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운사'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25.06.02 [아제생각] 귀국합니다 1
  2. 2024.11.24 [아제생각] 숙차 발효의 중간 과정4
반응형
최해철 오운산 석가명차 대표

6월 4일 징홍-쿤밍-인천으로 귀국합니다.

5일부터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차박람회에 참가하고 9일부터 본사로 출근할 예정입니다.

가능하면 선거에 참여하여 국정 혼란의 책임을 묻는 한 표를 행사하고 싶었지만 일정상 어쩔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귀국하면 더 이상은 광기에 휩싸이지 않는 굳건한 나라였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서로의 입장을 고려하여 대화하고 타협하며 분열된 사회를 통합하는 참된 일꾼이 탄생하기를 바래봅니다.

올봄도 자동차로 이동한 거리를 계산해 보니 대략 6000km입니다.

오운산_홍하

운남의 남쪽에서 북쪽까지 고수차 발아 시기에 맞추어 여러 지역을 이동하다 보니 운남성만 두세 바퀴를 돌았습니다.

지역과 명성을 떠나 좀 더 맛있고 가성비 높은 원료를 확보하기 위한 일환이지만 이제는 체력의 한계를 느낍니다.

과연 언제까지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좋아하는 일들을 실컷 할 수 있는 것도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찻잎을 따서 가공하고 분류하여 압병 포장까지 완성한 차를 처음으로 시음합니다. 맑고 풍부한 향이 찻물 속에 가득합니다.

2025년 홍하단주 시음 기록

홍하단주. 오운산에서 2019년부터 10년간 절반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113그루 단주차입니다.

차밭 별로 정리한 샘플 59가지를 다시 32개로 구분했고 대략 6시간, 시음에 시음을 거듭해서 열 그루 40kg을 선택한 원료입니다.

 

주문량이 많지 않아서 그야말로 단주차 중에서도 단주를 선택한 탓인지 어느 해보다 품질이 좋습니다. 올해는 처음엔 날씨가 좋았지만 삼월 중순에 시작된 한파의 영향으로 찻잎의 발아가 늦었습니다.

 

사월 중순 이후에는 비가 잦아서 가공과 품질관리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아무튼 올해도 여러 가지 난관들이 있었지만 맹해기지와 덕굉기지 차들을 비롯해서 뢰달산, 맹왕만나, 홍하, 대병산, 석와, 안랍산, 백앵산, 천가채 등의 차들을 생산했습니다. 모두 시음을 거듭하며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지만 선택은 언제나 소비자들의 몫입니다.

바라건대 한국의 녹차를 비롯해서 어떤 차든 우선은 차를 마시는 분들이 늘어났으면 합니다.

그리고 소량이지만 현장에서 발로 뛰며 정말 어렵게 생산한 제품들의 진가도 알아주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차철에 매일 바쁘게 움직이다 보면 허겁지겁 식사를 하는 편입니다.
음식을 먹는 시간에도 수시로 전화를 받고 각종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요리의 맛을 느낄 여유가 없습니다.멍하이 기지에 있을 때도 아침은 과일 몇 쪽으로 대신하고 점심은 직원이 출근하면서 들고 온 미시엔(쌀국수)을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아침 문득 차를 시음하며 온몸의 감각기관을 끌어올려 맛을 평가하면서도 정작 생명의 기초가 되는 음식을 먹을 때는 특별한 맛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다시 젓가락을 들어 천천히 '따지에'가 차려놓은 음식을 먹어봅니다.

각종 요리의 맛이 온몸으로 스며듭니다. 밥맛이 아니라 비로소 밥의 맛이 느껴집니다. 차를 만들고 차를 마시는 일도 이와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시간의 빈터에서 마시는 차, 생활의 빈터에서 먹는 음식, 그 터를 지긋이 바라보는 나를 느끼는 순간이 지속되기는 어렵지만 그러한 나를 알아가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언제 어디서나 인연 되는 모든 분들께 세월의 빈터를 만드는 차 한 잔 올리고 싶습니다.

 

[아제생각]은 오운산 석가명차 최해철 대표가 맹해에서 전하는 소식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
반응형

11월 4일 발효 12일차

오후 한 시부터 3차 뒤집기를 시작했습니다. 차 무더기 내부 온습도는 적당히 유지되고 있는데 바깥쪽은 수분이 부족해서 마르는 헌상이 보여서 어제저녁에 테두리 주변으로 조금씩 물을 뿌렸습니다. 2차 뒤집기 때보다 차가 많이 엉겨 붙어 있어서 3차에는 지에콰이지(解快机)라는 기계를 사용했습니다.

