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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람회 부스 광고

 

한국에서도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면 도로변에 새워진 커다란 광고 간판들을 가끔 볼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고속도로는 물론이고 국도 변 어디에나 쉽게 이러한 간판들을 볼 수 있습니다. 징홍에서 멍하이로 오는 국도에도 여러 개의 보이차 관련 대형 간판들이 세워져 있습니다. 모두들 자신들의 상표를 홍보하고 생산하는 차의 가치를 선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형 간판의 홍보비용은 일년에 이천만원정도 됩니다.

 

저도 처음에 오운산을 창업하면서 이런 간판 하나쯤은 세워야 하는 것 아닌가하고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가격을 물어보고는 아예 생각을 접었습니다. 그 돈이 있으면 차라리 좀 더 좋은 원료를 구하는데 투자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당장은 어려울 수도 있지만 오운산 차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우리차를 마셔보라고만 해서 될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저희 가게를 방문할수록 더욱 홍보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고민 끝에 큰 비용들이지 않고 가장 효과적인 홍보방법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중국에서는 아시다시피 모든 것이 꽌시(關係)로 연결됩니다. 한국에도 그런 부분들이 있지만 중국은 특별히 꽌시즉 아는 사람과 연결된 친분을 중요시합니다. 그동안 멍하이에서 맺어 온 인맥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길 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국 사람이 멍하이 시내에 유일하게 보이차 가게를 오픈하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찾아오곤 합니다. 이제 멍하이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운산 가게를 아는 정도가 된 것 같습니다.

 

각 지역의 차농들 또한 저희가 직접 방문한 곳도 많고, 조금씩이라도 샘플들을 구매하고 다기셋드 선물까지 준다는 게 소문이 나서인지 이제 오운산은 멍하이에 내려 온 차농들의 단골 방문 코스가 되었습니다. 특별한 볼일이 없어도 이야기도 주고받고 가게 앞에 설치된 전광판을 통해 자기 지역의 모차 시세 등을 확인하곤 합니다.

 

현재 멍하이에서 라오반장-이우-징마이-파샤-빠다-나카 등 대부분 유명 차산으로 가는 방향의 국도변에는 조그마하게나마 저희 오운산 로고를 새긴 간판이 세워져있습니다. 간판하나에 20만원정도의 비용인데 인맥을 총 동원하여 도로변의 지주에게 연락하고 허락을 받은 다음 직접 곡괭이를 들고 가서 심었습니다. 더러는 마땅한 땅 주인을 만나지 못해서 그냥 밤중에 몰래 도로변에 심어 놓기도 했습니다...

 

사유지가 아닌 곳에 심어 놓은 간판들은 도로공사에서 수시로 철거해버립니다. 예를 들면 노반장으로 오르는 길목에 세워 놓은 오운산 간판은 벌써 네 번째입니다. 일단 멍하이에 내려온 차인이라면 대부분 노반장을 오르기 때문에 가장 효과적인 위치인데 보는 눈이 많아서 그런지 유달리 철거가 잦습니다.

 

이번에는 아이디어를 발휘하여 가장 좋은 위치에 위에는 노반장 방향 표지판을 아래에는 저희 로고를 집어넣어 시멘포장까지 단단하게 해 놓았는데 얄밉게도 노반장 표지판은 그대로 두고 아래의 우리 로고만 달랑 떼어 버렸네요. 직원은 벌금이 안 나온 것만으로도 다행이라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제가 아닙니다. 조만간 또 다른 방법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제 경험으로 중국에서 안 된다고 해서 가만히 있었다간 정말 아무것도 못합니다. 자꾸만 부닥치다보면 결국은 해결됩니다. 우선은 도로공사 사람들에게 확실히 오운산을 알린 것 같습니다...

 

기타 한글, 중국어, 영어 세 가지의 언어가 지원되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고 동영상 등을 제작하여 박람회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포털사이트인 타오바오에 오운산 코너를 만들어 운영하는 등의 홍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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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해각

 

팡시에지아오(방해각螃蟹脚) 라고 불리는 차에 기생하는 식물이 있습니다. 주로 고차수의 수액을 빨아먹고 자라는데 징마이(景迈) 지역에서 생산되는 량이 가장 많고 유명합니다. 혹자는 징마이 지역의 방해각만 진품이고 기타지역은 가짜라는 인식이 있는데 난누어샨, 멍송, 빠다, 등지에서도 조금씩 생산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우나 뿌랑산 등에서는 아주 희소합니다.

 

저는 라오반장이나 이우 지역의 차산을 비교적 자주 다니지만 아직까지 한번도 발견한 적이 없습니다. 차산 중에서도 그늘지고 습도가 높은 지역에서 주로 발견되는데 방해(螃蟹:) (:다리) 즉 바다에 사는 게의 다리처럼 마디가 있고 생긴 모양이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차나무에서 자라는 모습은 녹색인데 채취하여 그늘에서 며칠간 말리면 점점 연한 갈색으로 변합니다.

