 반펀 초제소가 거의 완공되어서 잠깐 현판식을 하고 라오반장 대문 앞에 도착합니다. 제 기억으로 이번이 네 번째 바뀐 대문인데 2016년 진승차창에서 투자하여 완성했다는 기록이 대문에 새겨져 있습니다. 마을길을 전부 세멘포장을 하고 있어서 대문 안으로 차량이 진입할 수 없습니다.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차왕수를 보기위해 마을을 가로질러갑니다. 대문에서 차왕수까지 약 20분 자꾸만 생각이 많아집니다. 올해 라오반장에 들리는 소문이 심상치 않습니다. 중국석유공사에서 작년부터 라오반장 대문 옆에 주차장을 짓고 있는데 주차장이 완공되면 앞으로 라오반장 마을에 외지인들의 차는 출입 할 수 없답니다.

 

대문에서 입장권을 판매하는 곳도 거의 완공단계인데 앞으로 마을 안은 전기차를 운행하고 입장객들은 표를 구매하여 전기차에 탑승하여 고차수를 관람한답니다. ‘라오반장촌민위원회와 이미 1억위안(한화170)의 계약을 체결했고 내년부터 중국석유공사에서 본격적으로 라오반장차를 생산 한답니다. 아직 초제소가 완공되지 않아서 올해 봄차는 생산할 수 없다는 것이 저로서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노반장 입구

 

저보다도 더욱 긴장하고 있는 곳은 진승차창입니다. 작년 진승에서 수매한 봄차 가격이 생잎으로 750위안이었는데 석유공사에서 1600원을 촌민들에게 제시했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할 수없이 진승에서 올해 봄 차 수매 가격으로 통지한 가격이 1050이라고 합니다. 작년보다 40% 가량 폭등한 가격인데 진승이 정말 이 가격으로 생잎을 수매하기 시작하면 라오반장 올해 가격이 급등할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오운산에서 다소 급하게 노반장조춘특제를 생산할 계획을 세운 이유 중에 하나가 이러한 문제들 때문입니다. 현재도 비싼 가격이지만 내년부터는 급등한 가격 때문에 점점 좋은 라오반장 원료를 구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사실 빙다오 노채나, 푸얼의 쿤루산, 미디, 펑황워, 이무의 만송, 부허당 등에 비하면 아직 라오반장 가격은 싼 편입니다. 다른 지역은 지명도에 비하여 생산량이 적기 때문에 희소성의 가치가 증폭된 감이 있고 라오반장은 적게 잡아도 앞에 열거한 모든 지역을 합한 량보다 훨씬 많은 30톤 이상이 생산되기 때문에 희소성의 가치보다는 진정한 맛에 의한 가치 형성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라오반장 차왕수 앞에 도착합니다. 찻잎에 생기가 없는 것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방문에 다소 지친 듯 한 느낌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올해는 라오반장 차왕수 경매를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미 1킬로 68만위안(일억이천만원)에 누가 응찰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멀리서 오신 손님들에게 차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때론 이러한 이야기를 하기가 송구스럽고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마침 차왕수 가는 길에 저희와 거래가 있었던 차농이 올해 첫 채엽을 하고 있습니다. 생잎 12킬로를 구입하여 바로 하산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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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명차 빙도 기지 앞에서

 

어제 밤늦게 린창 오운산 기지에 도착하여 간단히 야빠오 차를 시음하고 바로 준비된 숙소에서 쉬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저희 승합차와 린창 기지에서 준비한 픽업 차량 두 대에 손님들을 태우고 빙다오를 오릅니다.

빙다오 노채 까지는 세멘 벽돌을 박아서 만든 길인데 몇 구간은 아직 작업 중이지만 거의 완성단계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비포장이라서 비가 오면 흙탕길이라 오르기가 조심스러웠습니다.

 

석가명차 빙도 기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싼 보이차가 생산되는 지역답게 한집 한집의 규모가 건평으로 보통 백 평이 넘고 수백 평이 되어 보이는 집도 있습니다. 계단으로 잘 정리된 고차수 산책길을 따라 마을 중심의 차밭을 둘러보고 마을 위쪽에 있는 빙다오 모수차를 친견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나무의 씨앗이 떨어져 빙다오 차밭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작년에 한 줄기가 부러져 지금의 모습인데 원래는 더욱 웅장한 수형을 자랑했었습니다. 매년 샘플 삼아서 조금씩 모차를 구입하는 차농 집에서 작년의 노채차들을 시음하고 선물로 준 용주차(구슬처럼 돌돌 말아 놓은 차)를 점심을 먹으며 재미삼아 경매로 붙였습니다.

