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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보이차 관련 원고를 쓰면서 좀더 다양한 차를 접하고 있다. 평소 마시지 않았지만 생차의 역사적 근원을 찾고, 유기농재배의 원류를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하는 문제 등등을 확인하는 과정에 최초의 유기농 보이차는 중국에서 QS 허가제가 시행되기 전에 최초 등록기업은 중국회사가 아닌 미국기업이라고 한 것에 놀라웠다.

중국에서 보이차를 정식으로 미국에 수출한 회사는 중국 기업이 아닌 미국기업으로 고수차의 산지 발견으로 이름난 지역의 차 밭을(허사화 선생이 방위 과도형 고차수를 발견하게된 일화는 꽤 유명한 곳) 50년간 임대계약한 "101TEA"회사에서 생산한 2005년 생차를 맛보았다.

이 차도 몇 개월 전에 여러 차들을 동시에 시음한 경험이 있었지만 그때는 많은 차를 접해서 그 차의 매력을 좀 깊게 발견하지 못하였다. “공부차”에서 2005년 생산한 보이차를 시음하게 되었는데 탕색에서 옅은 등황색이 발효가 잘되어가는 차들의 공통점을 그대로 드러내 보였고 고미와 산미가 혼재된 맛에서도 고미는 순간적으로 사라진 맛이다.

고삽미를 그렇게 빠르게 밀어내면서도 단맛의 훌륭함은 시간이 지나서도 단맛이 입안 전체에서 풍겨나온다. 좋은 차들을 여럿 함께 시음해 보는 것도 좋지만 때에 따라서는 단독으로 그 차가 가진 포장, 병차의 앞뒤 모습, 엽저 등이 차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때가 있다. 차를 맛으로만 즐길 때고 있지만 그 차의 여러 가지 배경을 알아야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이 차를 생산하는 회사는 처음 미국에서 보이차를 티백으로 판매를 했다. 커피를 즐겨마시는 사람들에게 보이차 티백으로 맛을 선사하고 뒤에 병차를 판매한 것이다. 중국에서 보이차에 유기농 인정을 가장 먼저 받았고, 일본과 유럽에 까지 유기농인정을 받은 유일한 회사다. 그런 좋은 차를 중국에만 판매하지 않는다고 하니 더욱 궁금해진다.

이러한 모습이 과연 중국만일까? 다른 농산물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등지에서도 외국인에 의한 100년, 50년 임대불하를 받아 경작하고 생산하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으로 중국에서 보이차를 생산한다면 과연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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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유기농 보이차에 대한 검열 기준이 아직 완전하지 못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유기농 차에는  비펜쓰린(Bifenthrin) 이 검출되지 말아야 한다.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개정 증보판> http://seoku.com/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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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에서 차와 차도구 전문지인『공부차도(工夫茶陶)』창간호가 발행될 즈음 공부차도 박성채 발행인과 교분이 두터운 “두기차창” 陳사장이 그의 창간을 기념하는 기념 병차인 <창간호>를 만들었다.

그냥 찍어낸 것이 아니라 서쌍판납 지역의 고육대차산과 신육대차산의 12개 고차산에서 가장 유명한 48개 산채의 200년 이상된 대수차 원료만으로 엄선 혼합제작한 것이다.

두기차창에서 제작한 차의 수량은 12개 산지와 48산채의 재료로 만든 의미로 1,248개의 한정판 형식으로 만들었다.
필자가 이 차를 접하게 된 것은『공부차도(工夫茶陶)』책의 전체 편집을 맡게 되면서 알게 되었다.

처음 그 차를 마셔보았을 때는 대수차의 깊은 맛을 느끼면서 차 잘만들었구나 라는 생각만 하고 그냥 덮어 두었는데, 최근 보이차에 대한 책을 편집하면서 그 차를 정식으로 시음을 하게 되었다.
[사진, 두기차창에서 생산한 1,248편의 한정판]

두 달전에 마셨을 때의 내게 준 인상은 그대로 간직하면서 비록 생차이지만 대수차에서 맛 볼 수 있는 고삽미와 산미의 풍부함에서 어우러진 맛에서 주는 안정감은 “두기”라고 하는 차창에서 마음먹고 그가 한국측 파트너에게 그 이름을 선물할 정도의 가치있는 차를 만들었다는 것에 믿음이 가게 되었다.