 

오래된 것은 검은색 계통입니다. 한국에서도 산을 오르다보면 가끔 볼 수 있는 참나무 가지 끝에 자라는 겨우살이 비슷합니다. 다만 겨우살이는 비교적 크고 굵은 반면에 방해각은 가늘며 손가락 정도의 크기입니다.

 

방해각

 

이천년 초 일본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방해각의 약리적 효능이 발표되면서 갑자기 가격이 치솟아 올랐습니다. 동맥경화, 고혈압, 당뇨, 신장염 등의 치료에 좋은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차가 아니라 약재 쪽으로 보는 것이 맞겠습니다. 다만 고수 차나무에서 자라기 때문에 차의 효능과 연결하여 생각하게 되고 방해각을 일부 섞어서 생산된 차들도 있습니다.

 

방해각이 많이 붙어 있는 차나무는 수액을 빼앗기므로 생산량이 줄어들게 되며, 심한 경우에는 고사될 수도 있습니다. 차나무 입장에서 방해각은 달갑지 않은 존재이지요. 최근엔 찻값보다 오히려 비싸게 거래됨으로 차농 입장에서는 부수입을 올려주는 고마운 식물일 수도 있겠습니다. 최근엔 가격이 많이 오르다보니 미얀마, 베트남 등지에서 들어온 것들과 다른 나무에서 자란 것들도 같이 방해각이라는 이름으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 | 교보문고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 | 박홍관 - 교보문고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 |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는 형설출판사에서 발행된, 일명 ‘중국차도감’으로 더 많이 알려진 책이다. 대부분 차 산지를 방문하여 그 지역의 정확한 품종을 확인

product.kyobobook.co.kr

제 생각엔 일단 지역과 상관없이 차나무에서 자란 것이라면 방해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국에 생산되는 바나나라고 바나나가 아닌 것은 아니듯이, 중국에서 생산된 인삼도 당연히 인삼입니다. 다만 자라는 지역에 따라 맛과 성분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국의 인삼이 그렇고, 윈난의 보이차가 그렇듯이 그 지역의 환경과 생태에 가장 잘 맞는 품종이 결국엔 명품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나 차나무가 아닌 일반 나무에서 자란 방해각은 약간 애매합니다. 같은 품종일 수는 있겠지만 매개체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일반 나무에서 자란 것이라고 밝히고 판매한다면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보이차에 있어서도 항상 습창차가 문제가 되고 있는데 연도를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습창에서 쾌속 발효시킨 차라고 밝히고 판매한다면 문제 될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차맛의 호불호를 떠나 습창 발효도 시장의 요구와 사람들의 음다 습관에 기인한 일종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가격입니다. 순간의 이익에 현혹되어 습창차를 수십년된 노차로 소개하거나 일반나무에서 자란 방해각을 징마이 정품으로 판매하는 것이 문제이지요. 징마이산 정품 방해각은 일키로에 백만원 가까이 합니다. 기타지역은 보통 이십에서 오십만원 사이에 거래되고 미얀마 등 변경 지역에서 들어온 것은 십만원 전후입니다.

 

이렇듯 가격 차이가 크기 때문에 시장에서 잘 모르는 사람이 방해각을 물으면 무조건 징마이 산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가격을 보면 대충 짐작할 수 있고 모양도 약간 틀립니다. 징마이 정품은 비교적 가늘고 크기도 작습니다. 맛은 약간 고소하고 은은한 단맛이 있습니다. 내포성이 좋아서 오래도록 우릴 수 있고 끓여 먹으면 한결 맛이 깊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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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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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선 이사장 축사

 

20171113일 승설재 김영숙 대표는 제5회 무이암차 품다회를 성황리에 마쳤다. ()한국차인연합회 박동선 이사장의 축사로 시작된 품다회는 무이성공사에서 제공한 특급 무이암차 3종과 차왕급 무이암차 3종이다.

 

기원정사(주지 설봉스님)

 

이번 행사의 리뷰는 품다회만 국한하겠다. 80명 이상 참가한 품다회를 조용히 매끄럽게 이끌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은 차를 내는 팽주였고, 그다음은 한양여대 비서학과 학생들의 차분하고 세련된 역할이다.

 

팽주는 대부분 그들의 전문성이 보였다. 특히 무이성공사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의 차 내는 자세는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인데, 필자가 앉은 자리의 팽주는 무이성에서 파견나온 직원으로 상당히 세련된 수준의 차를 내었다.

품다회가 마칠 즈음에 김영숙 대표와 기념 촬영

 

8명이 마시는 차의 양은 무이암차는 8g 홍차는 6g이다. 홍차는 2017년 동목촌에서 시행한 품다 대회에서 금상(금장) 받은 금준미, 정산소종, 적감, 노총홍차로서 식사 시간 전후로 나왔다.

