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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호의 절반 이상, 차를 넣은 인급차

노보이차는 미생물에 의해 발효가 어느 정도 진행된 차를 말한다. 노보이차의 조건에는 발효 유무도 있지만,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생산된 지 2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단순히 미생물에 의한 발효와 상관없이 시간만 흐른 차도 노보이차로 인정할 수 있는지의 문제이다.

 

보이차를 생산해서 미생물이 활동하여 발효가 진행될 수 있는 환경이 아닌, 개인이 깨끗한 환경을 위해 온습도를 조절한 장소는 미생물이 활발하게 활동하지 못하는 환경이다. 이런 장소에서 저장한 차의 특징은 시간이 지나면서 산화가 이루어져 탕색은 약간 붉게 변했을지언정, 근본적인 풋향과 풋맛은 없어지지 않으며, 약간만 농도를 진하게 우리면 떫은맛과 쓴맛이 자극적일 수밖에 없다.

 

노보이차 우린 탕색

그러기에 차 양을 적게 넣고 우리며 향과 맑은맛, 약한 떫은맛과 쓴맛을 즐긴다. 잘 발효된 노보이차와는 즐기는 포인트가 정반대이다. 이전부터 잘 발효된 노보이차를 즐겼던 마니아들은 농하면서 걸죽한 맛, 뚜렷한 떫은맛과 쓴맛의 조화로움에 회감이 풍부하고, 미생물에 의한 변화의 폭이 크면서 묵은 향이 나는 보이차를 좋아한다.

신차에서 노보이차로 넘어오는 마니아들은 농도를 연하게 우려 약한 떫은맛과 쓴맛의 조화로움에 회감이 있고, 변화의 폭이 크지 않은 맑은 맛이 남아있는 맛을 좋아한다. 둘은 좋아하는 취향이 완전히 다르며, 각자의 취향을 존중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아래에서 노보이차를 즐기는 방법들은 미생물 활동에 의해 변화의 폭이 크고, 풋향과 풋맛이 완전히 발효를 통해 변한 진정한 노보이차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들이다. 차를 우려낼 때 농도는 각자의 취향이기에 정답이 존재할 수는 없지만, 원료가 좋은 커피도 좋은 술도 비싸고 좋은 것들은 결코 농도를 연하게 마시지 않는 게 정석이다.

 

차를 우리는 용기의 선택

품질이 좋고 잘 발효된 노보이차는 조화로운 떫은맛과 쓴맛을 즐긴다. 뚜렷한 떫은맛과 쓴맛은 차를 마시고 난 후 혀 밑이나 목젖에서 올라오는 단침, 회감과 직결되기에 떫은맛과 쓴맛을 잘 살려주는 주니 계통이 좋다. 개완은 물 온도를 빨리 떨어뜨리기에 적합하지 못하며, 자니, 단니, 흑니, 홍니 등은 떫은맛과 쓴맛을 감소시키기에 적합하지 못하다. 크기는 차를 마시는 사람 숫자에 비례해서 선택하되, 가급적 좀 작은 호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자사호가 크면 차가 많이 소비되기 때문이다.

 

차를 넣는 양

발효도에 비례해서 차를 넣어야 한다. 몇 그램으로 획일화시키는 것은 차의 입문 단계에는 필요하지만, 그 단계의 수준을 넘어서면 차의 양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것이 좋다. 차는 제다법과 저장 환경이 다르기에, 때로는 좀 더 넣어야 할 차가 있고, 때로는 줄이는 것이 좋을 때가 있다. 기본적으로 발효가 많이 진행되어 떫은맛과 쓴맛의 목 넘김이 편안하고 부드러운 차는 자사호의 절반, 반대로 발효도가 낮을수록 자사호 크기의 1/3이 적당하다.

 

물의 온도

물의 온도는 최대한 높게 해주는 것이 좋다. 좀 더 다양한 맛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텐포터는 97~98도에서 끓기 때문에, 이보다 온도를 높게 해주기 위해 계속 가열할 수 있는 화로가 좋으며, 사철 무쇠 탕관이 좋다. 사철 무쇠 탕관은 차 맛을 묵직하게 만들어 주는 특징이 있다. , 도자기, 유리 소재의 탕관은 물맛이 부드럽거나 가볍다. 계속 가열되는 화로에 사철 무쇠 탕관은 잘 발효된 노보이차에 가장 적합하다.

 

차를 우리기 위해 기물을 선택하고 차를 적당량 넣고 물을 끓였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차를 우리면서 즐겨야 한다. 노보이차의 특징을 잘 살려 즐기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순서로 비교하면서 즐기는 것도 매력일 것이다.

 

차 탕의 향기

차를 찻잔에 따르면 마실 때 먼저 입으로 가는 사람과 코로 가는 사람이 있다. 마니아라면 입으로 가서는 안 되며, 코로 가서 향기를 맡아야 한다. 향기를 맡을 때 가늠해야 하는 것은 차의 발효 정도에서 나타나는 풋향과 잘 익은 향을 가늠해야 하며, 발효 정도 즉 풋향과 풋맛의 차이에 따라 보이차의 생산 시기를 구분해야 한다. 또한 습기에 노출된 정도에 따라 매변된 향과 잡향이 나타나는지도 구분하면서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열감

노보이차는 기본적으로 발효된 차이다. 발효된 정도에 따라 차를 마시면서 혀에서 느끼는 뜨거운 정도가 종류마다 다른 특징이 있다. 세월이 오래될수록, 발효가 잘된 차일수록 차가 더욱 뜨겁게 느껴진다. 동일한 조건(, 탕관, 자사호, 찻잔)이 같아도 종류에 따라 뜨거운 정도가 달라, 이 또한 노보이차의 품질과 세월을 가늠하는 조건이 될 수 있다. 뜨거운 차일수록 몸 반응에서 땀을 나게 해주며, 기운을 돌려주는 특징이 있다.

