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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구의예술 표지와 일본 전다도 화로 사진

차도구의 예술 / 서문

차도구는 기본적으로 찻자리에서 사용되는 기물을 말한다. 넓은 의미에서는 차를 마시는 공간 즉, 차실에 있는 모든 기물이 차도구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벽에 걸린 글씨와 그림, 가구와 기물부터 찻물을 담아 둔 물항아리, 차탁 위의 수건까지도 포함된다고 할 수 있으며, 좁은 의미에서는 차를 내는데 사용되는 직접적인 차도구와 기물들이 당연히 포함된다.

그러한 기물들은 차의 맛과 향을 잘 느끼게 할 수 있고, 격조 있는 품질로 우아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 책은 차도구의 예술이라는 거대한 제목에 맞는 도구들만 정리된 것은 아니다. 그동안 한국에서 차도구라고 사용되고 있는 전반적인 기물들 중에서 필자가 관심을 두고 살펴보던바, 값이 비싸지 않으면서도 도구의 실용성과 미적인 요소가 있는 것을 정리해 보았다. 다시 말해 차실에서 자주 보거나 볼 수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민영기 어옥 다완

이 책에서 한국 도예가들의 작품이 많지 않은 것은 필자가 2004년 사기장 이야기를 발표한 이후 개성 있는 작품 세계를 꾸준히 이어가는 작가를 만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차도구 전문 작가로서 국내외에서 뛰어난 작품 활동을 하는 단 몇 분 외에는 대부분 작품 활동이 정체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작가 스스로는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이 유행에 편승되거나 평범한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잘 팔리는 작품을 만들어 박람회에 나가서 성과를 올리는 작가도 있지만, 그것은 유행에 불과한 수준에 머물고 있음을 익히 깨닫고 있다. 이 책은 유행의 바람을 타고 만들어진 기물을 다루는 것과는 거리가 있음을 밝힌다.

김시영 작, 건요천목 재현

우리가 차의 성인으로 여기는 육우의 정행검덕을 잘 살펴보면 차는 어떠하고 차도구는 어떤 것이 좋을까를 생각하게 해준다.

 

그런 차원에서 금이나 은을 도자기에 응용하여 대단한 작품으로 생각하는 도구는 이 책에서 다루지 않는다. 그것은 일반인들이 차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동열 작/건요 천목 재현

이 책에서 다루는 범위는 첫째 그동안 아름다운 차도구에서 필자의 차도구 감상을 통해 다루었던 내용을 정리하고, 둘째 일본과 중국의 차실에서 만난 차도구들에서 선별하여 정리한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도구를 만났지만, 사진으로 기록할 수 있는 한계가 있었기에 책으로까지 내기에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은 필자가 할 수 있는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여 기록된 것이니 부족한 부분은 널리 이해를 구한다.

 

중국의 자사호의 비중이 높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자사호는 명대 포다법이 유행하면서 중국에서 일본으로 전파되어 오늘날까지 전다도에서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요즘은 일본 전다도에서 자사호를 사용하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경매 시장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자사호는 이전에 선인들이 애용한 것이 많이 등장하고 그것이 한국의 자사호 애호가들 손에서도 애용되고 있다. , 자사호는 동양 3국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도구로서 꼭 중국 것이라고 이유를 붙여 멀리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차문화는 침식 아닌 침식을 당하고 있음을 익히 느끼고 있다. 일본의 차도구는 자국에서 외면받고 중국과 한국에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중국의 차도구들은 변화무쌍하고 격조 있는 디자인으로 우리네 찻상 위에 올라와 앉고 있다. 그 와중에 우리네 사기장들은 찻잔과 다호를 만드는 형상이 중국과 일본의 기물 사이에서 다시 한번 우리네 것은 무엇인지 찾는 시기인 듯하다.

청대 자사호/자하연티아카이브 소장

한국의 자사호 수장가들의 호를 보면 중국의 찻자리에서도 빠지지 않을 만큼의 수준 높은 기물들을 사용하고 있다. 더구나 이전에 한국, 중국, 일본, 홍콩, 대만, 말레이시아 등에서 사용되어 왔고 중국 본토에서 수출되어 사람들의 손에 돌아다니며 존재하는 기물, 또 시대별 기물의 각종 변화에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받아들인 선택적 작품들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이 책에서 다루게 되었다.

 

사람의 손이라는 것은 매우 예민하기도 하고 보편적이기도 하다. 이전에 사람 손을 타는 기물은 그것이 사람에게 가장 잘 맞는 것이기도 하다는 말을 상기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이전부터 늘 기본적으로 사용되었거나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애용되고 있는 기물들은 모두 다 사람 손에 잘 맞는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이다. 그에 더하여 전통적인 기본과 기물에 대한 철학을 올곧이 지키면서 디자인을 더하여 만들어지는 현대공예 중, 차도구에 대한 판단은 단 한마디로 나타낼 수 있다.

