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老)보이차의 매력
현재 보이차 시장은 이전에 비해 많이 확대되고 보급되어 있다. 하지만 보이차를 소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보이차보다는 생산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차를 주로 소비하고 있다.
신차는 보이차가 생산된 지 10년 미만인 차를 말한다. 노보이차는 보이차가 생산된 지 20년이 지난 차를 말한다. 하지만 단순히 시간 개념으로 20년이 지났다고 해서 노보이차라고 하기 어렵다. 전제 조건 중 하나는 시간이지만, 시간과 더불어 발효가 진행되어야 진정한 노차라고 할 수 있다. 발효도도 단순히 녹색의 탕색에서 약간 주황색, 담홍색으로 변한 차는 산화발효가 진행되었기에 발효가 되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미생물 작용에 의해 미생물발효가 진행되어 탕색은 진홍색, 갈홍색 이상의 탕색으로 변하고 풋향, 풋맛이 어느 정도 없어져 발효된 독특한 향으로 변해야 노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찻자리에서 주로 신차를 마시는 분들이 마지막에 내는 차는 오래된 노보이차이다. "신차를 즐기고 마지막으로 노보이차 한 잔 합시다."라는 말은 어느 찻자리에서나 공통적으로 듣는 말이다. 이는 묵시적으로 신차보다는 노보이차가 한수위의 차라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1990년을 전후하여 홍콩의 오래된 다루의 창고에서 골동보이차(1970년 이전에 생산된 보이차)와 노보이차(1970년~2000년 이전에 생산된 보이차)가 쏟아지면서, 2000년 이전에 보이차를 마시는 사람들은 무조건 오래되고 잘 발효된 골동보이차, 노보이차를 소비하였다. 그러나 2000년 이후 노보이차의 수량이 희소해지면서 가격은 폭등하게 되었고, 때마침 운남성에 직접 가서 신차 보이차를 생산하여 유통하는 붐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오늘날 신차 보이차 소비가 트랜드화된 것이다.
그렇지만 노보이차는 이전에 마셔본 분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으로, 요즘 신차를 마시는 사람들에게는 한번쯤 마셔보고 싶은 동경의 대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럼 노보이차가 지닌 매력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첫째, 노보이차는 어느 정도 발효가 진행되어 있기에 신차 보이차가 지닌 풋풋하고 신선한 향에서 발효된 독특한 향으로 변한다. 생콩이 메주콩으로 변하면 생콩에서 나는 향과는 전혀 다른 향으로 변하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하지만 미생물이 관여된 발효가 아니라면 어느 정도 풋향을 지니고 있다. 잘 발효된 메주에서 나는 향은 잘 익었나 아니냐가 포커스이지, 생콩의 향이 남아 있다면 메주가 잘 익었다는 표현을 쓰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노보이차는 발효된 독특한 향이 매력적이다.
둘째, 맛은 어떨까? 신차 보이차에서 나는 쓰고 떫은 맛은 목 넘김이 자극적이나, 발효가 되었을 때는 자극적이지 않고 찌르지 않아 몽글몽글하면서 편안하게 넘어가는 특징이 있다. 물론 신차는 제다 과정에서 쓰고 떫은 맛이 침출되지 않도록 차를 만들기에 이런 차는 발효와는 크게 상관없지만, 유념을 강하게 하여 쓰고 떫은 맛이 침출되도록 만든 차는 발효가 많이 진행될수록 자극이 적고 목 넘김이 부드럽기 때문에 노보이차가 매력적인 것이다. 여기서 노보이차에서 말하는 부드럽다는 의미는 농도를 연하게 하여 쓰고 떫은 맛이 침출되지 않아 자극적이지 않은 것이 부드러운 것이 아니라, 쓰고 떫은 맛은 뚜렷하지만 자극 없이 넘어가는 것이 진정한 부드러움이다.