 

생차 계열의 잘 발효된 노보이차의 매력적인 맛은 뚜렷한 떫은맛과 쓴맛의 조화 속에 단침이 많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골동보이차급인 호급차나 인급차 중에서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보이차는 동일하게 이 조건에 충실하다. 떫은맛과 쓴맛이 약하거나 뚜렷하지 않으면 단침의 생성이 약하며, 이런 차는 마시기에는 편안할지 모르지만 풍부한 맛 뒤에 오는 단침과 여운이 약하기에 뚜렷한 맛이 있는 차보다 가격이 낮게 형성된다. 숙차나 발효시킨 모차로 긴압한 차들이 오랜 세월이 지나도 가격이 높게 형성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떫은맛과 쓴맛은 발효되기 전에는 목 넘길 때 자극적이지만, 발효가 되고 난 후에는 입자가 몽글몽글해져 부드럽게 넘어간다. 잘 발효된 차는 떫은맛과 쓴맛이 분해되어 줄어든 것이 아니라 그대로 지니고 있으면서 익은 차가 좋은 보이차이다. 실온에 저장하여 차 내부의 수분이 증발하여 건조된 채 산화된 차를 높게 평가하지 않는 이유도 떫은맛과 쓴맛이 약해진다는 점이 요인이다. 이러한 차는 발효되어 익었다기보다는 변화되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위와 같이 떫은맛과 쓴맛의 중심 속에 단맛, 신맛, 짠맛으로 이루어진 다섯 가지 뚜렷한 맛을 즐기는 것이 좋다.

 

목 넘김

잘 발효된 차를 마시면 차 맛이 부드럽다고 한다. 여기서 부드럽다는 것은 차 맛의 농도가 연하거나 떫은맛과 쓴맛이 약해 마시기 편하거나 차의 성분이 침출되지 않아 맛이 심심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떫은맛과 쓴맛은 있지만 목 넘김에서 자극을 주지 않고 편하게 넘어가는 차를 부드럽다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잘 발효된 차일수록 점막이 많이 형성되어 떫은맛과 쓴맛의 입자가 몽글몽글하게 변해 있으므로, 세월이 오래 지난 잘 발효된 차일수록 목 넘김에서 자극을 주지 않으며 부드럽다. 목 넘김의 부드러운 정도에 따라 생산 시기를 가늠하면서 즐기는 것이 좋다.

 

배저향(杯底香)

차가 잘 만들어졌거나 오랜 세월 잘 발효된 차는 차를 마시고 찻잔 속에 향기를 맡으면 은은한 화향(火香, 구수한 향)이 참 좋다. 화향은 차의 생산 연대가 오래되고 잘 발효된 차에서도 나지만, 만든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잘 만들어진 차에서도 나타난다. 기본적으로 잘 만들어졌거나 잘 발효된 차는 배저향을 즐기는 것도 중요하다.

 

회감

생산된 지 오래되었거나 잘 발효된 차뿐만 아니라, 발효와 상관없이 신차에서도 회감(回甘)이 생성되어야 좋은 차라고 할 수 있다. 회감에서 달달한 침이 생성되면서 입속에 차 맛의 여운이 오래 지속되는 차가 좋은 차의 첫째 조건이며, 흔히들 건창차를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사호에 1/3 이상의 차를 넣고 우려 마시고 난 후, 떫은맛과 쓴맛이 먼저 느껴지고 그 후에 혀 밑이나 양 볼 사이, 목젖에서 단침이 생성되어야 한다. 원료와 제다법에 따라 회감의 정도에서 차이가 크다. 맹해차창 정품을 선호하는 이유도 이 조건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1920년대 송빙호, 복원창, 1950년대 홍인 등 초고가 차들은 한결같이 회감과 여운이 풍부하다. 이러한 조건들에 따라 보이차 종류를 품면서 즐기는 것이 좋다.

 

내포성과 몸 반응

내포성이란 차를 여러 번 우려도 맛이 일정한 상태로 지속적으로 침출되는 것을 말한다. 발효가 충분히 이루어진 좋은 차는 15포 이상 우려내어도 그 맛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그러나 발효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차는 우리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찻잎 속에 묻혀있던 풋맛이 나오게 된다. 변형된 제다법으로 만들어진 차 역시 7~8포 정도 우려내면 급격하게 맛이 옅어진다.

 

흔히들 좋은 보이차를 마시면 땀이 난다고 한다. 이를 차의 기운과 연결시키기도 한다. 기운은 차 원료에서도 느낄 수 있겠지만, 잘 발효된 차는 점막이 형성되어 똑같은 조건으로 우려도 점막 때문에 빨리 식지 않기 때문에 땀이 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차 기운과는 무관한 발효의 영향이다. 발효식품은 보이차 외에도 무수히 많다. 발효 식품의 특징은 섭취 후에 몸이 편안하다는 것이며, 노보이차 역시 마시고 난 후 몸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노보이차의 다양한 특징을 이해하고 즐기면, 발효와 시간이 만들어낸 깊은 맛을 더욱 풍부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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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경우(명가원 대표)

