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차창은 필자가 2004년 처음으로 보이차의 악퇴 과정을 사진으로 촬영했던 곳이다. 오늘날 보이차의 악퇴를 이해하는 최초의 일이었기에 오랫동안 그 현장을 기억하고 있다. 2015년 2월 13일 여명차창에서 만든 2001년 차를 석가명차에서 같은해 내비가 다른 357g과 400g으로 만든 차를 확인하고 400g의 차를 시음하였다.
차의 외형을 보면 분명하게 생차라는 사실, 다시말해 입창하지 않은 차로 확인이 되고 맛은 차의 표면에서 보여주는 예측할 수 있는 맛이다. 강한 쓴맛이나 신맛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지만 생차가 14년 정도의 세월이 가면서 내는 맛으로 보면 좋은 차이다. 첫 번째 우린 차에서 꽃향이 화사하게 올라오는 그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연대를 속일 수 없을 만큼의 기본기를 지니고 있다.
잘 만든 입창차에 대해서 부분적으로 긍정적인 입장을 가진 필자에겐 이 차가 당시 경발효 과정을 거치고 나왔다면 지금쯤 어떤 맛으로 소비자에게 인식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차였다. 엽저를 보면 좋은 찻잎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랜만에 명운당에서 마두육계와 구곡육계, 대홍포 농향을 마셨다. 무이암차를 마실 때는 무이산의 암골화향을 찾는 맛이 아니라도 좋다. 무이산의 맑고 청정한 기운과 깨운한 맛이 좋다.
요즘에는 이전처럼 오룡차류를 많이 구입해서 먹는 일을 자주 보지 못한다. 그만큼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쌓아 놓고 즐길 여유가 없어진 것인지는 몰라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중국내 대기업에서 나오는 암차와 기타 차들의 팩포장은 오랜 시간 차를 마셔 온 사람들의 선입견을 여지없이 무너뜨린 경우가 많은 편이다.
특히 복건성의 대표적인 무이암차 전문회사인 <무이성>은 출시되는 제품 마다 포장 디자인이 다른 회사와는 차별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육계
대홍포를 마시기 전에 세차하는 모습
가격 대비 품질 좋은 차를 그렇게 포장을 해서 나오게 되니 중국이나 우리나라나 같은 차를 같은 포장을 뜯어서 마시게 되는 사실은 흥미롭지만, 이전의 어디서 구했던 차들보다 품질이 좋은 것은 이제 인정할 시간이 되어가는 듯 했다,
무이암차 계열의 차들을 즐겨 마셔오는 필자는 무이암차 매니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육계와 수선 대홍포를 자주 마시며, 각각의 차의 맛과 향이 확연하게 구분되는 각기의 특징은 차를 마시며 구분을 하고 또 은근히 생각이 나는 때에 골라서 마시는 그런 재미도 상당하다.
수 년간 <보이차 도감>을 준비하면서 보이차를 과거보다 더 많이 마시는 편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청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청차(오룡차)라고 하는 영역의 차들은 10년 전만해도 중국차를 좋아하는 부류에서는 일상의 차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보이차를 비롯하여 흑차류가 대세를 이룬 시기가 있었다. 그런점에서 최근 청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아 진 것을 보면 향후 발전될 차들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남들이 보이차라고 말할 때 나는 청차라고 말하고 싶은 이유 중에 가장 중요한 한가지는 바로 눈과 귀에 그리고 입에 닿는 것은 보이차라고 하지만 그 중에서도 뭐 한 잔 맛나게 먹을 보이차가 없다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차를 섞어서 마시는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주제로 삼는 이유는 초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시 말하면 처음에는 고유차종으로 차의 맛과 향 등을 구분하고 그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차류를 즐기는 단계에서 여러 차의 조합으로 블랜딩의 개념을 말한다면 시간이나 경험상 너무 이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커피의 단일원두로 로스팅하는 것과 각기 다른 로스팅을 거친 다른 커피간의 블랜딩이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차의 맛을 추구하는 방향은 개인마다 다르다. 차를 내는 방법은 사람의 수만큼 다양하기에 보편적인 방법은 따르더라도 세세한 부분에서는 각기 개성이 분명히 존재한다. 다만 오랜 시간 차를 마셔온 차꾼이라면 나름의 독특한 방식을 가지고 있음을 옅볼 수 있다.
그 수많은 다양성 중에서도 명가원 김경우 대표의 차 마시는 방법은 한 번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최근에 유행하는 맹고차를 보면 맹고 고유의 강한 쓴맛을 글을 읽는 분들이라면 이해를 할 것이다. 필자가 맹고생차를 만난 차는 7년 된 것과 1년 2년 3년 된 맹고차를 만났다. 그러다가 어느날 90년대 후반에 만든 맹고차를 시음했는데 세월은 많이 지났지만 강한 성질은 여전한 특징이며 그런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당시의 차품과 비교하면서 또 다른 맛의 매력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강한 맛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과연 어떤 방법을 쓸까? 투차량을 조절하거나 물의 양을 많게 해서 가볍게 우려 마시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더 놔두자 해서 그 강한 맛이 더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이어져 내려 온 방법 중에 한가지가 있다. 그것은 바로 다른 차와 조합해서 자신의 취향에 맞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1월 30일 마신 차는 90년대 황인 숙차에 90년대 맹고차를 중차(重茶)해서 마셨다.
