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차(茶, tea)마시는 도구로 대표적인 것은 강소성 의흥에서 생산되는 자사호다. 자사호를 만드는 작가가운데 최고 명인(우리나라의 인간문화재)을 중국에서는 대사라고 칭한다.
대사급 가운데 현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왕인선 대사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작가이면서 대표작은 곡호(曲壺)이다. 주니로 만들어진 곡호는 너비가 20.9cm 높이는 16.7cm로서 그 형태는 유일하게 경기도에서 활동하는 원로 사기장이 백자 흙으로 모방하여 만들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찻자리에서 곡호의 모방품으로 물을 담아두는 수주 용도로도 사용되었지만, 중국에서는 다호로 사용되고 있다. 그의 집에서 만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온화하고 선이 굵은 성격이다.
40년 이상의 경륜을 가지고 자사호의 세계에서 말보다는 작품으로 무게감과 중량감을 느낄 수 있다. [사진, 왕인선 대사] 1980년대 후반, 왕인선의 작품은 중화권 뿐만 아니라 자사호의 현대적 변용이라는 면에서 각광을 받았다. 그 작품을 본 이들은 전통적인 형태에서 문화적 충격을 금치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 형태의 유려한 곡선으로 원형 다호의 혁신을 가지고 온 왕인선은 그 작품 뿐만 아니라 근육 형태의 자연형을 더하는 시도 등으로 주목을 받았다.
1990년 홍니로 제작한 선도제량호(仙桃提梁壺)를 보면 왕인선의 또 다른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호의 몸통은 과장되게 커다랗고 풍만한 선도(仙桃)인데, 뾰족한 끝은 호의 주둥이로 둥글게 단번에 밑가지를 눌러 만든 것이 간결하면서도 깔끔한 처리되었다. 단구(單口)와 호의 뚜껑은 복숭아 잎을 교차시켜 서로 모았다.
특히, 삼차식제량(三叉式提梁)으로 무늬가 뚜렷하고 마디의 흔적이 늙었어도 굳세게 처리한 수법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굽고 꺾임이 기세에 따라 손잡이 위에 잔가지를 새겨 넣은 것이 아주 미세하면서도 생동감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기법들을 자신의 호에서 자유롭게 사용되면서도 자신만의 창조성이 녹아나오기에 자사호 대사 가운데 한 분을 선택하라면 주저 없이 왕인선 대사를 지목하는 이유는 바로 그러한 창조성 때문이다.
호의 굽에는 ‘인선(寅仙)’이란 둥근 낙관이 찍혀 있고, 뚜껑 안에는 ‘인선(寅仙)’이란 작은 도장이 있으며, 손잡이 끝 아래쪽엔 ‘왕(汪)’이란 작은 인장이 있다. 전체 다기는 아주 신중하고 정밀하게 구상하여 형상이 매우 아름다워, 날(捏, 주물러 빚고), 소(塑, 빚어 조소하고), 조(雕, 조각하여 장식하고), 루(鏤, 새겨 넣기)는 윤택이 나는 조형과 혼연일체가 되어 사람으로 하여금 한껏 음미토록 한다.
왕인선은 1995년 장용, 서수당, 여요신과 함께 “중국공예미술대사”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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