노보이차 이야기는 202526일부터 32일까지 총 4회에 걸쳐 소개된 시리즈 기사입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숫자급 보이차의 명칭 구분, 노보이차의 매력, 발효와 시간이 만들어낸 깊은 맛, 그리고 이를 즐기는 다양한 방법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노보이차는 단순히 차를 넘어, 시간과 자연의 조화로 만들어진 예술품과도 같습니다. 그 속에는 미생물의 활동, 세월의 흔적, 그리고 차를 사랑하는 이들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본 원고의 내용은 석우연담의 논조와는 별개로, 기고자의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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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해차창 7542 정품

숫자급 보이차란 1972년 이후 중국토산축산진출구공사 운남성차엽분공사가 수출을 담당하던 회사의 명칭이 변경되면서 포장지 도안이 운남칠자병차로 바뀌었다. 이 포장지의 가운데에는 중자가 여덟 개, 안에는 차자가 로고로 들어가 있고, 아래에는 중국토산축산진출구공사 운남성차엽분공사라고 디자인된 포장지로 생산된 모든 보이차에 씌워 유통되었다. 이런 종류의 보이차를 통틀어 칠자병차라고 부른다. 생산된 모든 보이차의 포장지 도안이 동일하였다.

 

포장지 도안은 동일하지만 만들어진 제다법에 따라 보이차 종류의 이름을 숫자 표기로 구분하게 된다. 예를 들어 7542, 7532, 7582, 7432, 7452 등이 대표적이다. 네 자리 숫자로 표기된 이유는 보이차의 수출 과정에서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서이다. 네 자리 숫자는 각각 의미가 있다. 네 자리 숫자 중 세 번째 숫자, 4, 3, 8 등은 찻잎의 크기를 의미한다. 당시 만들어진 모든 차들은 큰 찻잎과 작은 찻잎을 일정한 비율에 따라 병배(찻잎을 섞는 과정)하여 만들게 된다. 이때 병배된 찻잎의 평균치 등급을 의미한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숫자인 75, 74 등은 세 번째 숫자, 즉 제다 방법을 처음 연구하여 만들어 놓은 연도를 의미한다.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되는 것은 74, 75년에 연구해서 데이터를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지, 이때부터 생산을 시작했다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7542 같은 경우는 차를 생산한 시기가 7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생산하게 되었다. 마지막 숫자인 2는 생산 차창(공장)을 의미한다. 중국 국가에서 운영하던 차창은 크게 네 군데가 있었다. 1번 숫자를 받은 곳은 곤명차창, 2번 숫자를 받은 차창은 맹해차창, 3번 숫자를 받은 차창은 하관차창, 4번 숫자를 받은 차창은 보이차창이다.

 

결론적으로 앞의 두 자리 숫자는 세 번째 숫자인 제다 방법을 만든 연도, 세 번째 숫자는 찻잎의 평균치 등급, 네 번째 숫자는 생산한 차창을 의미한다.

 

1972년부터 1990년 이전까지는 중국 국가에서 운영하던 차창에서 보이차를 생산하였기에 보이차 이름인 숫자만 들어도 차의 종류와 향, 맛의 특징을 알 수 있었다. 단지 습기에 노출된 정도에 따라 발효 정도가 달라 약간의 맛의 편차만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1990년 이후로 넘어가면서 보이차 소비 시장이 조금씩 형성되기 시작하고, 한편으로 시장경제 정책의 변화에 따라 대형 차창에 모차를 납품하던 중소형 차창들이 민영화되기 시작하면서 직접 보이차를 생산 유통하면서 동일한 디자인에 비슷한 포장지를 사용하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중소차창에서 생산한 7542

예를 들어 7542라고 알고 구입하였지만 맹해차창에서 만들어진 차와는 전혀 다른 향과 맛이었다. 그러므로 이렇게 만들어진 보이차 종류는 별개의 명칭을 사용하고 유통해야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맹해차창에서 만들어진 보이차 이름과 동일하게 찻잎이 작으면 7532, 7542, 찻잎이 크면 8582로 맹해차창에서 생산한 차와 동일하게 이름을 사용하여 유통하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명품 시장을 비유해보자. 명품 종류는 무수히 많다. 진품보다 짝퉁 시장이 더 크다. 남대문 시장에도 동대문 시장에도 명품 짝퉁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우리는 남대문, 동대문에 명품을 사러 갈 때는 당연히 짝퉁을 사러 간다. 남대문이나 동대문에서 진품을 찾지 않는다. 진품을 사고자 할 때는 백화점이나 전문 매장으로 간다. 그러므로 큰 혼란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노보이차는 그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모방품도 7542, 진품도 7542로 유통되기에 소비자는 내가 진품 7542를 사는지 모방품 7542를 사는지 구분을 못하는 실정이며, 모방품 7542를 마시면서 ', 7542의 향과 맛이 이런 거구나'라고 생각하는 왜곡이 심한 실정인 것이다.

 

소비자의 욕구는 다양하다. 기꺼이 높은 가격을 지불하여 진품을 구입하고자 하는 소비자도 있을 것이고, 높은 가격을 지불하지 않고 가성비가 좋은 쪽으로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보이차의 명칭에서 차별화시켜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만 앞으로 투명하고 신뢰를 얻는 노보이차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앞으로 노보이차 시장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객관화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서 먼저 명칭의 정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지막 숫자 2는 맹해차창을 의미하므로 맹해차창에서 만들어진 차가 아니라면 다른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소비자가 쉽게 인식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유통 상인의 몫이다. 유통 과정에서 맹해차창에서 만들어진 7542가 아닌데 7542라고 한다면 유통 상인이 이것을 바르게 해주지 않는다면, 반대로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어필을 해야 앞으로 조금씩 노보이차 시장이 바르게 정립될 것이다.

