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4일 징홍-쿤밍-인천으로 귀국합니다.
5일부터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차박람회에 참가하고 9일부터 본사로 출근할 예정입니다.
가능하면 선거에 참여하여 국정 혼란의 책임을 묻는 한 표를 행사하고 싶었지만 일정상 어쩔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귀국하면 더 이상은 광기에 휩싸이지 않는 굳건한 나라였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서로의 입장을 고려하여 대화하고 타협하며 분열된 사회를 통합하는 참된 일꾼이 탄생하기를 바래봅니다.
올봄도 자동차로 이동한 거리를 계산해 보니 대략 6000km입니다.

운남의 남쪽에서 북쪽까지 고수차 발아 시기에 맞추어 여러 지역을 이동하다 보니 운남성만 두세 바퀴를 돌았습니다.
지역과 명성을 떠나 좀 더 맛있고 가성비 높은 원료를 확보하기 위한 일환이지만 이제는 체력의 한계를 느낍니다.
과연 언제까지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좋아하는 일들을 실컷 할 수 있는 것도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찻잎을 따서 가공하고 분류하여 압병 포장까지 완성한 차를 처음으로 시음합니다. 맑고 풍부한 향이 찻물 속에 가득합니다.

홍하단주. 오운산에서 2019년부터 10년간 절반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113그루 단주차입니다.
차밭 별로 정리한 샘플 59가지를 다시 32개로 구분했고 대략 6시간, 시음에 시음을 거듭해서 열 그루 40kg을 선택한 원료입니다.
주문량이 많지 않아서 그야말로 단주차 중에서도 단주를 선택한 탓인지 어느 해보다 품질이 좋습니다. 올해는 처음엔 날씨가 좋았지만 삼월 중순에 시작된 한파의 영향으로 찻잎의 발아가 늦었습니다.
사월 중순 이후에는 비가 잦아서 가공과 품질관리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아무튼 올해도 여러 가지 난관들이 있었지만 맹해기지와 덕굉기지 차들을 비롯해서 뢰달산, 맹왕만나, 홍하, 대병산, 석와, 안랍산, 백앵산, 천가채 등의 차들을 생산했습니다. 모두 시음을 거듭하며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지만 선택은 언제나 소비자들의 몫입니다.
바라건대 한국의 녹차를 비롯해서 어떤 차든 우선은 차를 마시는 분들이 늘어났으면 합니다.
그리고 소량이지만 현장에서 발로 뛰며 정말 어렵게 생산한 제품들의 진가도 알아주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아침 문득 차를 시음하며 온몸의 감각기관을 끌어올려 맛을 평가하면서도 정작 생명의 기초가 되는 음식을 먹을 때는 특별한 맛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다시 젓가락을 들어 천천히 '따지에'가 차려놓은 음식을 먹어봅니다.
각종 요리의 맛이 온몸으로 스며듭니다. 밥맛이 아니라 비로소 밥의 맛이 느껴집니다. 차를 만들고 차를 마시는 일도 이와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시간의 빈터에서 마시는 차, 생활의 빈터에서 먹는 음식, 그 터를 지긋이 바라보는 나를 느끼는 순간이 지속되기는 어렵지만 그러한 나를 알아가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언제 어디서나 인연 되는 모든 분들께 세월의 빈터를 만드는 차 한 잔 올리고 싶습니다.
[아제생각]은 오운산 석가명차 최해철 대표가 맹해에서 전하는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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