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이 지난 철관음
1993년 철관음을 생산하는 농가의 농부가 첫 딸을 낳은 해, 철관음을 판매하기에 앞서 먼저 차를 보관부터 했다. 판매를 작게 하면서 훗날 딸이 결혼할 때 마실 차부터 저장한 것이다.
소홍주라든가 오동나무를 심는 민속적인 일이 차농에게는 차를 보관하는 방식으로 나타난 실제 예라고 하겠다.
그 차를 15일 오후 3시 중국차연구중심 김영숙 원장 사무실에서 마시게 되었다. 올해 차회를 좀 더 다른 차원에서 해보고 싶다는 일로 잠시 만남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얼마 남지 않은 차 가운데 매우 특이한 철관음을 시음하게 되었다.
붉은 탕색
첫째, 탕색은 발효가 되어서 붉은 색이다.
두 번째, 맛에서 나타나는 오랜 세월의 부드러움은 오미의 맛보다는 특별히 내세우는 맛이 아닌 무미하면서도 철관음의 고유성질은 베어 나온다. 세월이 지나면 철관음이 어떤 맛으로 변할까에 대한 필자의 관심은 늘 많았다. 그래서 쓴맛과 신맛이 섞여 나온 것에 대해 좋다 안좋다를 다룬 내용과는 전혀 다른 맛이다. 그래서 오늘은 이 맛의 느낌을 그대로 기록한다.
특별한 맛이 아니라
철관음이라는 품종의 차가 23년이 지났을 때 이렇게 기본 성질만 누그리면서 부드럽게 변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상업적으로 만든 차가 아니라 순수 자기 자식의 결혼식때 쓸 것이라며 남겨둔 철관음은 어느 기교도 부리지 않은 순수한 중국 차농의 철관음인 것이다.
맛을 논하거나 향을 논한다는 것을 넘어 이 차의 주인은 누구이며, 그 차가 주변의 농가와 기념하며 우려 마실 때 차의 맛과 향보다 훨씬 더한 가치를 가진 것이라는 것.
맛이 좋아 감탄하는 차가 아니라, 그동안의 시간을 가진 감동과 눈물이 있는, 부모의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차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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