 

다음 호에는 마지막으로 노보이차를 즐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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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경우(명가원 대표)

본 원고의 내용은 석우연담의 논조와는 별개로, 기고자의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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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해차창 94년 업자7542

노보이차 종류에는 맹해차창에서 생산된 차와 중소차창에서 생산된 차가 있다.

노보이차를 구분하자면 첫째, 생산 시기에 따라 구분한다. 둘째, 모차의 병배 비율, 즉 찻잎의 크기에 따라 섞어놓은 찻잎의 크기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셋째, 차를 만든 차창(공장)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차가 생산된 차창은 노보이차 가격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생산된 차창에 따라 동일한 연도일지라도 노보이차는 가격에서 큰 차이가 난다.

 

보이차가 생산된 차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개방화 정책을 펼친 이전과 이후의 이해가 필요하다. 1979년 덩샤오핑 집권 이후 개방화 정책에 따라 시장 경제 정책을 도입하면서 국가에서 운영하던 차창인 맹해차창에서는 중국토산축산진출구공사 운남성차엽분공사(줄여서 성공사 또는 성차사. 쉽게 수출을 담당하던 회사라고 이해하면 된다.)를 거치지 않고 직접 생산과 유통을 할 수 있게 정책을 변경하게 된다.

 

중국이 공산화된 이후인 1950년대부터 1985년까지는 맹해차창에서는 주문받은 차에 한해 생산만 가능했지, 직접 주문을 받거나 유통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1985년 이후에는 직접 주문을 받아 생산 및 유통이 가능하였다. 대표적인 보이차는 홍콩 남천공사에서 주문받은 8582가 있다.

맹해차창 내비

현재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1960년대, 1970년대, 1980년대, 호급보이차 이름으로 만들어진 차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될까? 이런 차들은 홍콩인들이 변방 지역에서 생산된 모차를 홍콩으로 옮겨와서 발효를 시킨 다음 긴압한 차들이라고 보면 된다. 이런 차 종류들은 정통성과 족보가 명확하지 않아 연대에 비해 낮은 가격이 형성되며 재유통이 어렵다. 물론 맛이 좋다 나쁘다는 호불호에 따라 판단할 문제이다.

중소차창 내비

국가에서 운영하든 보이차를 생산하든 대형차창인 맹해차창, 하관차창, 곤명차창 산하에는 모차를 납품하던 중소차창들이 있었다. 이들 차창은 1980년대 후반 이전까지는 보이차를 직접 유통하지 않고 주로 대형차창에 1차 가공된 모차를 납품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중소차창들은 1980년대 후반 이후부터 민영화되기 시작한다.

 

민영화된 이후에는 보이차를 직접 생산하게 되지만 1980년대만 해도 보이차의 소비량이 많지 않아 생산을 하여도 판매가 쉽지 않아 생산하지 않았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로 넘어가면서 보이차 소비 시장이 조금씩 형성되기 시작하면서 중소차창에서도 보이차를 생산 유통하게 된다. 하지만 중소차창에서 생산된 차들은 직접 포장지 디자인을 하여 차별화해서 유통하지 않고 손쉬운 방법으로 전통적으로 생산되던 운남칠자병차 포장지 디자인 도안으로 동일하게 생산 유통하게 된다. 심지어 병면 속에 있는 내비의 글자도 서쌍판납태족자치주 맹해차창출품으로 동일하게 인쇄하여 차를 만들게 된다.

 

하지만 이 시기만 해도 상표권이 크게 엄격하게 적용되지 않던 시기라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2014년 이후 맹해차창에서 생산된 차의 품질의 우수성에 따라 골동보이차 경매에서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진위에 따라 가격에서 큰 차이가 생기고 현재는 진위의 구분이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었다.

 

중국의 개방화 정책 이후인 1980년대 후반부터 대형차창에 납품하던 중소차창들이 먼저 민영화되고 이어서 1990년대 후반에는 개인들이 차 공장을 설립 후 직접 생산, 유통을 하게 된다. 국가 운영 대형차창이 아닌 이런 차창들에서 생산된 차를 통칭해서 중소차창 또는 개인차창에서 생산한 보이차라고 통칭한다. 중소차창에서 생산된 보이차들은 차창의 출처에 대한 정보와 자료가 없어 어느 차창, 어느 산지의 찻잎을 사용했는지 알 수가 없어 통칭해서 중소차창 보이차라고 부르는 것이다. 종이 질감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아주 전문가가 아니라면 포장지 디자인이 동일하여 실제 맹해차창에서 생산한 보이차가 아님에도 정품으로 오해를 하며 마시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방화 정책에 따라 시장경제 정책이 도입되었지만 1990년 이전만 해도 보이차 소비 시장이 형성되기 전이라 중소차창에서 생산된 차들은 극히 한정된 양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1990년 이전에 생산된 보이차들은 생산 연도를 속이지 않고 정확히 감정한다면 맹해차창, 하관차창, 곤명차창에서 생산한 차들이거나 홍콩인들이 생산한 차들일 수밖에 없던 것이 당시의 상황이었다. 보이차의 긴압된 모양에서 사발 엎어놓은 듯한 타차, 벽돌 모양의 전차는 예외적으로 1980년대에도 중소차창에서 생산 유통하기도 하였지만 이는 극히 일부의 양이다.

 

현재 노보이차, 골동보이차는 경매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에 따라 홍콩, 중국, 대만, 한국에서 가격의 기준이 되고 있다. 동일한 생산 연도, 동일한 차 종류일지라도 저장 환경, 외형 등의 차 상태에 따라 가격에서 편차가 크다. 이 밖에도 중소차창에서 생산된 차들은 경매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생산 차창의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탓이다.