 

무이성 직원 네 명이 차를 내었다

 

품다회에 참석한 자리는 모두 8명의 손님과 비서학과 학생이 함께 할 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참석자들의 자리가 비는 경우와 우리 테이블같이 끝까지 8명이 차를 마실 때 테이블마다 맛을 평가하는 기준이 조금씩은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리뷰는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임을 밝힌다.

 

개완의 크기에서 8g의 무이암차를 넣고 배분했을 때, 찻잔에 조금 따른 차로 그 귀한 차 이야기를 풀어내기는 필자의 실력으로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이 글을 쓰는 힘의 원천은 차를 새로 바꿀 때마다 물을 넣기 전, 개완 속의 마른 차 향기를 맏게 해주어서 차 마다 가진 세세한 미향의 특징을 기억하고 그동안 마셔온 차들과 비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를 이용하여 마시는 차의 이해를 도왔다.

 

이런 모습들이 품다회의 원칙을 지키고 차를 깔끔하게 내는 팽주의 전문성이 돋보였고, 팽주와 도우미의 역할이 이 자리가 전문적인 품다회라는 것을 인식시키기에 충분했다. 

 

마지막에 마신 차왕급 대홍포는 암운의 표준을 보여준 차로 향기와 맛에서 일체감을 보여주었다. 육계와 수선도 무이암차의 좋은 맛을 느낄 수 있었고, 특급 수선도 결이 좋은 차였다. 작은 개완에 8명이 마시면서도 이런 풍미를 알 수 있게 해준 중국 직원의 실력을 칭찬하고자 한다. 

오찬(午餐) 때 마신 홍차 금준미는 귀한 차를 너무 쉽게 만난 것 같아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각 테이블에서 팽주 역할은 취명헌 김영옥 대표, 천안에서 온 다림헌 이낙구 대표, 마음거울 김덕순 대표 차민준 칠공예관 유광준 대표가 수고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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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도표연 김영숙 대표

다예표연 윤영미 강사

정마리(정악), 김영숙(향도), 윤영미(다예) 영상은 23초, 분위기만 이해하기 바란다.

 

장소는 서울 신라호텔영빈관 1층 루비홀에서 1130~17

정가연주: 정마리/정가보컬리스트

향도표연: 김영숙/승설재 대표

다예표연: 윤영미/국제차문화예절 전문지도사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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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주량즈 차산

 

시쐉반나에서 가장 높은 산인 화주량즈(活竹梁子)에 다녀왔습니다. 멍하이에서 멍송(勐宋) 방향으로 자동차로 한 시간정도 달리면 만시량(曼西良), 바오탕(保塘)을 지나 빠멍(坝檬)이라는 곳에 도착합니다. 해발 2429m 화주량즈를 오르자면 정상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이 이곳입니다.

 

하니족 마을로 70여가구에 300명 정도의 주민이 살고 있습니다. 해발이 높다고 꼭 최고 품질의 차가 생산되는 것은 아닙니다. 노반장이나 빙도 등의 해발은 1750m 전후입니다. 이상하게도 고급차가 나오는 지역의 해발이 대부분 비슷한 고도인데 이 부분에 대한 연구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확실히 해발이 높은 지역의 차일수록 산운(山韻)이 좋습니다.

 

산운을 어떻게 표현 할까요! 원시삼림을 거닐 때 문득 들려오는 이름 모를 꽃향기라고 할까요? 이른 아침 구름 덮인 산봉우리가 햇살에 씻기는 맛이라고 할까요?

 

고수차가 있는 다른 대부분의 마을이 그렇듯이 2007년 이후 이 마을의 주요 산업 또한 차업입니다. 그전엔 주로 깐즈라고 부르는 사탕수수나 옥수수 등을 재배하였다고 합니다. 화주량즈산을 중심으로 빠멍, 허난, 뽕간, 멍롱쟝 등의 마을이 빙 둘러서 자리하고 있습니다.

 

멍하이에 가게를 오픈하면서부터 쭉 이 지역의 차에 관심을 가지고 몇 번 원료를 주문 제작해보았습니다. 그러나 가공이 생각보다 원하는 상태에 도달하지 않아서 여러 차례 다시 가공하기를 거듭했는데 올해 가을차를 보니 많이 좋아졌습니다. 해발 2300m 고지에 야생차와 더불어 드문드문 고수차밭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생태환경이나 평균적인 차나무 수령이 아주 좋은 편입니다.

 

빠멍에 있는 총각하나가 자주 우리가게를 들러 제일 열심히 공부를 하는데 자기 집 차밭에는 고수차가 많지 않아서 아직은 가난합니다. 92년생이면 한국 나이로 스물일곱인데 아직 장가를 못 갔습니다.

 

정상에 간판을 세움

 

한국이라면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할 나이지만 이곳은 이십대 중반에 대부분 장가를 갑니다. 사람은 정말 진국이고 무엇이든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눈에 뜨입니다. 장가를 가면 신방을 꾸며야 되는데 아직도 옛날 하니족 건물에 부모님과 같이 살아서 이래저래 여의치 않습니다.