향후 두기차창에서 생산된 차류들은 아마도 한국에서 많은 인기를 끌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더구나 한정판은 이후 다시 생산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가 느끼기에도 같은 차의 맛은 나올 수 없으므로 이러한 한정된 양의 생산만으로 지속된다면 아마도 이름난 빈티지 와인과도 같은 리스트는 분명히 존재하게 뙬 것이라고 믿는다.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개정 증보판> http://seoku.com/442

행복을 저축하는 보이차  http://seoku.com/488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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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광역시 소재의 문화재로 지정받은 한옥을 국악하시는 현문선생님과 함께 방문했다. 차실 주인은 윤회매(輪回梅)를 작품으로 만드는 다음 김창덕 선생이다.

다음 선생이 만든 윤회매는 차실을 들어서면 마주보이는 벽쪽에 연출되었다. 밀랍(beeswax, 蜜蠟) 으로 제작했다고 볼 수 없을 만큼 정교하게 만들어진 것이다. 과거 선조들이 해온 방식으로 만들었지만 생화같은 느낌을 받았다.

과거 옥(玉)으로 깎거나 산호로 장식을 하고 비단으로 꽃을 만들어 밀랍을 입힌 당시의 유물들의 화려함을 밀랍만으로 색을 내어 조형하는 것은 고려말에 보여지던 장식이었다. 지금은 사라진 전통이라고 하지만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약간씩 시연되고 있는 고급문화중에 하나이다.

화병을 고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지만 당시의 병이 귀한 것이니 어느 병을 사용한다고 해도 고려시대의 나이를 먹었으니 주병이든 무슨 상관이랴 세월을 머금은 고즈넉한 세월 속에서 소중히 보관하고 남겨두는 진지한 광경과 전체적인 고아한 분위기는 길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한옥에서 윤회매를 감상하며 마신 차는 철관음과 보이차, 육안차였다. 특히 육안차는 세월의 맛이 어울려 깊은 풍미를 즐길 수 있었다. 노차로서의 육안차는 필자가 호남지방에서는 처음으로 마신 것으로 기억된다. 
다음 김창덕 선생은 차를 내는 단아한 모습에서 예인의 멋스런 아취를 볼 수있었다. 중국 차 산지를 다니면서 채엽한 찻잎을 보존하여 손님께 보여주면서 찻자리의 운치를 더했다.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개정 증보판> http://seoku.com/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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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3일 티월드축제장을 방문했다. 부스사이로 지나갈 때 상호를 보지는 않고 목적지를 향해서 지나가지만 부스안쪽에  “서경호 보이차”를 보면서 잠시 멈추었다.

부스 내부 인테리어를 전부 보이차를 설명한 내용이다.
보이차에 관심가지고 생차(청병)를 좀 마신다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이야기를 적어놓았지만 분위기로 보아 이곳에서 뭔가 새로운 맛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현수막 한쪽에는 서경호(瑞慶號) 보이차는 고박함정서경호(古朴含情瑞慶號,)하고, 고졸(古拙) 하면서 순박한 운취를 지닌 것으로 서경호차는 신기복의천연차(新奇復意天然茶). 즉,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천연의 차로 만들었다는 뜻으로...

보이차에서 깊이 있는 맛을 논할 수 있는 사람끼리는 차 이름에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지만 주인에게 인사를 건네고 자리에 앉았다. 초면이었지만 차 한잔 마시고 싶다고 했다. 이야기가 통했던지 사용하든 개완도 바꾸면서 새로 차를 넣고 우려주었다. 생차지만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고 있을 만큼의 차 맛도 옹골차게 품어져 나왔다. 그와의 대화 중에(사진, 대표 허동창)

서경호 : 선생님은 엽저를 볼 때 무엇을 보십니까. 일반적으로 차를 안다고 하는 사람들이 차를 마시고 엽저를 뒤적이는데 왜 그렇게 하는 지, 뭘 알고 보는지 궁금합니다.