 

문화의 차이가 곧 기물의 차이를 보여준다.

 

도구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다. 그러나 아름다운 도구를 찾아내는 것은 그보다 어렵다. 그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과연 어디에 기인하는 것일까. 다시 한번 아름다운 기물들을 보면서 생각해 보는 것이 이번 출간의 의미가 될 것이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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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향의 대패 작업

한국향도협회에서 처음으로 회원들을 상대로 조향법[(이소향방, 소동파의 향방)] 강의와 실습이 있었다. 오늘 기다리든 시간이 왔는데, 양미화 강사는 다양한 자료를 준비하여 이소향방에 대한 관심을 집중 시켰다.

 

침향과 단향 유향 등의 재료를 가지고 만드는 법이 간단해 보이지만 재료를 각자의 취향에 맞게 또 분배하고 비율에 맞게 혼합하여 만드는 시간 내내 즐거웠다.

 

향을 스스로 만들어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흠향을 넘어서 조향으로 들어가는 입문자의 입장이 되어 바라보는 느낌이 아주 좋았다. 조향사라는 것은 향도의 정점으로 가는 연구자의 입장과 같은 것이다.

 

향도라는 것이 그저 비싼 향을 즐기는 것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유서깊은 조향의 길이 위에 있음도 잘 알게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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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집에서 판매하는 말차

떡집에서 말차를 낸다

교토에서 매월 25일 하루 장날이 서는데, 이곳은 일상생활에서 사용한 오래된 물건을 판매하는 곳이다. 목재소에서 사용하는 톱이나 칼, 망치를 비롯하여 식기 종류와 차 관련 도구 등 다양한 제품들이 나오기 때문에 일본에서도 전국에서 모여든다.

 

이 장날에 맞춰 방문하였는데, 사찰 입구 주변에서부터 주변을 전부 둘러싸고 있다. 그런 곳을 지나서 사찰 옆문으로 들어갔는데 입구 가까운 곳에서 매화당이라는 떡 가게가 있다. 입구에는 말차 한 잔 5500, 전차 한 잔 380엔이라는 가격을 붙여놓았다.

이곳의 숯불은 손님들에게 온기를 준다

()한국향도협회 정숙영 씨와 이채로아 씨와 같이 들어갔는데, 마주 보는 탁자가 있는 곳이 아니라, 특이한 구조로 벽 쪽에는 두 사람이 화로를 사이에 두고 등을 기대어 앉을 수 있다. 가운데 자리는 6명이 같이 앉을 수 있는데, 가장 큰 장점은 화로다. 화로에 놓인 숯불은 오랜 경험이 없이는 불가능해 보였다.

 

재를 잘 이용하고 불씨를 잘 관리하여 외형상으로도 보기 좋고 따뜻한 불기운을 가까운 자리에서 느끼면서 말차 한 잔과 고유상품인 떡 두 개를 먹을 수 있다. 팥이 들어간 떡인데, 순간 이 집은 찻집이 아니라 떡집인데 차와 화로를 잘 이용하여 떡집의 이미지를 한층 올려놓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가 싸늘해서 매화꽃이 피지 않은 시기에 따뜻한 화로를 사이에 두고 말차 한잔하고 나오니 기분이 묘하면서도 따뜻한 기운이 돌았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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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역 말차정의 농밀한 말차

 

(사)한국향도협회 향문화 답사 여행을 위해 56일 일정으로 오사카를 경유해서 교토에 왔다. 호텔이 교토역 옆이라서 이동할 때 교토역사를 이용하였는데맛집으로 유명한 집들이 많이 있는 지역이다.

 

지하상가에 있는 말차정을 우연히 찾아갔다. 저녁으로 스시를 먹었는데 맛집이라 일행들이 함께 식사를 못 하고 흩어져 먹게 되어 나는 조경순 선생과 같이 식사를 하고  먼저 나오게 되었다.

 

평소 말차 맛을 잘 아시는 조경순 선생님의 제안으로 맞은편에 있는 말차정’에 들어갔는데, 겉으로 보기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인테리어가 된 곳이라 말차 맛을 기대한 것은 아니고 저녁을 스시로 먹었기에 말차 한 잔 마시고 싶다는 생각에 들어간 곳이었다. 협소한 자리에 앉으니 직원이 다반에 다식과 말차를 갖고 왔고 자리에 내려놓는 순간 말차의 향이 코를 스쳤다.