 

생각과 달리 이번에 오신 손님들은 어쩌나 단결심이 좋은지 모두 담합하여 천 위안에 대구의 병원장님께 낙찰되고 말았습니다.

 

8g짜리 36개면 300g정도인데 노채 중수 가격이 1킬로에 200만원 정도인데 300그람이면 대충 계산해도 60만원입니다. 이차를 15만원에 낙찰 받으신 병원장님은 횡재하신 것이니 이번에 함께하신 일행 분들에게 꼭 소주한잔 사셔야 됩니다...

 

농담이고요! 빙다오의 현재 시세를 알려드리는 의미에서 이렇게 계산해 보았습니다. 빙다오는 소수(50년이하), 중수(50~100), 대수(100년이상)으로 차나무를 구분하는데

 

빙도 태후앞에서 기념사진

 

봄차 가격은 소수(80), 중수(200), 대수(40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외 수령이 특별이 오래된 것은 딴주차로 따로 구분합니다. 딴주차는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인데 모차 1키로에 천만원을 호가하기도 합니다. 어찌되었던 경매 낙찰금액 천위안은 이번 일정 내내 고생하는 저희 직원과 린창기지 직원들에게 200위안씩 나누어주고 오운산 빙다오 기지가 있는 디지에로 향합니다.

 

기지에는 사륜구동 차가 아니면 오르기 힘들 정도로 험한 길입니다. 이번에 다시 해발을 척정해보니 디지에 1호 차밭의 해발이 1950미터 전후입니다. 이번에 함께하신 일행 분들 모두가 노채보다 이곳의 환경이 훨씬 좋다고 인정하십니다. 오운산 린창기지에서 계약한 차밭은 모두 세 군데인데 이곳에서 생산되는 올해 첫물차로 빙다오 조춘특제를 생산할 계획입니다. 이곳의 현재 시세는 노반장과 비슷한데 노채 가격의 삼분의 일 수준이지만 개인적인 관점에서 보면 노채 차와 견주어 결코 떨어지지 않는 맛과 향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빙다오에 오면 항상 들리는 빙다오 호수 바로 아래에 있는 송어 양식장에서 민물 생선회로 저녁을 먹었습니다. 린창기지의 숙소에 도착하여 작년에 생산된 차들을 다 같이 시음합니다. 처음엔 다들 가격대비 괜찮은 샤후싸이(小户赛) 차들을 조금씩 구입하시더니 빙다오 지계차를 맛보시고는 전부 바꾸어 달랍니다...

 

차산 기행을 하다보면 현지에서 방문 기념으로 조금씩 보이 산차를 구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희로서는 원가가 오픈되는 문제도 있고 여러 사람이 원할 경우 일정이 지체되는 등 번거로운 부분도 있어서 되도록 구매를 권하지 않습니다. 사업을 하자면 어떻게든 이윤을 남겨야하지만 여기까지 저희를 믿고 찾아주신 분들이기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 있는 그대로 오픈하고 조금씩 구입할 수 있도록 해드립니다. 그러나 저희와 협조 관계에 있는 차농들이 저희에게 제공하는 가격이 오픈되면 곤란하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침 이번에 함께하신 스님께서 통도사개산대제기념으로 제작하신 귀면상을 몇 개 가지고 오셔서 린창기지에 선물로 주었습니다. 악한 기운을 쫓고 복을 부르는 의미가 있다는 설명을 해주고 스님이 직접 그림 뒤쪽에 샤오미 이름을 적어 주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가게의 보배로 걸어두겠다고 남편 이름도 같이 적어달라고 합니다. 스님이 흔쾌히 적어 드렸더니 착한 샤오미 너무나 좋아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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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여정이 만만치 않아서 일찌감치 아침으로 미시엔(米线쌀국수)을 간단히 먹고 시꾸이(昔歸)로 향합니다. 미시엔 가격은 한 그릇에 한국돈 천원정도인데 윈난의 웬만한 큰 골목마다 있어서 바쁜 아침을 해결하기는 그만입니다. 아침을 보통 밖에서 먹는 중국은 도시든 농촌이든 어디에나 미시엔 가게가 있지만 윈난의 미시엔은 특히 맛있기로 유명합니다.

 

윈시엔(云县)에서 시꾸이로 가는 길에 있는 따챠오산(大朝山)을 지나면서 길가의 찻집에 잠시 들렀습니다. 작년에 생산된 따챠오산 딴주(單株)차라며 우려 주는데 가격대비 품질이 아주 괜찮습니다. 몇 년 전부터 눈 여겨 보고 있는 지역인데 이번엔 시간 관계상 차산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다음에 꼭 확인하고 싶은 곳입니다.