그러면서 한가지 알려주겠다고 한다. 한 지역의 차로 만들었는지, 다른 차와 섞어서 만들었는지는 유념된 상태를 보면 알 수 있는데 개완으로 마실 경우 뚜껑으로 슬쩍 뒤집어보면 찻잎이 풀어지는 모양이 보이는데 한 종류의 차라도 한 곳에서 만들어진 것 같으면 같은 방향으로 같은 모양새를 보인다고 한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다. 처음 만났지만 몇 가지 이야기 속에 세상에 또 하나의 보이차 상호가 한국에 알려지겠다는 생각을 하고 다음에 만날 것을 기약하고 일어났다.

현대인들은 차를 처음 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만큼 차를 마신 경륜이 중국과 일본에 비하여 상당히 짧다. 때문에 그들은 왠만하면 생활 속에서 다 알고 있는 상식적인 일도 우리에게는 대단한 것으로 비추어진다. 이제 조금 더 우리나라의 차음용 인구가 많아지고 경험이 쌓인다면 위의 주인과 나눈 이야기들이 이런 것을 서로 알려주던 때가 있었다라는 추억으로 남지 않을까 한다. 아무튼 우리는 아직도 차에 대하여 모르는 부분이 많은 것을 절감한다.

필자가 앉은 자리에서 마주보이는 곳에, 고수차(古樹茶), 대수차, 소수차에 대해서 표기를 해놓았다.
고수차: 교목형 차나무로서 수령이 100년 이상된 차나무에서 생산된 차
대수차: 교목형 차나무로서 수령이 30년이상 100년 미만의 차나무에서 생산된 차
소수차: 교목형 차나무로서 수령이 30년 미만의 차나무에서 생산된 차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개정 증보판> http://seoku.com/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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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국제차문화대전에 참여하기 위해 내한한 두기차창 대표 陳사장을 그의 한국 파트너인 “공부차(대표 박성채)”에서 만났다. 필자가 조금 늦게 도착하니 이제 막 찻자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조금 의외의 자리였다. 그 이유는 통상적으로 보면 팽주 자리에 박성채 대표가 않아있어야 하는데 두기 사장이 팽주자리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박사장이 차를 내려고 하니 50년대 노차를 준비해 왔는데 이 차는 본인이 직접내어야 제대로 된 맛을 낸다고 하며 팽주 자리를 차지했다고 한다.

그것은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차에 있어서는 자신감이 꽉차있을 때이다. 스스로 손님입장으로 대접을 받기 보다는 좋은 차를 준비해 왔으니 차 맛을 대접하고 싶은 것이 더 우선되었기 때문이다.
 
흔히 노차는 대만이나 홍콩에서 취급하기에 중국 본토에서는 노차의 진기를 맛보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필자역시 중국에서 보이차와 관련된 사람을 만났을 때 그렇게 느낄 수 있었다.  
[사진설명, 두기차창 진 사장은 보이차를 맛있게 마시기 위해 세차 개념이 아닌 잠을 깨우는 방법의 시연] 하지만 두기 사장이 한 잔 내는 보이차의 맛은 상업적 가치의 잣대로 이름을 말하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이런 맛 때문에 보이차를 찾게 되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깊은고삽미의 품 삭은 맛에서도 깊고 풍부한 미감을 살려주었다. 그는 여러가지 차를 우리에게 대접하면서 보이차의 효능을 강조하지는 않았다.

한 가지 질문을 했다.
필자 : 한국에서 흔히 골동 보이차 애호가들은 골동 보이차가 아니면 소장가치가 없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다. 요즘 만들어 나오는 생차에서는 훗날 이런 깊은 맛을 기대할 수 있는가?