 

여동생이 있었는데 사 년 전에 이름 모를 질병에 걸려 세상을 떠났답니다. 매번 그의 집을 방문할 때마다 세 살 밖이 꼬맹이를 할머니가 돌보고 있었는데 여동생이 이생에 남겨놓은 생명이라는 걸 이번에야 알았습니다.

 

집안이 가난해서 번번한 약 한번 못써보고 떠나보낸 여동생을 못내 안타까워하는 착하고 순수한 청년입니다. 이번에 산을 오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집을 새로 짓고자 하는데 자금이 조금 모자라서 시작을 못하고 있답니다.

 

각설하고 장가도 가야되고 부모님 모시고 족하도 돌 봐야 되고 일단 시작하라고 했습니다. 모자라는 자금은 우선 내가 도와줄 터이니 내년 봄차로 갚으라고 했습니다. 한동안 말이 없기에 내심 감동해서 그런가! 했더니 웬걸 자기 집 고수차는 량이 많지 않아서 내년 봄차 만으로는 다 갚을 수가 없답니다...

 

짜식이! 나 같으면 일단 고맙습니다. 하고 받고 차차로 방법을 강구할 텐데... 아러따 그러면 몇 년이면 다 갚을 수 있겠냐니까? 삼 년은 돼야 될 것 같답니다. 그렇게 하라고 하고 손을 잡아주니까. 사내자식이 눈을 못 맞추고 자꾸 먼 산만 바라봅니다.

 

내년부터 시쐉반나 최고봉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어서 화주량즈를 본격적으로 개발해볼 생각인데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합니다. 채엽부터 가공까지지 모두 직접 지켜볼 수도 없고 또 지켜본다고 해결될 일도 아닙니다. 모든 것은 사람 마음먹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늘 자금에 쫒기지만 작은 정성이나마 그들에게 우선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멍하이 일기 67 - 화주량즈2 계약 -

 

시쐉반나 최고봉인 화주량즈에 저희 간판을 심었습니다. 혹시 몰라서 먼저 마을 촌장에게 부탁하여 허락도 받았습니다. 저번에 올라보니 오래전에 시멘트로 조그마하게 만든 표지석이 있긴 한데 낡아서 글자도 보이지 않습니다. 기회는 곧 찬스입니다. 내려오자마자 저희 전용 광고사에 간판 제작을 의뢰하였습니다.

아담한 사이즈로 윗부분은 시쐉반나 최고봉임을 알리는 해발표시와 화주량즈라는 지명을 크게 쓰고 아래에 저희 로고를 약간 작게 넣어서 제작 했습니다. 전에 라오반장 간판처럼 아래의 우리 로고만 때어 버리는 불상사를 예방하기위해 아예 일체형으로 제작했습니다...

 

계약서 작성

 

이젠 시쐉반나 최고봉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곳에 오른 사람이라면 반드시 저희 간판을 이정표 삼아서 기념 촬영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오운산도 홍보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상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인 빠멍에 사는 차농 친구들이 간판을 짊어지고 오르느라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저는 짊어진 사진만 몇 장 찍고 빈 몸으로 정상에 올라가서 천지신명께 술한잔 차한잔 부어드리고 간단한 예를 올렸습니다.

 

삼배를 올리는 잠시 동안 참으로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멍하이에 오운산을 창업하고 삼배를 올린 곳은 지금까지 딱 두 곳입니다. 전에 한국에서 오신 손님들과 같이 방문했던 펑징(凤庆) 샹주칭(香竹箐)3200년 세계차왕수 와 이곳 시쐉반나 최고봉 화주량즈입니다.

 

기념사진

 

기념사진 몇 장을 찍어서 마누라한테 보냈더니 그 깊은 산속에 간판 심어서 뭐하냐고 핀잔입니다. 무슨 에베레스트도 아니고 직원들 힘들게 간판까지 세워가며 등반 기념촬영을 하냐고 웃습니다. 아내도 내가 애쓰는 마음 알면서 괜히 그러는 줄 알지만 나도 왕복 네 시간 간판 들고 산행하느라 죽을 뻔 했다고 괜히 엄살을 부려봅니다...

 

옛날에 성철스님에게 어떤 보살님이 기도를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물으니 이렇게 하라고 했답니다.

일체 대중이 모두 행복하시길 빕니다.”

 

천지신명께 머리를 조아리며 차업을 하는 사람, 차를 마시는 사람, 차를 마시지 않는 사람, 멍하이 일기를 읽는 사람 모두 행복하시기를 빌어봅니다. 어저께 빠멍의 노총각에게 오운산 빠멍 기지 관리소장 직책을 주었습니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월급도 없는 봉사 직입니다.