 

노보이차는 생산된 지 오래된 차라 기본적으로 가격이 높고 특히 맹해차창에서 생산된 정품 보이차들은 가격이 더욱 높다. 진입 장벽이 쉽지 않다. 하지만 정작 진입하려고 해도 진위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족보와 출처가 명확하며 잘 발효된 노보이차는 그 가치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설령 가격이 높다 하여도 진위의 구분이 명확해지고 가치를 인정하는 소비자가 생기게 되면 노보이차 시장은 현재보다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노보이차 품차와 감별>을 통해 구분하는 방법을 이미 공개하였다. 세월과 환경의 뒷받침으로 발효라는 재탄생으로 특별하게 거듭난 노보이차, 누구나 한 번쯤 마셔보고 싶은 보이차가 되기 위해서는 생산된 차창의 구분을 명확히 하여 소비자의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다음 호에는 7542, 7532, 8582, 맹해차창? 중소차창? 보이차 명칭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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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경우(명가원 대표)

노보이차 이야기 2월 6일부터 4회 연제 됩니다.

본 원고의 내용은 석우연담의 논조와는 별개로, 기고자의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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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문지 대엽청병

노(老)보이차의 매력

현재 보이차 시장은 이전에 비해 많이 확대되고 보급되어 있다. 하지만 보이차를 소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보이차보다는 생산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차를 주로 소비하고 있다.

 

신차는 보이차가 생산된 지 10년 미만인 차를 말한다. 노보이차는 보이차가 생산된 지 20년이 지난 차를 말한다. 하지만 단순히 시간 개념으로 20년이 지났다고 해서 노보이차라고 하기 어렵다. 전제 조건 중 하나는 시간이지만, 시간과 더불어 발효가 진행되어야 진정한 노차라고 할 수 있다. 발효도도 단순히 녹색의 탕색에서 약간 주황색, 담홍색으로 변한 차는 산화발효가 진행되었기에 발효가 되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미생물 작용에 의해 미생물발효가 진행되어 탕색은 진홍색, 갈홍색 이상의 탕색으로 변하고 풋향, 풋맛이 어느 정도 없어져 발효된 독특한 향으로 변해야 노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찻자리에서 주로 신차를 마시는 분들이 마지막에 내는 차는 오래된 노보이차이다. "신차를 즐기고 마지막으로 노보이차 한 잔 합시다."라는 말은 어느 찻자리에서나 공통적으로 듣는 말이다. 이는 묵시적으로 신차보다는 노보이차가 한수위의 차라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양한 인급보이차

1990년을 전후하여 홍콩의 오래된 다루의 창고에서 골동보이차(1970년 이전에 생산된 보이차)와 노보이차(1970~2000년 이전에 생산된 보이차)가 쏟아지면서, 2000년 이전에 보이차를 마시는 사람들은 무조건 오래되고 잘 발효된 골동보이차, 노보이차를 소비하였다. 그러나 2000년 이후 노보이차의 수량이 희소해지면서 가격은 폭등하게 되었고, 때마침 운남성에 직접 가서 신차 보이차를 생산하여 유통하는 붐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오늘날 신차 보이차 소비가 트랜드화된 것이다.

 

그렇지만 노보이차는 이전에 마셔본 분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으로, 요즘 신차를 마시는 사람들에게는 한번쯤 마셔보고 싶은 동경의 대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럼 노보이차가 지닌 매력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첫째, 노보이차는 어느 정도 발효가 진행되어 있기에 신차 보이차가 지닌 풋풋하고 신선한 향에서 발효된 독특한 향으로 변한다. 생콩이 메주콩으로 변하면 생콩에서 나는 향과는 전혀 다른 향으로 변하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하지만 미생물이 관여된 발효가 아니라면 어느 정도 풋향을 지니고 있다. 잘 발효된 메주에서 나는 향은 잘 익었나 아니냐가 포커스이지, 생콩의 향이 남아 있다면 메주가 잘 익었다는 표현을 쓰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노보이차는 발효된 독특한 향이 매력적이다.

 

둘째, 맛은 어떨까? 신차 보이차에서 나는 쓰고 떫은 맛은 목 넘김이 자극적이나, 발효가 되었을 때는 자극적이지 않고 찌르지 않아 몽글몽글하면서 편안하게 넘어가는 특징이 있다. 물론 신차는 제다 과정에서 쓰고 떫은 맛이 침출되지 않도록 차를 만들기에 이런 차는 발효와는 크게 상관없지만, 유념을 강하게 하여 쓰고 떫은 맛이 침출되도록 만든 차는 발효가 많이 진행될수록 자극이 적고 목 넘김이 부드럽기 때문에 노보이차가 매력적인 것이다. 여기서 노보이차에서 말하는 부드럽다는 의미는 농도를 연하게 하여 쓰고 떫은 맛이 침출되지 않아 자극적이지 않은 것이 부드러운 것이 아니라, 쓰고 떫은 맛은 뚜렷하지만 자극 없이 넘어가는 것이 진정한 부드러움이다.

 

셋째, 잘 발효된 노보이차는 농도를 진하게 우려 마셔도 마시기에 불편하지 않다. 만든 지 얼마 안 된 신차 보이차는 농도를 진하게 우려 마시게 되면 맛이 자극적이고 불편하다. 그러다 보니 농도를 연하게 하고 우리는 용기도 빨리 온도가 내려가는 개완을 사용하여 우린다. 하지만 노보이차는 개완보다는 자사호를, 자사호 종류 중에서도 맛을 그대로 표현해주는 주니 소호를 사용한다. 단니, 자니 등의 자사호는 쓰고 떫은 맛을 톤 다운시켜 주기에 자극적인 맛이 불편할 때 사용하는 것이 적합하다.