두기 : 본인은 차를 만들기 이전에 자사호를 먼저 취급을 했다. 자사호에서 니료가 중요하고 니료에 따라서 맛도 달라질 수 있다. 지금 골동 보이차라고 하거나 30년 전후에 생산된 보이차는 현재와 같은 좋은 재료로 잘 만들어진 보이차와 비교한다면 요즘 것이 더 좋은 재료로 만든 것이 있다. 그런 차류에서는 30년 전에 만들어진 것 보다 더 좋은 맛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 : 자사호나 개완에 차를 넣고 처음 차를 깨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어떻게 하는가?
두기 : 개완인 경우 차를 무조건 뜨거운 물을 부어 세차하는 기분으로 하기 보다는 50-60도의 온도로 조금 부어 버리고 7-80도 물을 부어 세차하고 그 뒤에 뜨거운 물을 부어마시면 차에 잡내가 있는 것이 빠져나간다. 자사호에서는 차를 넣고 뚜껑을 덮은 상태로 뜨거운 물을 천천히 부우면 차호 안에 있는 차에서 나오는 잡내가 차호 밖으로 빠져나간다.

이런 이야기를 필자로서는 처음 듣는 이야기며 실제 하나하나 시연을 보여주면서 실험을 해보았다. 차도구의 사용 그냥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적인 견해로 볼 때 저 자신이 많이 연구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보이차의 맛이 이렇게 변하는구나라는 것은 차를 음미한 뒤였고 차를 깨운다라는 말이 그저 스쳐지나가는 관형사가 아니라 와인에서 말하는 시간과 온도에 따른 본성의 일깨움처럼 보이차를 마시는 기술도 엄연히 존재함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사진으로 보는 중국의 차<개정 증보판> http://seoku.com/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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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남성 보이차 산지에서 신육대(파달, 맹해, 남나, 남교, 맹송, 경매) 산지의 지도를 배경으로 디자인한  "창간호" 기념병은 구육대 산지를 포함한 48개 지역의 차를 병배하여 만든 것이다. <공부차도> 차 전문지 창간을 기념하여 두기차창 (斗記茶厂 대표 진해표, chen hai biao)에서 공부차의 박성채 사장에게 그동안의 우의에 보답하는 의미로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두기차창에서 제작한 창간호]

필자는 28일 <공부차도> 창간호 마지막 교정을 위해 공부차 사무실에서 박성채 대표를 만났다.
그 자리에는 보이차에 대한 나름의 관을 가지고, 맑은 차를 드신다는 법사 님이 한 분 계셨다. 건강하고 정확한 차를 체계적으로 드셨기에 자신만의 논리가 잘 정리된 범사 님은 팽주 자리에 계셨다. 워낙에 차를 좋아해서 스스로 차를 내시는 것을 기쁜 마음으로 하셨는데, 갓 만든 보이 생차는 드실 분이 아니지만 한 번 마셔보자고 청하여 법사 님이 차를 내게 되었다.

 먼저 차의 겉 포장을 벗긴 상태에서 나오는 차 향기는 맑고 깨끗하며 순수함을 그대로 드러내주었다. 첫 번째 마신 차는 단 맛이 입안에서 많이 돌며, 향미는 대수차가 주는 쇄청의 향이 강하게 다가왔다. 두번째는 첫 번째 차에서느끼지 못했던 쓴 맛이 우러나오지만 단맛이 더 강했다. 5-6회 마시면서 햇차로 만든 차는 역시 속일 수 없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 48개 차산지의 원재료에서 주는 오묘함으로 새로운 마니아 층을 형성시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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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창간호는 두기가 좋은 재료를 이용하여 자신의 고객 <공부차>에 제공했다는 점등이 더욱 부각될 수 있는 기념으로 만든 차로 손색이 없었다. 대수차에서 주는 특별한 원료의 우수성을 한 곳에 담았다는 것은 국제적인 파트너로서의 대단한 투자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배짱이 있기에 오늘날의 두기가 우리들의 보이차 세계에서 두각을 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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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암다원 채계순 선생의 차탁과 그의 도구]

오랜만에 방문한 대구 연암다원, 그의 개인 차실은 현재 국내에서는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는 곳이 없다고 할 만큼 독창적인 공간이다. 그리고 모두 연암 채계순 선생을 생각할 때는 연암 다원 주인 또는 중국차 선생으로 알고 있다. 채계순 선생은 외국인에게 아니 외국에 나가서 보여줄 수 있는 우리나라 차의 행다법을 가지고 있다. 특히 대만 차회에 참여하여 발표한 행다법과 그동안 연구한 다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방문하게 되었다.

평소 같으면 차를 마시면서 이거 무슨 차예요 하고 물었을 것이다.