 

그러나 월급보다 소중한 믿음이 서로에게 있습니다. 화주량즈의 어께격인 해발 2300m 부근에 야생차가 자라고 있습니다. 대충 짐작으로도 수령 천년은 훌쩍 넘긴 것 같은 야생차 네그루를 2018년부터 22년까지 오년간 임대 계약을 하였습니다. 관리는 차밭 주인이 하고 매년 채엽 시기에 같이 올라가서 채엽은 우리가 직접 하는 조건입니다. 기타 여러 가지 조건을 계약서에 명기 하였습니다만 간단히 말씀 드리면 앞으로 오년간 위의 네그루 야생차의 소유권은 오운산에 있다는 것입니다.

 

야생차가 나오는 지역은 여러 지역이 있습니다. 파샤의 뢰이다산(雷達山), 푸얼의 쩡위엔(鎭沅), 린창의 따쉬에산(大雪山) 등이 있는데 지역마다 독특한 향미가 있습니다. 이번에 오운산이 개발하는 화주량즈 야생차는 다른 지역에 비해 단맛이 특별히 좋습니다. 대부분의 야생차는 해발고도가 높은 지역에 자생하고 있는데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은 찻잎 가장자리에 톱니바퀴가 없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혹시 다른데서 야생차를 마실 때 궁금하면 차를 마신 후 엽저를 확인해보면 금방 알 수 있겠습니다. 고산의 운치가 특별히 좋은 이지역의 고수차들도 매년 조금씩 생산할 계획이라서 노총각인 빠멍 관리소장 집도 새로 지을 계획이니 장가 갈 날도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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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이 일기 주인이 거주하는 곳

 

멍하이에서 보이차를 만드는 한국 사람이 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희 가게로도 차철이 되면 종종 한국 분들이 찾아오십니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알고 지내던 분들 또는 인터넷으로만 아는 분들 그리고 저와는 일면식도 없지만 조금씩 자기만의 차를 만드시는 분들 다양하십니다.

 

멍하이 시내에 가게를 열고 한국인 이름으로 정식으로 유한공사를 오픈한 것은 제가 처음이지만 징홍이나 쿤밍에서 저 이전에 사업자등록을 하신 분들은 몇 명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본인 명의로 직접 한 경우도 있겠고 상황에 따라 부인이나 현지인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여 사용하고 계신 분들도 있습니다. 모두들 일찍이 윈난으로 와서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보이차 시장을 직접 개척하신 분들입니다. 2014년 저희가 오픈을 준비할 때부터 여러모로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신 분들도 많습니다.

 

손님들 중에 다른 분들이 만든 차에 대하여 물어보는 분들이 계십니다. 멍하이에서나 한국에서도 가끔 다른 분들이 만든 차도 시음하지만 저는 가급적이면 평가를 자제하고 있습니다. 특히 다른 한국 분들이 만든 차는 각자 나름대로의 주관을 가지고 열심히 만들었는데 섣부른 평가로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고 혹여 누가 될 수도 있겠기에 조심스럽습니다.

 

그렇다고 생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차맛이란 일종의 문화 맛이기도 하기에 그 맛의 가치를 개인의 주관으로 평가하고 재단하는 것은 오류에 빠질 수 있습니다. 잘못하면 자기가 만든 차는 무조건 최고고 다른 분이 만든 차는 모두 아닌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열정의 오류라고 할까요? 자신의 일에 너무 깊이 파묻히다보면 다른 세계가 잘 안보일 때도 있습니다. 저도 늘 경계하고 있지만 가끔 자신도 모르게 경거망동하고 있는 꼬라지를 볼 때도 있습니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 특히 경쟁 관계일 수도 있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제일 조심해야 될 일이 아닌가 합니다. 일을 떠나 사람에 대한 예의가 우선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가끔은 신분을 밝히지 않고 그냥 다녀가시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괜찮습니다. 언젠가 터놓고 좋은 이야기 나눌 때도 있겠지요. 이역만리 타향에서 한국 분들을 만나서 한국말로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도 좋습니다. 언제든지 서로 알고 있는 정보들을 나누고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오운산을 제가 중국 땅에 설립한 목적은 보이차의 본 고장인 멍하이에서 한국인의 시각과 기술 그리고 한국인의 사상으로 보이차를 만들어 보고 싶어서입니다. 제가 평생 꿈꾸어 오던 차를 직접 만들어 당당히 한국인이 만든 보이차를 세계인들에게 선보이고 싶어서입니다.

 

한국으로도 물론 오운산 제품이 들어갑니다만 제가 생각하는 주요한 시장은 우선 중국에 있고 나아가 전 세계에 지점망을 구축하고자 합니다. 아직은 꿈으로만 머물러 있는 부분이 많지만 언젠가는 결실을 맺고 싶습니다. 그럼으로 저는 차업을 하던지 안하던 상관없이 한국에서 오신 분들을 멍하이에서 만나면 무조건 반갑습니다. 그분들을 결코 경쟁 관계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언제든지 부족하지만 조금이라도 제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원래부터 숨기고 감추고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면 마음 편합니다. 다른 차보다 보이차에 있어서는 아직도 약간의 비밀스러운 경향이 있는데 알고 보면 별것도 아닌데 괜히 감추고 비밀스럽게 하기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장사를 하는 입장이니 상대방도 이해할 수 있는 적당한 이윤은 꼭 필요합니다. 그렇게 당당하게 사람들과 교류하고 각자가 필요한 부분을 충족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지요.