맹고차의 강한 쓴맛은 온데간데 없고 탕색은 아주 짙은 색이다. 차 이름을 알 수 없어서 주인에게 물었다. 맹고차와 황인 숙차를 섞었다는 답변이 나온다. 맹고차의 강한 쓴 맛을 좀 순화시키기 위해서 이렇게 마시지만 그 농도를 조절하는 방법을 조합의 비율이라고 한다.
달리 표현하면 어떤 차이든 맛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한 것이다. 차를 섞어서 마시는 맛은 요리연구가가 재료의 배합과 순서를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전혀 새로운 맛을 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겠다. 기본적으로 보이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지만 차를 즐기는 방법이 다양하기에 스스로 찾은 비법이 자신의 집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차라는 점, 우리집 된장 맛이 다른 집과 다르듯이 자신의 차 맛을 하나 둘 만들어가는 방법에 좋은 음차법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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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차(重茶)라는 용어(用語)는 대만과 중국의 차인들이 마시는 방법에서 원용한 것이며 차에 대한 풍속언어로 볼 수 있다.
명가원에는 일요일에 자주 만나는 꾼들이 있다. 모두 보이차에 대해서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고 필자는 그저 한 수 배울 뿐이다. 사실 그런 자리가 가끔씩 그리울 때가 있다. 참 오랜 기간이었고 최근에는 좀 특별한 차 맛을 경험해서 한 번 기록하고자 한다.
명가원 김경우 대표는 최근 노차를 국내에서 가장 많이 유통시킨 경험을 가진 보이차 전문 상인이다. 여기서 상인이라 표기한 것은 상인으로서 스스로 자랑스런 이름을 지키고자 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보이차의 본고장에서 보이차를 사고 팔 수 있기 때문이다.
보이산차 가운데 80년대 생산되었다고 하는 산차가 있다.
이런 류의 차라면 다른 업소에서는 연대를 10년 이상 끌어올린다. 하지만 김대표는 늘 추정할 수 있는 아래 연대를 잡는다. 그 점에서 필자가 골동 차도구의 연대를 보는 방법과 같은 성향이다. 어쩌면 그런 성향이 있었기에 17년간 찻자리를 부담없이 가지는 것 같다.
90년대 황인 숙차
최근 7-8회 정도 연속해서 차를 마시는데 꼭 마시는 차가 있다. 80년대 산차다. 그 차는 산차로서도 훌륭하지만
김대표는 필자와 마실 때 숙차인 황인을 함께 섞어서 마신다. 산차를 농하게 그냥 마실 때보다는 맛이 더 농후하다.여기서 농후하다는 것은 아주 진하게 마시는 것인데 그 맛이 따로 노는게 아니라 같은 물질 속에서 양쪽의 장점인 맛을 살려내는데 서로 상승효과를 내면서 조화롭게 융합된 맛을 내어주기 때문이다.
생차만 마시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할지 모르지만 농차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차마시는 방법이다. 지난주에도 그렇게 마실 때 함께 한 꾼들이 그 맛을 보았다. 그러면서 다시 산차만 넣고 우려주었는데 필자의 기호도 황인을 섞어서 마실 때보다는 덜한 기분이다.
그래서 주인에게 물었다. “왜 황인숙차을 섞어서 마시는지?”
주인의 말을 내 경험을 통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다른 차를 중차(重茶)하게 되면 융화가 되지 않고 따로 노는 맛이 나는데, 황인 숙차만은 그런 트러블이 없고 서로를 잘 융화시켜주는 맛이라고 한다. 필자는 많이 섞어 마실 수 있는 경험이 적기에 그 말에 동의하면서 생차에 숙차를 중차하여 농후한 맛을 즐기는 여러 방법 중에서 한 가지를 특별하게 경험하였다.
언제나 그렇듯이 궁합이 잘 맞는 짝꿍들이 있으면 하나가 먼저 떨어지거나 혹은 둘 다 맛이나서 얼른 떨어지거나 하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3년 전에 방문 한 이후로 처음이다. 그동안 중국 여행도 함께 한 경험이 있고, 늘 홍차에 관심을 가진 특별한 강사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데 이번에 집에 갔는데 차실이 바뀌었다. 이전보다 조금 큰 차실이다.
문상연 선생의 말은 다음과 같다.