 

우리가 즐기는 모든 음료는 연하게 마시는 방법과 진하게 마시는 방법이 있다. 술도 얼음으로 희석시켜 마시는 방법과 스트레이트로 진하게 마시는 방법이 있으며, 커피 역시 농도를 연하게 해서 마시는 아메리카노와 진하게 에스프레소 농도로 마시는 방법이 있다. 일본 말차도 연하게 마시는 박차와 진하게 마시는 농차가 있다.

 

공통점이라면 진정한 마니아는 연하게 마시는 것보다는 진하게 마시는 방법을 좋아한다. 이런 사람을 우리는 마니아라고 한다. 카페에서 하루에 커피를 다섯 잔 이상 마신다고 해서 커피 마니아라는 표현을 하지 않는다. 잘 발효된 노보이차는 진하게 우려 마셔도 크게 마시는데 불편하지 않다. 진하게 우려 마시게 되면 쓰고 떫은 맛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으며, 마시고 난 후 혀 밑이나 목젓에서 달달한 침이 끊임없이 생기면서 오랫동안 여운이 남기 때문이다. 이렇게 마실 수 있다는 것이 노보이차의 매력일 것이다.

 

넷째, 잘 발효된 보이차는 열감이 뛰어나 차를 마시고 난 후 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발효 과정에서 생겨나는 점막으로 인해 목 넘김이 편안해지고, 차탕의 온도가 빨리 식지 않아 혀끝에서 느끼는 온도는 발효 정도의 차이에 따라 뜨거운 정도가 다르며, 발효가 많이 된 차일수록 훨씬 뜨겁게 느껴진다. 이런 차를 마시고 난 후에 몸이 더워지면서 손발이 따뜻해지고 땀이 나게 된다. 이러한 부분을 노보이차에서 기운으로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섯째, 노보이차를 마시게 되면 우리 몸이 편안하게 흡수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잘 발효되지 않은 차를 조금만 농도를 진하게 우려 마시게 되면 위장이 약한 사람들은 속쓰림 증상을 느낄 수 있으나, 노보이차를 마시게 되면 그렇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발효가 많이 된 차일수록 우리 몸이 편안하게 흡수되는 것이다.

 

위와 같이 다섯 가지 부분으로 노보이차의 매력에 대해 언급하였지만, 노보이차의 찻자리 기물의 선택과 분위기 등은 신차를 즐기는 찻자리보다는 훨씬 고급지며 아취가 있다. 차는 단순히 마실 수도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즐기다는 것은 좀 더 품격을 쫓아가며 고급스러움을 추구하게 된다. 산뜻한 향을 즐기게 되지만, 차 생활의 정점이 되면 잘 발효된 차에서 추구하는 농후하게 걸죽한 맛의 매력을 즐기게 되는 것이다.

 

다음 호에는 노보이차의 세계, 맹해차창과 중소차창에서 만든 차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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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경우(명가원 대표)

노보이차 이야기는 2월 6일부터 4회 연제 됩니다.

본 원고의 내용은 석우연담의 논조와는 별개로, 기고자의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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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분(白霜)이 보이는 보이차(람인철병)

 

김경우의 보이차 노트

글 김경우(골동보이차의 이해)

다석 6호(2019년 9월 20일) 발행 기사 전문

 

단순히 잘 익은 보이차(발효된 보이차)라고 해서 구입했는데, 집에 와서 보면 병면에서 하얀 분(백상白霜)이 있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병면에 생긴 백상을 보고 마셔도 별 문제가 없다라는 의견을 가지신 분과 아니다, 마시면 큰일 난다라는 반론을 제기하는 분도 계시다. 둘 다 현재까지는 실험 분석에 의한 데이터 제시가 아닌 단순 의견 제시 수준이었다.

 

필자가 이번부터 <보이차 노트>로 기고하게 되었다.

흔히 잘 익은 보이차(발효된 보이차), 골동보이차를 언급하다 보면 짚고 넘어가야 되는 것이 백상에 관한 부분이다. 그래서 첫 번째 글로, 병면 백상이 좀 많은 보이차 두 종류를 표본으로 선택하여 한국기능식품연구원에 의뢰하여 분석한 데이터를 기초로 하여 안정성 여부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보이차 병면의 백상(白霜)은 인체에 해로운 곰팡이 독소일까?

 

보이차는 보관과정에서 특정한 온도와 습도를 만나면, 병면에서 하얀 분 같은 백상이 생긴다. 현재까지는 백상이 어떤 과정을 통해 나타나는 현상인지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한국에서 보이차가 유통되기 시작한 90년대에 홍콩 쪽에서 들어온 70~80년대의 숫자급 보이차들에서 유난히 병면에 백상이 많은 차가 있었다.

 

홍콩은 한겨울을 빼곤 대체로 온도와 습도가 높은 지역이다. 뿐만 아니라 당시(70~80년대)는 숙차의 유행에 따라, 상대적으로 강하고 떫은맛을 지닌 보이생차를 빨리 익은 맛이 나도록 하기 위한 방법들을 연구하였다. 깨끗하게 잘 익은 맛이 나는 차가 있는 반면, 병면에서 백상이 있는 차들도 많았던 것이다.