셋째, 잘 발효된 노보이차는 농도를 진하게 우려 마셔도 크게 마시기 불편하지 않다. 만든 지 얼마 안 된 신차 보이차는 농도를 진하게 우려 마시게 되면 맛이 자극적이고 불편하다. 그러다 보니 농도를 연하게 하고 우리는 용기도 빨리 온도가 내려가는 개완을 사용하여 우린다. 하지만 노보이차는 개완보다는 자사호를, 자사호 종류 중에서도 맛을 그대로 표현해주는 주니 소호를 사용한다. 단니, 자니 등의 자사호는 쓰고 떫은 맛을 톤 다운시켜 주기에 자극적인 맛이 불편할 때 사용하는 것이 적합하다.
우리가 즐기는 모든 음료는 연하게 마시는 방법과 진하게 마시는 방법이 있다. 술도 얼음으로 희석시켜 마시는 방법과 스트레이트로 진하게 마시는 방법이 있으며, 커피 역시 농도를 연하게 해서 마시는 아메리카노와 진하게 에스프레소 농도로 마시는 방법이 있다. 일본 말차도 연하게 마시는 박차와 진하게 마시는 농차가 있다.
공통점이라면 진정한 마니아는 연하게 마시는 것보다는 진하게 마시는 방법을 좋아한다. 이런 사람을 우리는 마니아라고 한다. 카페에서 하루에 커피를 다섯 잔 이상 마신다고 해서 커피 마니아라는 표현을 하지 않는다. 잘 발효된 노보이차는 진하게 우려 마셔도 크게 마시는데 불편하지 않다. 진하게 우려 마시게 되면 쓰고 떫은 맛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으며, 마시고 난 후 혀 밑이나 목젓에서 달달한 침이 끊임없이 생기면서 오랫동안 여운이 남기 때문이다. 이렇게 마실 수 있다는 것이 노보이차의 매력일 것이다.
넷째, 잘 발효된 보이차는 열감이 뛰어나 차를 마시고 난 후 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발효 과정에서 생겨나는 점막으로 인해 목 넘김이 편안해지고, 차탕의 온도가 빨리 식지 않아 혀끝에서 느끼는 온도는 발효 정도의 차이에 따라 뜨거운 정도가 다르며, 발효가 많이 된 차일수록 훨씬 뜨겁게 느껴진다. 이런 차를 마시고 난 후에 몸이 더워지면서 손발이 따뜻해지고 땀이 나게 된다. 이러한 부분을 노보이차에서 기운으로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섯째, 노보이차를 마시게 되면 우리 몸이 편안하게 흡수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잘 발효되지 않은 차를 조금만 농도를 진하게 우려 마시게 되면 위장이 약한 사람들은 속쓰림 증상을 느낄 수 있으나, 노보이차를 마시게 되면 그렇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발효가 많이 된 차일수록 우리 몸이 편안하게 흡수되는 것이다.
위와 같이 다섯 가지 부분으로 노보이차의 매력에 대해 언급하였지만, 노보이차의 찻자리 기물의 선택과 분위기 등은 신차를 즐기는 찻자리보다는 훨씬 고급지며 아취가 있다. 차는 단순히 마실 수도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즐기다는 것은 좀 더 품격을 쫓아가며 고급스러움을 추구하게 된다. 산뜻한 향을 즐기게 되지만, 차 생활의 정점이 되면 잘 발효된 차에서 추구하는 농후하게 걸죽한 맛의 매력을 즐기게 되는 것이다.
다음 호에는 노보이차의 세계, 맹해차창과 중소차창에서 만든 차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
글 / 김경우(명가원 대표)
노보이차 이야기는 2월 6일부터 4회 연제 됩니다.
'차(tea, 茶) > 보이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이차의 백상(白霜)은 인체에 해로운 곰팡이 독소일까 (6) | 2019.10.25 |
---|---|
쾌활 보이차 전시회 리뷰 (0) | 2018.02.09 |
쾌활 보이차 개인전 (0) | 2018.02.05 |
잘 익은 보이차는 무엇일까? (0) | 2017.10.05 |
동화 진군일陈军日 대표, 우림고차방 자료실 공개 (0) | 2017.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