근데 그 날 마신 차는 그렇게 물어보고 싶지가 않았다. 분명한 것은 보이차이지만 차성이 아주 귀한 맛이었다. 그래서 굳이 보이차 중에서 숫자가 들어가는 번호를 말하고 싶지 않았다. 차를 다 마시고 카메라를 챙기면서 엉겁결에 아차 하면서도 자발없이 질문을 던진 말.

“방금 마신 보이차 맛이 좋은데 어떤 차인가요” 

8582라고 한다. 필자도 보이차 8582라면 세상에서 잘만들었다고 하는 차 중에서도 최상의 조건에서 보관하고 있는 것 대부분을 마셔보았다고 할 자신이 있는 차인데,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냥 물어보지 말걸!

왜 그런 마음에 그런 말을 내놓았을까. 그만큼 좋은 차에 대해 굳이 이름도 알 필요가 없었을 것을. 그 이름이라는 것에 지배받는 선입견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필자 스스로도 알고 있으면서 왜 그렇게 어리석은 질문을 던졌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필자가 이런 기록을 석우연담/다미향담에 흔적을 남기는 이유는,
만들어진 숫자보다 순수한 진정성이 베어있는 차 맛을 보았기 때문이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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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광복동에 2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다례헌이라는 찻집이 있다. 이곳에서 책 원고 작업을 위해 만남을 약속한 최 선생님과 1년 만에 방문하게 되었다. 최 선생님이 먼저 와 자리에 앉아 계셨고, 마침 주인장 서재홍 선생님도 계셨다.

중국차 전문점이라고는 하지만 이곳은 언제나 조금은 익숙하지 않은 곳이다.

그렇다고 딱히 분위기가 동떨어진 곳이란 것은 아니다. 가까이 할 수 없는 장소는 분명 아니면서도 뭔가 쉽게 다가갈 수 없게 하는 그런 느낌이다. 주인의 강한 개성 때문인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있었기에 오늘은 인사를 꼭 드리고 싶었다.

최 선생님과 자리를 함께 하고 메뉴판이 없는 이 집에서 무슨 차를 주문할까 망설이다가 무이암차인 육계를 주문했다. 원래는 주인에게 물어보고 시켜야 되는데 문득 생각난 것이 오래된 찻집에서 나오는 육계 맛은 어떨까 하고 호기심이 발동한 것이다.

안주인이 우리 집은 20년 된 육계라고 이야기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개업한 지가 20년이 되었고, 그 당시에 차를 많이 확보한 상태였고, 세월을 품은 차가 기본적으로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깡통으로 된 차 통을 그대로 들고 오셨다. 마실 만큼 차를 넣고 우려 보았다. 탕색은 등황색에서 붉은 쪽이다. 필자가 육계를 좋아해서인지는 몰라도 진년차에서 느낄 수 있는 홍배 맛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를 알기에 요즘 만들어져 나오는 차와는 무언가 기본 맛이 달랐다. 단순히 세월 맛만은 아닌 것 같다.

지난 세월 홍배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에 요즘 맛있다고 하는 암차의 전형적인 암골화 향을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무이암차의 잔향은 그대로 녹아있다. 약간 고풍스런 실내 분위기와 주인장 부부의 고아한 멋이 함께 배어나오는 것 같다. 필자는 우리가 앉은 옆 테이블 에서 책을 보시는 주인 서재홍 선생께 요즘 어떤 차를 즐겨드세요 하고 물었다.

“보이차!”

보이차 마니아시라니 당연한 대답이시리라. 우선 마시기 편해서 좋다고 하신다.

안주인은 흑차의 매력을 더욱 느끼시는 것 같다. 작은 도자기 탕관으로 끓여 맛있게 우러나온 사천성 금첨을 주셨는데, 표정과 손길에서 주는 즐거움과 행복이 그대로 전해온다. 인생의 선배 같은 모습이다.

손님과 육계를 맛있게 마시고 덤으로 주신 금첨의 맛은, 최근에 호남성 공첨과 천첨을 통해 세월 속에서 품어져 나오는 깊은 맛을 알게 된 데에, 새로운 한 가지 맛을 더하게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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