 

화가인 조경순 씨

 

우리는 각자 말차를 마시고 동시에 감동받아 칭찬을 쏟아놓게 되었다. 그것은 말차의 신선도와 품질이 좋은 차에서만 나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800엔으로 좋은 차를 마신 것에 무척 행복한 하루였다. 이틀이 지나서도 그 차 맛을 기억하고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은 정신없이 붐비는 여행지에서 만날 수 없는 수준의 차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조경순 선생과 만나서 아마도 그 집은 차 회사에서 직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그런 차를 내지 않았을까 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한번 더 그 맛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때 차 마신 직후에 촬영한 사진을 올린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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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의방차

 

맹해 차시장에서 석가명차 최해철 대표를 만나러 가면 늘 좋은 인연을 만들어 온다. 좋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좋은 사람을 만나고 또 좋은 차를 만난다.

 

2019314, 맹해에 있는 오운산고차본점의 간판 아래 전광판은 오늘의 모차 가격이 맴돌고 있다. 그렇게 오픈하는 모습은 스스로 대단한 자신감이 아니할 수 없다. 그렇게 당당하게 나타내고 있는 현상만 보아도 맹해에서 성공한 사람의 모습을 잘 드러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좌측에서 첫 번째 최해철, 네 번째 강주일

 

이번 여행에서 혼자 방문하여 만난 사람은 청운 대표 강주일 씨다. 최해철 대표는 오늘 의방에서 한국 사람이 보이차를 잘 만든 사람이 오는데 같이 인사하고 저녁을 같이 하면 좋겠다고 하여 만나게 되었다.

 

나이는 젊어 보이는데, 5년 전에 차에 빠져 중국에서 관련된 공부를 하고 차 산지에서 숙식을 하며 열심히 연구하고 노력한 결과 자신만의 차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윽고 그 차를 시음하게 되었다.

 

2018, 의방 고차수인데, 첫 번째 잔에서 밀도감 높은 차 맛을 보면서 제대로 만든 차라는 것을 직감하고 이 사람 또한 진실된 생산자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두 번 세 번 마시고 함께 식사를 하고 와서 다시 차를 마시게 되었는데, 이번엔 이전에 마신 차와 비교를 하기 위한 2017년에 생산한 의방차였다.

 

이 차까지 시음 한 후에 차에 대한 확신이 들어 이번 보이차도감 개정판에 이 차를 넣고 싶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미 편집이 끝났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조절해서라도 이 차를 넣는 것이 바른 일이라 생각하였다.

 

어느 것도 다를 바 없지만 차도 역시 최종으로 평가되는 것이 바로 사람이다. 좋은 사람이 좋은 연을 이어주고 좋은 차를 만나게 해준다. 그런 면에서 석가명차 최해철 대표는 자연스럽게 오운산고차의 수준을 더욱 높이는 현재를 일구어 나가는 듯 하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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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본 다완, 말차

 

지난 일요일 인사동 다경향실에서 이원제 회장님 부부와 박규용 대표를 만났다. 이곳에서 2003년 대익 보이차와 하관 차를 비교해서 마시고 점심을 먹은 후에 파주 보광사에 갔다. 보광사 주지 실에서 생차와 숙차를 마시고 나왔는데, 박규용 대표는 여기까지 왔으니 한운 스님을 뵙고 가면 좋겠다고 하여 연락을 하고 방문하게 되었다.

 

한운 스님이 기거하는 요사채(寮舍寨)

 

스님 방의 문을 열고 들어서서 필자의 눈앞에 방의 정경이 펼쳐진 순간, 이 방 주인은 차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를 떡판같이 잘라서 사용하는 찻상 위에는 도자기 다반과 자사호가 몇 점 놓여있었다.

 

그 옆에 있는 찻그릇이 진열된 장식장을 보며 이곳에서 오랜만에 말차 한 잔 마실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하게 되었다. 그 기대는 윤이 난다고 할 정도의 다완과 어제도 마시고 오늘도 마신 정갈한 찻솔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스님께 말차 한 잔을 청했더니 흔쾌히 내어주시는 모습은 천상 차꾼의 모습이었다. 어본 다완(御本 茶碗)에 내어주신 말차를 함께 자리한 네 사람과 같이 나누어 마시고 나왔다.

 

오늘은 아마도 이 분을 뵈려고 왔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어본 다완과 맞닿은 입술의 그 감촉과 싱그러운 그 향기는 아직도 입안을 맴돌고 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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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대익반장특제정품 포장지

 

필자는 최근 광주를 자주 찾게 되었는데, 이유는 보이차 소장가로 잘 알려진 이원제 회장님을 만날 기회가 많아서이다. 자연스럽게 소장품의 차를 마시게 되는데, 차실인 연송헌에는 2000년 이후 생산된 대익보이차 대부분의 차를 소장하고 있다.

 

특히 ‘2002년 반장특제정품은 국내 보이차 소장가 사이에서 진품을 만나기가 극히 어려운데, 연송헌에는 대익보이차에 한해서만큼은 진품을 보증할 수 있기에 필자가 보이차도감 개정증보판을 준비하면서 중요한 자료의 사진 작업에 대한 도움을 받기도 한 곳이다.