 

제가 지금 쓰고 있는 멍하이 일기는 그야말로 있는 그대로입니다. 멍하이 가게 입구에 각 지역의 모차 가격을 그때그때 표시하는 LED 전광판을 걸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시는 손님들에게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합니다. 가게로 들어와서 전시되어 있는 차들을 시음하고 원료를 조금씩 구해달라는 분이 있는데 표시된 가격에서 약간의 이윤을 더하여 구해드리곤 합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나 사람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96년 처음 장사를 시작하고 2001년 본격적으로 차업을 시작하면서 늘 가슴에 새기고 있지만 때론 일에 지치고 사람에 지칠 때도 있습니다.

 

멀리서 기름 달카가메 오신 손님, 와 주신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물건 값까지 물어주시니 어찌 고맙지 않으리오!” - 울엄마 말씀 -

 

한국 가게 입구에 굵은 매직으로 쓰 놓은 글귀입니다. 초심을 잃어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으로 언젠가 어머니가 하신 말씀을 써놓은 것인데 볼 때마다 부끄럽습니다. 최근엔 한국에 있는 날들도 점점 줄어들어서 가게를 찾아주시는 소중한 분들께 인사도드리지 못해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다행히 최실장을 비롯한 전 직원이 저의 빈자리를 잘 매워주고 있어서 마음 놓고 제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 사족 -

 

멍하이 일기는 제가 윈난성 멍하이에서 보이차를 직접 생산하면서 알게 된 여러 가지 보이차 관련 지식과 정보 그리고 현지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해 드리고자 개설 되었습니다. 어려운 와중에도 10여년 혼신의 노력으로 한국 최대의 차 관련 불로그로 자리 잡은 석우연담에 멍하이 일기를 초대해주신 박홍관 선생님께는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러나 이야기가 길어지다 보니 본의 아니게 오해를 사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주로 보이차 관련 이야기들을 해 왔습니다만 제가 차업을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주로 오운산 관련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차업을 하는 많은 분들이 찾아오시는 블로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늘 한국. 중국을 오가다보니 때로는 시간에 쫓기게 됩니다. 멍하이 일기는 애초에 계획한데로 내년 햇차가 출시되기 전까지 100호까지만 연제할 예정입니다. 여러분들의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립니다. 보이차 업계가 옛날에 비하여 많이 투명해 졌지만 아직도 여전히 구름 잡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멍하이 일기가 좀 더 밝고 정직한 차의 세계를 열어 가는데 조금이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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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손님을 준비하는 모습

 

푸른 응접실의 홍차는 영국 7대 베드포드 공작부인 저택의 응접실 이름이다. 에프터눈티의 유래가 된 곳으로. 과거 중국의 청화백자가 집안의 장식으로 사용될 때 주인의 주변이 모두 푸른 색의 장식품과 차도구라서 이런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상호를 상표 등록한 박정아 대표는 자신이 그런 분위기에서 더 멋진 홍차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과 열정을 잠시나마 만나서 나눈 대화에서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이 홍차 전문점은 묘한 느낌이 든다. 이는 성공의 모든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 그리고 그것을 운영하는 이가 진정한 꾼이라는 생각, 아트와 기예가 같이 어우러지고 홍차같은 홍차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서양식 티룸에 대한 기록을 하고자 그 첫 펜을 들게 되었다.

 

푸른 응접실을 선정한 이유

 

1. 홍차의 유명 차산지의 차를 계절별로 준비하고 있다.

 

2. 다식을 위해서 그냥 스쳐지나갈 수 있는 수준의 미세한 재료의 맛과 품질을 스스로 높은 기준을 정해놓고 제공함으로써 재료와 다식의 진정한 순수 포인트를 알게 하는 점이다.

 

3. 서양화 전공자로서 포슬린 페인팅 작품을 만들어 스스로 차에 어울리는 도구를 만들고 있다. 외국의 유명한 홍차 도구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자신만의 차 문화를 만들겠다는 신념이 보인다.

 

푸른 응접실의 홍차 가이세끼

 

4. 일본 다도 고유의 가이세끼 차요리를 홍차에 접목하여 티가이세키를 1인당 5만으로 정해서 운영하는 용기와 대담함은 국제적인 안목이 존재한다는 것이며, 이에 더 큰 성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5. 테이블을 하나하나 큼직하게 만들어 객단가를 높이기 위해서 자리만 만든 것과는 별개로

한 테이블에서 홍차의 깊은 맛을 오롯이 느끼고 만끽할 수 있게 하고 싶은 마니아 기질의 주인이기에 충성 고객을 확보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홍차는 좁은 테이블에서 마시는 음료가 절대 아니다.