 

가게에 열편정도 남아있는 단주차를 모두 구매하려는데 주인이 잠깐 망설입니다. 한국인 특유의 기질을 발휘하여 결국 샘플도 남겨두지 않고 전량 구입하고 다시 산길을 달립니다.

 

곳곳이 바위투성이 산입니다. 대체적으로 린창 지역은 바위와 돌이 많은 토양이지만 방동은 그중에서도 적당한 크기의 자연석들이 차나무와 조화롭게 자리하고 있어서 색다른 운치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중간에 화물차가 넘어져 길을 막고 있어서 잠시 우회 했지만 윈시엔에서 방동까지 세 시간여 이지역의 오운산 원료를 담당하고 있는 차농집에 들러서 점심을 먹습니다.

 

차농의 손님 접대에서 빠지지 않는 요리가 토종닭입니다. 저는 닭 모가지도 못 비트는 종족이지만 먹기는 잘합니다. 적당히 잘라서 물에 끓인 탕 요리가 주류인데 쫄깃쫄깃 한 육질이 식감을 자극합니다.

 

점심을 맛나게 먹고 마당을 둘러보는데 한편에 마약의 일종인 양귀비가 자라고 있습니다. 깜짝 놀라서 이거 큰 일 나는 식물 아니냐고 하니까 이 산골에 누가 와서 잡아가겠냐며 웃고 맙니다. 혹여 알더라도 가정용 상비약으로 조금씩 제배하는 건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답니다. 이번 여행에서 연세가 가장 많지만 누구보다 씩씩하신 건설회사 회장님께서 양귀비꽃도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한국의 산골에서도 옛날에는 배앓이에 좋다며 조금씩 기르곤 했답니다.

 

란창강 변에 자리 잡은 시꾸이는 망루산(忙麓山) 자락에 위치한 마을입니다. 해발은 700미터 정도이고 물을 좋아해서 주로 강 주변에 살게 되었다는 따이족 마을입니다. 현재 고수차가 있는 마을에 따이족이 사는 경우는 아주 적은 편입니다. 강변은 주로 평야 지대이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옛날에 무성했던 고수차밭은 대부분 농작물을 심는 밭으로 변했습니다. 그래서 따이족이 거주하는 지역은 도심에 가까이 있거나 대부분 논농사 위주의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시꾸이는 주문하시는 분이 많아서 올해 오운산에서 시꾸이 순료차를 출시할 계획인데 근년에 가격이 너무 올라서 걱정입니다. 시꾸이 차농집에서 작년 순료고수차를 마시며 가격을 물으니 4800위안이랍니다. 딴주급은 8000위안으로 라오반장 가격과 맞먹는 가격입니다. 그 지역의 진정한 고수순료의 맛을 소개한다는 차원에서 매 년 두 세군데 순료차를 출시하고 있는데 자금 상황을 봐서 조금이라도 생산할 계획입니다.

 

시꾸에서 린창을 거쳐 오늘의 숙소인 쐉지앙의 오운산 린창기지로 가는 길이 최근에 새로 개통되었다기에 흔쾌한 마음으로 출발합니다. 해발 3000미터는 족히 넘을 듯한 우노산(五老山)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개발제한구역 표시가 있습니다. 이산의 정상을 넘어가는 산길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가장 높은 길에서 휴대폰의 해발표시기를 보니 2780미터가 나옵니다.

 

백두산 꼭대기보다 높은 길인데 발아래로 끝없이 펼쳐지는 산맥들의 출렁임이 현기증을 일어 킬 정도입니다. 그 산맥 너머로 석양이 드리우고 있습니다. 모두들 버스 안에서 사진 촬영을 하느라 야단입니다. 정상부근에 공터가 있어서 잠시 쉬어 가는데 야생차를 채엽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야빠오(芽孢茶)라고 부르는 것인데 새싹만 따서 가공해서 마시는 차입니다. 차나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자세히 보면 잎이 자라면서 보랏빛을 띄웁니다. 이곳이 워낙 해발이 높은 지역이라 바로 길옆에서 야생차를 채엽하는 장면을 봅니다. 생잎 가격을 물으니 일키로에 40위안이랍니다.