 

보이차 병면의 백상은 보이차가 온도와 습도가 적절하거나 높은 곳에 있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백상은 미생물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환경에 있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러한 결과물들을 두고, 일부에서는 마시면 암에 걸릴 만큼 인체에 치명적인 곰팡이 독소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백상이 보이는 보이차(강성호)

그래서 진짜 곰팡이 독소인 아플라톡신이(aflatoxin) 검출되는지를 확인하고 규명해보기 위해 백상이 많이 있는 보이차 두 종류를 식약청 인증기관인 한국기능식품연구원에 의뢰하여 검사를 해 보았다. 결과는 두 종류 모두 불검출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백상이 있는 모든 보이차를 검사해 본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백상의 정도를 사진으로 확인해 볼 수 있고, 유해유무를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점은 제공된 셈이다. 자연적으로 발효되는 차에 비해 빨리 발효되는 특징이 있는 입창차들은 풋풋한 향보다는 발효된 향이 많이 나며, 맛에서는 떫은맛과 쓴맛은 분해되지만 회감에서 강하게 받쳐 주는 힘은 약하다. 이는 기호에 따른 맛의 좋다, 나쁘다의 문제이지 건강에 해롭다, 해롭지 않다의 문제와는 별개이다.

 

그러고 보니 간과한 사실이 있다. 당시 한쪽 구석에 있어 매변이 아주 심한 차라고 분명히 언급한 것이다. 사실 매변이 심해 육안으로 보기 싫은 차들은 대부분 유통 과정에서 걸러진다. 이런 말을 하다 보면 마치 필자가 입창차를 옹호한다고 치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입창 옹호론자가 아닌 발효가 잘되어 맛있는 보이차를 마시고 싶어 하는 1인이다.

람인철병 검사성적서

오명진의 논문 미생물 발효차의 역사지리적 특성에 의하면 차의 발효에는 산화발효, 미생물 발효, 숙성발효가 있고, 그 중 숙성발효 즉, Ageing이란 찻잎이 시간의 경과에 따라 자가분해효소에 의해 분자구조가 쪼개지는 과정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조직감이 부드러워지고 맛과 향에 변화가 오는데이 또한 분해효소의 작용이므로 적절한 온도와 습도가 필요 충분 조건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숙성발효는 단독으로 작용하기보다는 입창 및 퇴창처리와 같이 대체로 산화발효나 미생물 발효 등과 결합되고 있다.

 

따라서 차와 저장과의 관계에서 오는 숙성발효의 개념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은 채, 무조건 세월이 지나면 발효가 될 것으로 이야기한다면 이 또한 사실에 맞지 않는 것이니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강성호 검사성적서

한때 보이숙차는 만드는 제다공정에서 활동했던 미생물에 방사선을 쬐이거나 약품 처리를 해, 미생물에 대한 걱정이 전혀 없다는 식의 말들이 한참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차에 방사선과 약품이라니, 빈대 잡자고 초가산간 태우는 격인데도 오히려 안심 멘트로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사실은 달랐다.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 | 교보문고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 | 박홍관 - 교보문고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 |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는 형설출판사에서 발행된, 일명 ‘중국차도감’으로 더 많이 알려진 책이다. 대부분 차 산지를 방문하여 그 지역의 정확한 품종을 확인

product.kyobobook.co.kr

답은 간단하다. 미생물 발효에 참여했던 찻잎의 수분이 증발되며 수분 함량이 낮아지면 자연스럽게 미생물의 활동은 정지되고 사멸되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면 점차적으로 소멸되는 것이다. 숙차가 이런 원리로 만들어지듯, 입창을 통해 백상이 생겨난 차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충분한 퇴창 과정을 거치는 것은 숙차와 똑같은 원리에 해당하는 것이다.

 

분석할 수 있는 보이차 샘풀이 충분하지 않아, 백상이 있는 모든 차가 안전하다는 말은 못한다. 하지만 최소 두 종류의 보이차 병면을 보고, 저 정도 백상은 아플라톡신이 불검출된다고는 할 수 있다. 이로써 백상은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부분도 어느 정도 검증이 된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백상을 보고 해롭다로 접근하기 보다는 백상에 따른 맛의 특징을 설명해서 호불호에 따라 차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발효되지 않은 차에서 나타나는 강한 맛보다는 발효된 농익은 맛을 선호하는 소비자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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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서 손님들의 관람

 

쾌활 보이차 정경원 대표는 2007년부터 제작해온 보이차를 인사동 아리수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오픈하였다. 이날 전시장은 쾌활보이차 마니아뿐 아니라 평소 쾌활 보이차에 관심 있는 분들까지 관람과 시음으로 전시장은 성황을 이루었다.

 

2800년 백앵차산 흑조자 나무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2,800년 백앵차산 흑조자 차나무의 대형 사진이 나오는데 도심 속에서 고차수 산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많은 분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기도 한다.

 

애뢰산 천년 야생차로 만든 호박 형태 보이차

 

보이차의 형태에서 처음 보는 차로는 우리나라 호박 형태의 차가 있는데 이것은 중국에서 만들어 오고 있는 형태였지만 실제, 배우면서 만든 시기가 2008년이라고 한다. 오랜 시간의 경과로 인해서 뭔가 고풍스러운 맛을 보여준다. 보이차의 제작에서도 357g을 전후한 무게와 형식의 틀에서 벗어난 포장 방식은 쾌활 차의 맛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의 층을 더욱 두텁게 형성해 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 손님께 설명하는 모습

 

갤러리를 통해서 개인의 보이차 제작과 관련된 전시와 차 산지별 맛을 시음할 수 있는 공간 기획은 쾌활 보이차 동호인들의 만남보다 더 가치 있는 전시로 평가될 것이다.