 

연송헌 주인 이원제 회장

 

지난 219일에는 2002년 반장특제정품을 마시게 되었는데, 이 차는 이곳에서 세 번째 마신다. 현재 거래되는 시세는 1,000만 원이다. 이런 류의 차를 유통하는 박규용 대표도 함께 한 자리에서 이 회장은 자사호에 차를 넉넉하게 넣고 우렸다. 지난번 <다석4>, ‘이달의 찻자리에 초대할 때의 인터뷰 글에서도 이 차를 마시면 대익보이차의 잘 만든 차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는 계기가 된다라고 한 적이 있다. 그만큼 대익 병배차의 전형을 볼 수 있다.

반장특제정품 탕색

 

첫 번째 차에서 생차 특유의 고삽미가 조금 연하게 나오다가, 두 번째 세 번째로 이어지면 차 맛은 고삽미가 입안 가득 풍성하게 느껴진다. 일곱 번째 차에서도 똑같은 수준의 고삽미가 나오는데, 이후부터는 아주 맑은 고미가 우러나서 우리 세 사람은 그 맛의 감흥을 서로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우게 되었다.

 

차 맛을 느끼는 것은 개인적인 차이가 분명히 있겠지만, 잘 만든 속칭 명품 차의 품성은 오롯이 그대로 나오므로 단순히 값만 비싼 차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차 맛의 기록은 상당히 주관적인 면이 강하지만, 필자가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2002년 반장특제정품은 생차에서는 명차의 반열에 속한다.

 

연송헌 찻자리(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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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등중등 황인

 

12월 초순에 명가원에서 오랜만에 원충 스님을 만났다. 필자도 막 자리에 앉았는데 원충 스님이 들어오셨다. 김경우 대표는 최근에 좋은 차가 입고되었는데, 같이 마셔보자고 하며 비닐로 잘 포장된 1996년 등중등 황인을 열게 되었다.

 

사실 1990년대 보이차 정품 가운데 포장된 맹해 정창 차를 만나기도 쉽지 않지만, 과감하게 포장지를 열고 그 차를 마신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적어도 10년 전에는 아주 흔한 일이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더욱 미안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하다. 상주에서 강의차 오신 원충 스님은 차에 대한 관심이 깊고 학구적으로 접근하면서도 실전에도 강한 분이다. 그래서 주인도 마음을 열고 차를 낸 것으로 보인다.

좌중에서 나온 말, 첫 잔에서 아 그래 이런 맛이야!” 한다.

 

1996년 등중등 황인

 

이차는 1996년 홍콩남천공사에서 맹해차창에 주문하여 만든 것으로 홍콩 보관창고에서 입창이 잘 된 차이다. 잘 보관된 노차의 깊은 세계를 알고 좋은 차를 많이 접한 마니아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차에 대한 발효와 잘 익은 차를 알게 되면 적당한 입창의 효험은 또 다른 차의 맛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잘 익은 차이지만 강한 차이기도 하다. 그것을 더 강하게 즐기기 위해 차의 양을 많이 넣고 우려서 마신다. 이 맛을 아는 찻꾼들이 호기로운 맛을 재미있게 즐긴 시간이다.

 

생차나 고차수에서 알 수 없는 다른 장르의 차, 이제 우리는 조금씩 보이차의 익은 차 맛을 이해할 시기도 온 것 같다. 이런 강한 차를 만나면 세월에 따라 익어가는 농도의 깊이를 이해해 가며 기다리는 맛이 또 재미가 난다. 덕분에 한 해를 보내면서 차 맛에 대한 깊은 인사를 하게 된다.

 

흔히 이런 차를 생차만 마시는 분들은 탁한 차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흔히 말하는 입창 차와 건창이라는 비유를 들어가며 고차수의 건창 보관이라는 공식이 생긴 듯하다.

 

 그러나 이전의 홍콩에서 보관된 50년대 홍인을 비롯하여 7080년대 차 대부분이 입창되었고 그 창고가 습한 덕분에 빠른 발효를 가져온 일도 있고 그렇지 않고 과발효된 경우도 있다. 건창이라는 것의 기준은 무엇인지도 궁금해질 때가 많다.

 

물론 그 정보야 다 나와 있어 볼 수 있지만, 왜 사람들은 아직도 광저우 보관을 일번으로 생각하는지는 다시 반문하고 싶은 경우도 있다. 보이차의 세계는 이전부터 진행형이고, 우연히 좋아진 차가 있었다면 공들여 망가진 차도 있다는 것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차가 탁하다고 논하는 사람은 과연 어떤 의미로 탁하다 하는 것일까?

샹파뉴만 마셔 본 사람이 걸쭉한 진국 하우스 와인을 이해할 수는 없다.

 

- 석우(石愚)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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