 

모차 가격은 보통 300위안전후인데 야생차는 수분이 많아서 5키로 이상을 덖어야 모차 1키로가 생산됩니다. 시음용으로 몇 키로 구입하려고 하는데 주변에서 채엽하던 사람들이 전부 몰려옵니다. 결국 모차 10키로, 생잎 33키로를 구입하여 쐉지앙의 오운산 기지에서 반은 가마솥 살청으로 만들고 반은 그늘에 말려서 시험 생산을 해보기로 하였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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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죽청 3200년 고차수

 

311일에 입국하신 한국 손님들을 모시고 89일간 차산기행을 하였습니다. 첫날 린창 윈시엔 샹주칭에 있는 세계차왕수를 탐방하고 시꾸이, 빙다오, 징마이, 라오반장, 화주량즈 등을 차례로 견학하는 코스였습니다. 저는 8일날 멍하이를 출발하여 푸얼, 징구, 샤오징구(小景谷)의 쿠주(古竹), 전위엔의 라오우(老烏), 멍쿠의 빙다오 노우, 빠카(坝佧), 나지아오(那集)산 등을 먼저 둘러보고 12일 아침 린창 공항에서 손님들을 맞이하였습니다.

 

이번에 오신 분들은 모두 여덟 분으로 전 조계사 주지스님, 부산대 학장님, 부산의 건설회사 회장님 부부, 대구의 산부인과 원장님 부부, 밀양의 전기회사 사장님 그리고 마침 상하이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저의 큰 딸내미가 가이드로 따라 왔습니다. 저는 모두 다녀온 곳이지만 이번에 오신 분들은 처음 방문하는 곳들입니다.

 

윈시엔에서 펑징으로 해발 2400미터의 고산을 굽이굽이 넘어갑니다. 길가의 비탈을 따라 호두나무와 대지차들이 심겨져 있습니다. 펑징은 운남홍차(滇红)의 본고장인데 이곳의 대지차들은 대부분 홍차 원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정상을 넘어 조금 내려오면 원시삼림 속에 조그마한 호수가 있습니다. 피로도 풀 겸 잠시 내려서 풍경을 감상하고 호수를 향해 돌팔매도 날려봅니다. 호수 건너편까지 돌멩이가 도달하면 오운산 미를 선물로 주겠다고 했더니 다들 열심히 던집니다...

 

샹주칭의 차왕수는 여전히 웅장한 자태로 손님들을 맞이합니다. 마을에 도착하니 차왕수를 친견하러 오르는 계단을 다시 수리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가끔 있는 일이지만 중국에서는 자주 보는 광경입니다. 멀쩡한 계단을 다시 허물고 또다시 다른 자재로 시공합니다. 주로 유명한 관광지 등에서 종종 벌어지는 일인데 개인 자금으로 개발된 곳이 아니라 정부 자금으로 운영되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차왕수 바로 곁에 있는 작년에 오운산에서 향죽청 순료고수차 원료를 구매했던 집으로 가보니 집이 대부분 허물어져 있습니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도로 위쪽에 있는 마을은 모두 철거한답니다. 차왕수의 중요성을 인식한 중국정부의 대책을 이해해야겠지만 조상대대로 살아온 촌민들에겐 날벼락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이라면 대모도 하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일 수도 있겠지만 중국은 아직 정부가 하는 일에 공식적으로 반발하기 어려운 분위기입니다. 중국은 아시다시피 원천적으로 모든 땅은 국가 소유이고 국민들은 30, 혹은 70년씩 국가로부터 임대 형식으로 땅을 소유합니다. 소유권을 팔거나 구매 할 수는 있지만 언제든지 국가가 필요하면 환수 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일정부분 보상을 해주지만 금전적인 보상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정서적 박탈감은 어찌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허물어진 집안의 한켠에 아직도 차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 봄차 손님만이라도 차왕수 가장 가까이에서 손님을 맞이하고픈 마음인 것 같습니다.

 

고수차는 삼월 말이나 되어야 나오므로 햇차는 아직 이르고 바로 집 앞에서 자라고 있는 천년야생차 새싹을 몇 개 따와서 우려 봅니다. 연두 빛 새싹이 뜨거운 물속에서 몸을 풀어 상큼하면서도 짜릿한 향기로 몸속 깊이 다가옵니다. 금세 정신이 맑아지고 만면에 미소가 번집니다.

 

두들 각자 한국에서 준비해온 예물로 차왕수 앞에 경배를 올리고 잠시 엄숙한 시간도 가집니다. 저는 손님들을 안내하느라 딸내미가 준비해온 소주 한 병을 끝내 내놓지 못했습니다. 저녁 식사를 하면서 준비한 소주잔을 나눕니다. 모두다 결국은 마음이지요! 차왕수 앞에 소주잔을 놓으나 식사 자리에 놓으나 준비한 마음은 같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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