“제가 여기까지 오는데 꼭 14년이 걸렸습니다. 그동안 아들 군대가고 빈방을 차실로 만들어 사용하다가 이제는 남편의 서재와 자리를 바꾸었어요”. 그러면서 이제는 차 강의로는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문화센타 강의는 매년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반이 있는데 매번 정원을 채우고 대기 번호가 나간다고 한다. 그리고 이마트에서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강의가 지속적으로 열린다고 한다. 그만큼 그는 성실하게 해왔다는 증거다.
문상연씨는 스스로 “나는 전투형이다”고 한다.
차 공부하면서 동다송을 외울 필요가 없고 그러한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절대로 이론에 치우지지 않는다. 문화센타에 오는 회원들 대부분 주부로서 홍차를 맛있게 마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주부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크게 없는 편이다. 그래서 값이 비싸지 않으면서도 좋은 차를 찾기 위해서 세계의 홍차 마켓을 찾아서 인터넷으로 구매해서 수업을 진행하고 또 마신다. 그렇게해서 나라별 산지별 차의 특징을 계절로 구분할 수 있었고, 더 나아가 좋은 품질의 차를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금준미
처음 내는 차는 금준미였다. 금준미의 맛과 품향은 익히 잘 아는 내용이다.
첫 눈에 참 잘 만든 녀석이다. 또렷하고 당당한 모습이다. 찬란한 금빛도 힘이 있어 보였다. 누가 보아도 좋은 차다. 그런데 이런 차를 내는 주인의 모습에서 여유가 보였다.
닐기리 홍차
차를 내는 모습에서 이런 차 한 번 마셔보라는 의도가 담겼는데 그 기대치만큼 좋은 차였다.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다즐링 인근에 있는 차로서 그동안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차 가운데 이번에 아주 좋은 차를 구매했다고 하시며 내는 차는 닐기리였다. 외형은 흔히 중국 차에서 볼 수 있는 것이지만 그 속에서 품향을 하고 싶을 만큼의 당당함에 주인의 솜씨도 기대를 하게 된다. 이런 차는 말이죠 하면서 물을 끓이고 차를 우려내는 솜씨는 이제 어떤 차도 내 손에서 맛있게 낼 수 있다는 에너지가 느껴지고 있었다.
맙소사! 닐기리로서는 이제까지 마셔본 것 중에 가장 건강하고 튼실한 차를 만났다.
100g에 40$로 구매한 차라고 한다. 우리 돈으로 4만원 정도다.
사실 4만원에 이만한 차를 맛있게 마실 수 있다면 국산차는 정말 경쟁력을 어디서 재고한단 말인가!
마시는 동안 잠시 중국차의 보이 생차를 생각한다. 요즘 보이고차수라고 하는 차들의 가격이 상식적인 선을 벗어나는 현상을 보면서 닐기리와 비교할 수 있었다.
가격만으로 차를 평가할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나라 차문화가 좀더 건실해지기 위해서는 가격대비 품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되고 소비자는 이제 무조건 중국차 혹은 보이차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의 차들을 아울러 음미하고 평가하며 우리 입맛에 맞는 차들을 찾는 여정이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한국차만 마셔야 된다는 생각, 역설적인 표현이지만 가격대비 훌륭한 차를 찾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그것을 실행할 때 우리 농가는 변할 것으로 보인다.
모처럼 홍차를 맛있고 기분 좋게 마셨다. 차를 마시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값이 비싼 차는 분명히 맛도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제는 현실적인 가치와 맛이 균형을 가진 기회를 자주 가지고 싶다.
지난주에는 부산 해운대에서 살고 있었던 김봉건 교수에게 연락을 했는데 부산시에서 외곽 도시로 이사를 했다고 한다. 노포동 터미널에서는 20분 거리인데 아주 조용하고 청정한 지역이다. 이곳에서 아래 행랑채에는 옛날 고옥으로 그대로 있다. 집은 기와집인데 거실 가운데에는 바이올린을 연주할 수 있는 상태로 놓여있다. 진공관 앰프와 함께 어우러진 이 공간. 차인이면서 악기를 다루고 음악을 가까이 하는 생활. 집주인의 취향을 엿볼 수 있으면서도 음악성과 차의 조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재미난 공간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옛날 주택이라서 가운데 거실을 중심으로 정면과 양쪽에 방이 있다. 차탁은 서재와 같은 공간에 책 향기가 가득한 곳에 놓였다. 보이생차 두 가지를 마시고 육보차를 마셨다. 그리고 보이죽통차를 마시는데 세월이 좀 묵은 차로 보였다. 혹시 육보차인가 싶어서 자세히 음미해 보았는데 보이차였다. 이전에도 죽통차를 자주 마셔보았지만 실제로 고유의 맛을 내는 차는 드물었다. 그래서 그간 죽통차를 마시지 않았는데 오늘 이 차는 세월의 맛이 함께 우러난 차를 음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