 

6. 유럽의 티룸을 답사여행하면서 관찰한다는 것은 어디 가서 홍차 전문점에서 기념사진만 찍고 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다. 전자는 연구자의 행위요, 후자는 관광객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즉 전문가와 일반인의 차이이며, 도구에만 연연하는 일반적인 보여주기식의 홍차와는 엄연히 처음부터 다른 세계의 길을 걷고 있다.

 

언젠가 한국에서 유럽 홍차가 정착하지 못하는 이유를 쓴 일이 있었다.

그것은 대부분 홍차를 조금 안다고 하는 사람들의 성향이나 우리나라 차인구들이 즐겨마시는 방법의 차이에서 한 말이다. 이렇게 예술적 식견과 다식, 차에 깊은 수준으로 들어가기 위해 준비된 사람들이 홍차에 대한 헤게모니를 바라보기 시작한다면 얼마든지 예상된 결과를 뒤집고 변화시킬 수 있다.

 

필자로서 생각을 달리 하게 만든 곳이다.

이제 그 아름다운 변화를 모색하는 그 과정을 기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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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1로 20번길 27-10

전화: 010-4212-8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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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과 기념사진

 

지난 며칠간 상하이에서 오운산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는 강이(집사람의 조선족 친척입니다.)가 손님을 모시고 와서 이산저산을 다녔습니다. 모두 오운산 차에 관심 있는 분들인데 상하이, 우한, 등에서 오신 여덟 분입니다. 마침 산둥에서 오신 손님도 있어서 모두 열한명이 승합차 세대로 움직였습니다.

 

가을차도 거의 끝나고 산골 곳곳에는 도로공사랑 주택 개량사업이 한창입니다. 이즈음이 우기도 그치고 공사하기엔 좋은 때입니다. 매년 한국에서 오시는 손님들 또는 중국 각지에서 오신 손님들을 모시고 차산을 오르다보면 원료 가격이 비싼 지역과 싼 지역이 확실히 구분됩니다. 도로는 어디나 비슷합니다.

 

징마이처럼 일찍이 차산이 개발된 지역은 비교적 잘 포장되어 있고 최근에 찻값이 많이 오른 지역은 확장공사가 한창입니다. 도로공사는 국가에서 나오는 돈으로 하기 때문에 빙다오나 라오반장을 오르는 길이라도 국가 예산 정책에 따라 단계적으로 정리되고 있습니다. 아직도 멍하이에서 라오반장을 가보면 허카이 까지는 돌길로 포장되어 있는데 반펀부터 라오반장까지는 비포장입니다.

 

이번에도 공사 때문에 길가에 차를 세우고 한 시간을 허비해야 했습니다. 마을에서 얼마씩 각출하여 도로정비부터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길이 좋아진다고 모든 게 좋아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마을로 들어서면 확실히 구분됩니다. 원료가 비싼 지역은 흡사 산중의 별장촌을 연상케 합니다. 옛날의 소수민족 건물은 거의 볼 수가 없고 모두 최신 콘크리트 슬래브 주택입니다. 반면에 아직은 덜 알려진 곳으로 가보면 대부분 옛날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해질녘에 집집마다 저녁 짓는 연기가 오르고 아이들은 맨발로 골목길을 뛰어 다닙니다. 도야지 닭 강아지들과 아이들이 공사장 모래밭에서 어울려 뒹굴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맑고 천진한 눈동자를 바라보노라면 나도 그냥 흙먼지 속에 파묻히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고즈넉한 풍경 속에 도취되어 지긋이 차산을 응시하고 있으면 만사가 다 평화롭습니다.

 

그렇다고 보는 우리 좋아라고 언제까지 이대로 있으라고 할 수는 없지요. 아직까지도 윈난의 산골 대부분의 농민들은 가난합니다. 산골에 다른 소득은 거의 없습니다. 산기슭의 텃밭을 일구고 감자나 옥수수를 심어 겨우 먹고 사는 정도이지요. 찻값이 오르면서 고수차밭을 가지고 있는 차농들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입니다. 더러는 국가에서 자금이 내려와서 일괄적으로 집을 지어주기도합니다.

 

기존 마을의 근처에 새로 터를 닦고 같은 구조로 집을 지어서 집단 이주하는 것입니다. 뿌랑산 정상부근에 있는 웨이동’(衛東)이라는 마을도 집단 이주한 지역인데 가축을 사육하는 공간을 단체로 주택과 멀찍이 구분하여 위생적인 문제도 고려한 면이 있습니다.

 

차농들에게 자금이 생기면 대부분 먼저 주택개량부터 합니다. 사실 소수민족들의 고택은 밖에서 보기엔 좋을지 몰라도 안으로 들어가면 불편한 부분이 많습니다. 주방이나 침실 거실이 거의 한 공간에 배치되어 있어 구분하기조차 어렵습니다. 화장실은 건물 밖에 있어서 야간이나 비가 오면 더욱 불편합니다.

