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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호의 절반 이상, 차를 넣은 인급차

노보이차는 미생물에 의해 발효가 어느 정도 진행된 차를 말한다. 노보이차의 조건에는 발효 유무도 있지만,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생산된 지 2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단순히 미생물에 의한 발효와 상관없이 시간만 흐른 차도 노보이차로 인정할 수 있는지의 문제이다.

 

보이차를 생산해서 미생물이 활동하여 발효가 진행될 수 있는 환경이 아닌, 개인이 깨끗한 환경을 위해 온습도를 조절한 장소는 미생물이 활발하게 활동하지 못하는 환경이다. 이런 장소에서 저장한 차의 특징은 시간이 지나면서 산화가 이루어져 탕색은 약간 붉게 변했을지언정, 근본적인 풋향과 풋맛은 없어지지 않으며, 약간만 농도를 진하게 우리면 떫은맛과 쓴맛이 자극적일 수밖에 없다.

 

노보이차 우린 탕색

그러기에 차 양을 적게 넣고 우리며 향과 맑은맛, 약한 떫은맛과 쓴맛을 즐긴다. 잘 발효된 노보이차와는 즐기는 포인트가 정반대이다. 이전부터 잘 발효된 노보이차를 즐겼던 마니아들은 농하면서 걸죽한 맛, 뚜렷한 떫은맛과 쓴맛의 조화로움에 회감이 풍부하고, 미생물에 의한 변화의 폭이 크면서 묵은 향이 나는 보이차를 좋아한다.

신차에서 노보이차로 넘어오는 마니아들은 농도를 연하게 우려 약한 떫은맛과 쓴맛의 조화로움에 회감이 있고, 변화의 폭이 크지 않은 맑은 맛이 남아있는 맛을 좋아한다. 둘은 좋아하는 취향이 완전히 다르며, 각자의 취향을 존중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아래에서 노보이차를 즐기는 방법들은 미생물 활동에 의해 변화의 폭이 크고, 풋향과 풋맛이 완전히 발효를 통해 변한 진정한 노보이차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들이다. 차를 우려낼 때 농도는 각자의 취향이기에 정답이 존재할 수는 없지만, 원료가 좋은 커피도 좋은 술도 비싸고 좋은 것들은 결코 농도를 연하게 마시지 않는 게 정석이다.

 

차를 우리는 용기의 선택

품질이 좋고 잘 발효된 노보이차는 조화로운 떫은맛과 쓴맛을 즐긴다. 뚜렷한 떫은맛과 쓴맛은 차를 마시고 난 후 혀 밑이나 목젖에서 올라오는 단침, 회감과 직결되기에 떫은맛과 쓴맛을 잘 살려주는 주니 계통이 좋다. 개완은 물 온도를 빨리 떨어뜨리기에 적합하지 못하며, 자니, 단니, 흑니, 홍니 등은 떫은맛과 쓴맛을 감소시키기에 적합하지 못하다. 크기는 차를 마시는 사람 숫자에 비례해서 선택하되, 가급적 좀 작은 호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자사호가 크면 차가 많이 소비되기 때문이다.

 

차를 넣는 양

발효도에 비례해서 차를 넣어야 한다. 몇 그램으로 획일화시키는 것은 차의 입문 단계에는 필요하지만, 그 단계의 수준을 넘어서면 차의 양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것이 좋다. 차는 제다법과 저장 환경이 다르기에, 때로는 좀 더 넣어야 할 차가 있고, 때로는 줄이는 것이 좋을 때가 있다. 기본적으로 발효가 많이 진행되어 떫은맛과 쓴맛의 목 넘김이 편안하고 부드러운 차는 자사호의 절반, 반대로 발효도가 낮을수록 자사호 크기의 1/3이 적당하다.

 

물의 온도

물의 온도는 최대한 높게 해주는 것이 좋다. 좀 더 다양한 맛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텐포터는 97~98도에서 끓기 때문에, 이보다 온도를 높게 해주기 위해 계속 가열할 수 있는 화로가 좋으며, 사철 무쇠 탕관이 좋다. 사철 무쇠 탕관은 차 맛을 묵직하게 만들어 주는 특징이 있다. , 도자기, 유리 소재의 탕관은 물맛이 부드럽거나 가볍다. 계속 가열되는 화로에 사철 무쇠 탕관은 잘 발효된 노보이차에 가장 적합하다.