보이차 전시 방식

2800년 백앵차산 흑조자

오늘의 주인공 쾌활

쾌활보이차를 맛있게 우려주는 회원

찻자리 주변 분위기

쾨활 정경원 대표의 육성(동영상)

 

전시 장소

201826()부터 11()까지 인사동 갤러리 아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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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전시 리뷰 이후의 전시장 풍경을 기록합니다.

강릉에서 한의사가 보온기에 가져온 파샤왕

 

전시 기간 동안 매일 한 번씩 방문했다. 쾌활 보이차 동호회 회원 가운데는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보이차 중에서 귀한 차들을 보온기에 담아 와서 나눠 마시는 점이 매우 특이했다.

 

11일 마지막 날 강릉에서 오신 한의사는 보온기에 파샤를 넣고 오셨다. 강릉에서 서울 인사동에 도착하는 시간 동안 충분히 우러난 차를 전시장에 오신 분들께 마시게 하고 싶은 마음으로 준비해온 정성이 대단해 보였는데, 이곳에서는 이렇게 보온기에 차를 담아온 분들을 많이 보게 되었다.

하루에 한 번씩 차 산지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마지막 날 강의 시간

 

다음 전시는 북경이라고 한다. 그의 추진력은 현재 한국의 보이차 시장에서 끓여마시는 탕법의 독자적인 노선을 만들었고 차와 사람이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쾌활 보이차의 큰 성장을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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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도감에 나온 쾌활보이차

 

쾌활 정경원 대표의 보이차 개인전 소식을 알린다. 정경원 대표는 2005년부터 운남성에서 생활하며 고차수 보이차와 차마고도를 연구하였는데, 아래와 같이 정 대표의 인사말을 전한다.

 

2007년부터 본인이 직접 제조한 노빙도, 대설산, 남나산을 시작으로 11년간 20여 개 차산과 산지에서 상품이 아닌 작품의 관점으로 제조한 진품 고차수 보이차 이야기를 전시회를 통해 세상에 알리고자 합니다.

 

 

차를 연구하는 한 개인의 이야기지만, 이를 통해 보이차 역사에 한국인의 족적을 남겨 봅니다. 201828()부터 11()까지 인사동 갤러리 아리수에서 뵙겠습니다.

 

쾌활정경원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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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말 생산된 박지 7542

 

숙차라는 것은 익은 차를 말한다. 시간과 스스로의 발효를 거쳐 이제 익을 만큼 맛있게 음미할 수 있는 차가 숙차이다. 숙차의 기원은 일반 생차이다. 그 생차 보이차는 원래 청병인 것이 당연하다. 그 생차들이 오래 되어 익었다고 한 것이 바로 숙차의 원래 의미이다.


이후 70년대 인공발효 덕분에 숙차가 만들어졌고, 그 숙차의 의미와 범위는 앞서 말한 청병이 익은 숙차의 맛을 구현해 내는 것이 목적이 된 것이다. 즉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인민이 마실 수 있는 차류를 만들어 내는 공정이었던 것이다. 때문에 청병과 그에 대한 숙차를 알고 있는 중국인들은 1-2번의 세차를 거쳐 요즘 나온 숙차를 음미한다.


각설하고, 생차를 익히려는 노력은 대단히 많다. 즉 입창(이전에는 습창차라는 표현을 했다)이라는 큰 범위의 단어로 말하지만 가정에서의 보관부터 창고보관까지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즉 습도와 통풍 등 차를 숙성시키는 즉 익히는 과정으로서 흔히 말하는 입창차라는 단어가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다. 여기서도 생차만 마시는 분들은 입창차를 마시면 죽는 것 처럼 말하는 사람과 그런 차는 탁한 차라고 말하는 사람 두 부류가 있다.

 

저렴한 중국차들의 특성이 그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것을 보면 얼마나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분명히 알게끔 한다. 현지에서 잘못 보관된 차들에게서 나타나는 명확한 공통점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80년대 말 생산된 박지 7542(전형적인 입창차)

우리가 잘 아는 7542나 7572, 8582를 손님에게 대접하면 좋은 차 마셨다고 고마워한다. 역시 보이차는 노차가 좋다고, 숙차를 마시면 초보인 것으로 말하면서 잘 익은 70년대나 80년대 7542나 8582를 마시면서 차는 원래 이렇게 익어야 좋다고 한다.


보이차의 세계에서 70년대와 80년대는 차를 익히는 것이 유행이었다. 보이차 제조 공정에 숙차 만드는 방법과 차를 만들고 나서는 입창을 통해 차를 익히는 방법으로 두가지가 동시에 시도되었다. 그래서 습을 먹은 정도의 차이일뿐 대부분 차는 입창을 통해서 익혀가는 시기는 88청병이 나오기전인 90년대 이전까지 이어진다.

1950년대 후반 생산된 람인철병(인급차는 입창을 통해 완성된 차)

 

따라서 무척 미안한 이야기지만 70년대 80년대 7542와 80년대 8582모두 인공으로 익힌 차다. 요즘와서 국내 보이 생차 전문가들이 말하는 입창차(습창차)마시면 죽는다고 하는 차다. 다시 말해 홍콩에서 보관되었다고 하는 차들이고, 현재는 홍콩이나 중국의 소장가들이 한국에서 적극적으로 매입하고 있는 차들이다.

이 차들이 최근에 열불내며 성토하는 명확한 입창차이다.


선입견만으로 입창한 차를 못된(?) 차라고말하면 지금은 그렇게 말하는 자신의 모습이 으쓱해 보이거나 대단해 보일 것 같다는 착각으로 살수도 있겠지만, 훗날 보이차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지고 좋은 차 건강한 차를 만나게 되면 오히려 부끄어워진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차에는 겸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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