 

무엇보다 창이 거의 없는 구조라서 깜깜합니다. 어떤 집은 들어가서 한참동안 동공을 조절해야 사물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길은 멀고 무작정 감상에 젖어 있을 수는 없습니다. 차맛을 보고 값을 묻고 차밭의 생태환경 등을 확인합니다. 하산 길은 늘 밤중입니다. 멀리 첩첩산맥의 가슴팍에 자리 잡은 차농들의 마을이 산길을 따라 아련한 불빛처럼 점점 멀어져 갑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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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시차

 

흔히 우리가 차 벌레라고 부르는 것 중엔 죽각충 (竹殼蟲), 차충(茶蟲), 지충(紙蟲) 등이 있습니다.

 

죽각충(竹殼蟲)은 대나무 껍질에서 주로 서식하는 벌레인데, 갈색 계통의 색깔을 지니고 있습니다. 차를 포장 할 때 죽피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 물에 한번 적셨다가 마르면 포장합니다. 죽피가 충분히 마르지 않았거나 자체의 물기가 완전히 마른 가을 죽피가 아닌 봄, 여름의 죽피를 사용하는 경우에 더욱 많은 벌레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차충(茶蟲)은 차 자체에서 생기는 벌레로 흰색 계통의 색깔입니다. 오로지 차만 먹는 벌레이며 숙차나 노차에서 많이 발견됩니다. 용주차 혹은 충시차로 알려진 차의 매개체입니다. 인체에 해가 없고 오히려 보이차의 후발효를 촉진하기도 한다지만 시각적으로 또는 위생적으로 별로 반길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충

 

지충(紙蟲)은 종이 포장지를 갉아 먹는 벌레로 주로 오래 보관한 노차에서 많이 발견됩니다. 종이가 삭아서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면 더욱 왕성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보이차에서 가장 많이 보게 되는 벌레로 흰색 계통의 색입니다. 퇴치 방법으론 차를 며칠간 밀봉했다가 열어보면 차속에 숨어있던 벌레까지 발견할 수 있습니다.

 

기타 여러 가지 벌레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대표적인 것들만 말씀드렸습니다. 벌레가 보이면 일단 포장을 벗기고 햇살에 한 두 시간 노출시킨 뒤 깨끗이 털어내고 다시 포장하는 것이 좋습니다. 장마철이나 습도가 높은 여름에 주로 발견되다가 겨울이 되면 현저히 줄어들며 생겼다 없어지기를 반복합니다.

 

아직 이러한 충들이 보이차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음용할 경우 인체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정확한 연구 결과가 발표된 것은 없습니다. 보이차는 뜨거운 물에 우려 마시므로 생물인 상태로 섭취할 경우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벌레라는 이름에서 오는 거부감도 있고 차는 식음료이므로 맑음을 추구함에 있어서 거부감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 좀 더 위생적이고 과학적인 생산과 관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충시차(蟲屎茶) 혹은 용주차(龍珠茶)라고 부르는 벌레의 배설물로 만든 차에 대하여 간단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차의 배설물이라는 이름에서 오는 이질감 때문에 용주차(龍珠茶) 즉 용의 구슬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붙인 것 같은데 그렇다고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원래 충시차는 광시성 꾸이린 지역의 특산품이라고 합니다. 야생등나무, 찻잎, 환향수 등의 줄기와 잎을 쌓아놓으면 화향아(花香蛾)라는 벌레가 잎을 갉아 먹고 배설한 것과 벌꿀 그리고 찻잎을 일정한 비율로 섞고 솥에 덖어서 차로 만든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만든 차는 보통 100g3만원정도 하는데, 충시차도 오래되면 될수록 맛이 순해지고 묵은 노차향이 있습니다.

 

최근엔 이무 등지에서 찻잎을 갉아먹고 있는 벌레를 찻잎 채로 집으로 가져와 채반위에 놓고 길러서 배설물이 아래로 떨어진 것을 모아 만든 충시차도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런 충시차는 야생형이라고 해서 엄청난 고가에 거래됩니다.

 

그리고 차 벌레가 노차를 갉아먹고 배설한 것과 차 부스러기 등을 모아서 판매되는 충시차도 있습니다. 생산된 방식이 완전히 다른 것인데 같은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어서 약간은 혼란스럽습니다. 모양은 비슷해 보이지만 맛은 조금 다릅니다. 찻잎 등을 갉아먹어서 나온 차는 약간 달고 쓰며 탁한 맛이 있는데 차를 갉아 먹은 것으로 만든 것은 묵직한 노차 향과 걸쭉한 느낌이 있습니다. 가격도 차를 갉아먹어서 만든 것이 훨씬 비쌉니다. 소개서를 보면 여러 가지 효능을 이야기하는데 대표적으로 위장에 좋다는 정도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이상한 이야기만 잔뜩 했네요. 차의 세계는 깊고도 오묘합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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