 

차를 우리기 위해 기물을 선택하고 차를 적당량 넣고 물을 끓였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차를 우리면서 즐겨야 한다. 노보이차의 특징을 잘 살려 즐기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순서로 비교하면서 즐기는 것도 매력일 것이다.

 

차 탕의 향기

차를 찻잔에 따르면 마실 때 먼저 입으로 가는 사람과 코로 가는 사람이 있다. 마니아라면 입으로 가서는 안 되며, 코로 가서 향기를 맡아야 한다. 향기를 맡을 때 가늠해야 하는 것은 차의 발효 정도에서 나타나는 풋향과 잘 익은 향을 가늠해야 하며, 발효 정도 즉 풋향과 풋맛의 차이에 따라 보이차의 생산 시기를 구분해야 한다. 또한 습기에 노출된 정도에 따라 매변된 향과 잡향이 나타나는지도 구분하면서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열감

노보이차는 기본적으로 발효된 차이다. 발효된 정도에 따라 차를 마시면서 혀에서 느끼는 뜨거운 정도가 종류마다 다른 특징이 있다. 세월이 오래될수록, 발효가 잘된 차일수록 차가 더욱 뜨겁게 느껴진다. 동일한 조건(, 탕관, 자사호, 찻잔)이 같아도 종류에 따라 뜨거운 정도가 달라, 이 또한 노보이차의 품질과 세월을 가늠하는 조건이 될 수 있다. 뜨거운 차일수록 몸 반응에서 땀을 나게 해주며, 기운을 돌려주는 특징이 있다.

 

생차 계열의 잘 발효된 노보이차의 매력적인 맛은 뚜렷한 떫은맛과 쓴맛의 조화 속에 단침이 많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골동보이차급인 호급차나 인급차 중에서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보이차는 동일하게 이 조건에 충실하다. 떫은맛과 쓴맛이 약하거나 뚜렷하지 않으면 단침의 생성이 약하며, 이런 차는 마시기에는 편안할지 모르지만 풍부한 맛 뒤에 오는 단침과 여운이 약하기에 뚜렷한 맛이 있는 차보다 가격이 낮게 형성된다. 숙차나 발효시킨 모차로 긴압한 차들이 오랜 세월이 지나도 가격이 높게 형성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떫은맛과 쓴맛은 발효되기 전에는 목 넘길 때 자극적이지만, 발효가 되고 난 후에는 입자가 몽글몽글해져 부드럽게 넘어간다. 잘 발효된 차는 떫은맛과 쓴맛이 분해되어 줄어든 것이 아니라 그대로 지니고 있으면서 익은 차가 좋은 보이차이다. 실온에 저장하여 차 내부의 수분이 증발하여 건조된 채 산화된 차를 높게 평가하지 않는 이유도 떫은맛과 쓴맛이 약해진다는 점이 요인이다. 이러한 차는 발효되어 익었다기보다는 변화되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위와 같이 떫은맛과 쓴맛의 중심 속에 단맛, 신맛, 짠맛으로 이루어진 다섯 가지 뚜렷한 맛을 즐기는 것이 좋다.

 

목 넘김

잘 발효된 차를 마시면 차 맛이 부드럽다고 한다. 여기서 부드럽다는 것은 차 맛의 농도가 연하거나 떫은맛과 쓴맛이 약해 마시기 편하거나 차의 성분이 침출되지 않아 맛이 심심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떫은맛과 쓴맛은 있지만 목 넘김에서 자극을 주지 않고 편하게 넘어가는 차를 부드럽다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잘 발효된 차일수록 점막이 많이 형성되어 떫은맛과 쓴맛의 입자가 몽글몽글하게 변해 있으므로, 세월이 오래 지난 잘 발효된 차일수록 목 넘김에서 자극을 주지 않으며 부드럽다. 목 넘김의 부드러운 정도에 따라 생산 시기를 가늠하면서 즐기는 것이 좋다.