 

엉긴 모료를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데 꽤 시끄럽네요. 샘플 모료는 기계를 사용할 수가 없어서 일일이 손으로 풀어헤치자니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무더기 크기를 조정했습니다. 가로 2.5미터. 세로 2.5미터. 높이 60센티. 직사각형에서 원뿔형 정사각 형태로 바뀌었고 높아졌습니다. 샘플 모료는 본 무더기 중간쯤에 무명 천을 깔고 배치했습니다. 그리고 차맛이 섞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식품안전 비닐을 잘라서 모차를 분리하고 무명 천을 덮었습니다.

 

2차 뒤집기 때 비닐봉지에 담아서 완전히 분리했더니 열기 분출이 원활하지 않아서 비닐 주변에 습기가 누적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그때그때 문제점들을 보완하면서 상황 속의 최선을 찾고 있습니다. 본 무더기에 영향을 주지 않고 샘플 모료를 발효시키는 작업이 생각처럼 간단치 않습니다. 작업을 마친 후 측정한 온도는 43도 전후입니다. 아직은 이르지만 모료 샘플을 우려보았습니다. 마실 만은 한데 호불호가 있겠습니다. 발효 정도는 30% 전후로 예상됩니다.

 

11월 5~7일 발효 13~15일차

5일 새벽부터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계속 내리고 있습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발효실의 온도가 내려갔지만 차 무더기의 온도는 오히려 올라갔습니다. 3차 뒤집기를 한 다음 날 온도는 50도 전후로 측정되었고 6일 날은 60도 전후로 측정되었습니다. 무더기의 형태를 조정하고 높이를 올린 지금이 발효 과정 중 온도가 가장 높을 때입니다. 그만큼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해서 수시로 온도를 측정하면서 상태를 관찰하고 있습니다.

 

무더기 위쪽의 온도가 가장 높고 60도, 중간이 58도, 바닥 쪽은 46도 전후로 측정되고 있습니다. 시멘바닥 발효의 경우 위쪽과 아래쪽의 온도 차가 20도 이상 난다고 하는데 화산석을 깔아서인지 15도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고르게 발효되어야 차맛도 일정할 것입니다. 앞으로 일주일 정도가 발효의 마지막 고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7일. 차 무더기 안쪽은 촉촉한데 테두리 쪽은 마르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전체가 균일한 상태가 되도록 하기 위해 이번엔 마른 부분에 물을 뿌리는 대신 손으로 긁어서 위쪽으로 올리는 작업을 했습니다.

 

11월 8일 발효 16일차

계속 비가 내립니다. 이곳은 아열대 기후라서 주로 스콜성 소낙비가 내립니다. 그런데 이번처럼 4일 동안 하루 종일 이어지는 경우는 드문 일입니다. 비가 와도 모차를 발효하는데 큰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중요한 시기라 수시로 발효실은 오가는데 약간의 불편이 있습니다. 발효실의 기온은 17도 습도는 95%입니다.

 

차 무더기의 온도는 위쪽 62. 중간 60. 바닥 48. 샘플모료 60 어제보다 온도가 올라갔습니다. 65도를 초과하면 원료가 까맣게 변하기 시작하고 딱딱해지기 때문에 수시로 온도를 측정하고 있습니다. 40도 이하로 떨어지면 발효가 더디고 만충이 발생할 우려가 있습니다. 차 무더기의 평균 온도가 55~60도 사이로 유지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

 

발효실로 들어서면 푸근한 온기가 느껴지고 나무향 한약향 묵은 볏짚향 알콜향 등이 느껴집니다. 어제오늘 계속 이게 무슨 향기일까를 생각해 보는데 꼭 집어 표현하기 어려운 향입니다. 아무튼 계속 맡아보면 좋은 향기도 아니지만 싫지도 않아서 썩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향이라 느껴집니다.

11월 9일 발효 17일차

비가 그쳤습니다. 오후 3시 발효실의 기온은 27도 습도는 60%입니다. 기온이 올라가고 습도는 내려갔지만 차 무더기의 온도는 어제와 비슷합니다. 샘플을 우려보았습니다. 찻잎은 연한 갈색으로 변했고 탕색은 혼탁한 편이지만 붉은 색깔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두번 세차하고 마셔보니 약간의 악퇴미가 있지만 단맛이 좋습니다. 예상외로 지금 마셔도 불편하지 않은 맛입니다. 발효 정도는 60%로 정도로 보이는데 경발효 숙차의 가능성을 봅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