 

배저향(杯底香)

차가 잘 만들어졌거나 오랜 세월 잘 발효된 차는 차를 마시고 찻잔 속에 향기를 맡으면 은은한 화향(火香, 구수한 향)이 참 좋다. 화향은 차의 생산 연대가 오래되고 잘 발효된 차에서도 나지만, 만든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잘 만들어진 차에서도 나타난다. 기본적으로 잘 만들어졌거나 잘 발효된 차는 배저향을 즐기는 것도 중요하다.

 

회감

생산된 지 오래되었거나 잘 발효된 차뿐만 아니라, 발효와 상관없이 신차에서도 회감(回甘)이 생성되어야 좋은 차라고 할 수 있다. 회감에서 달달한 침이 생성되면서 입속에 차 맛의 여운이 오래 지속되는 차가 좋은 차의 첫째 조건이며, 흔히들 건창차를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사호에 1/3 이상의 차를 넣고 우려 마시고 난 후, 떫은맛과 쓴맛이 먼저 느껴지고 그 후에 혀 밑이나 양 볼 사이, 목젖에서 단침이 생성되어야 한다. 원료와 제다법에 따라 회감의 정도에서 차이가 크다. 맹해차창 정품을 선호하는 이유도 이 조건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1920년대 송빙호, 복원창, 1950년대 홍인 등 초고가 차들은 한결같이 회감과 여운이 풍부하다. 이러한 조건들에 따라 보이차 종류를 품면서 즐기는 것이 좋다.

 

내포성과 몸 반응

내포성이란 차를 여러 번 우려도 맛이 일정한 상태로 지속적으로 침출되는 것을 말한다. 발효가 충분히 이루어진 좋은 차는 15포 이상 우려내어도 그 맛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그러나 발효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차는 우리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찻잎 속에 묻혀있던 풋맛이 나오게 된다. 변형된 제다법으로 만들어진 차 역시 7~8포 정도 우려내면 급격하게 맛이 옅어진다.

 

흔히들 좋은 보이차를 마시면 땀이 난다고 한다. 이를 차의 기운과 연결시키기도 한다. 기운은 차 원료에서도 느낄 수 있겠지만, 잘 발효된 차는 점막이 형성되어 똑같은 조건으로 우려도 점막 때문에 빨리 식지 않기 때문에 땀이 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차 기운과는 무관한 발효의 영향이다. 발효식품은 보이차 외에도 무수히 많다. 발효 식품의 특징은 섭취 후에 몸이 편안하다는 것이며, 노보이차 역시 마시고 난 후 몸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노보이차의 다양한 특징을 이해하고 즐기면, 발효와 시간이 만들어낸 깊은 맛을 더욱 풍부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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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경우(명가원 대표)

노보이차 이야기는 202526일부터 32일까지 총 4회에 걸쳐 소개된 시리즈 기사입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숫자급 보이차의 명칭 구분, 노보이차의 매력, 발효와 시간이 만들어낸 깊은 맛, 그리고 이를 즐기는 다양한 방법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노보이차는 단순히 차를 넘어, 시간과 자연의 조화로 만들어진 예술품과도 같습니다. 그 속에는 미생물의 활동, 세월의 흔적, 그리고 차를 사랑하는 이들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본 원고의 내용은 석우연담의 논조와는 별개로, 기고자의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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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큰 잔에 마시는 사천발효차

우리나라 녹차와 발효차 가운데 차인들에게 유독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녹차와 발효차가 나누어진다. 녹차를 좋아하는 사람은 우리나라 녹차를 마신다. 반면 발효차를 좋아하는 사람은 속이 편하다고 해서 발효차를 마시는 편이다. 그래서 정교한 발효차가 아니라 그냥 익혔다고 하는 차들도 많은 편이다.

 

중국의 황차와 비슷하게 만드는 편이다. 하지만 중국 황차는 까다로운 민황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필자로선 황차라는 명칭에 대해 100% 인정은 하지 않고 그냥 한국식 발효차라고 말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유튜브 촬영을 하면서 사천의 봉명화로차 주인을 만나서 발효차에 대한 이해를 다시 하게 되었다.

 

그냥 속이 편하다는 맛이 아니다. 당해 연도에 만든 발효차도 좋지만 3년 된 발효차는 다른 차에서 거창한 전설을 이야기 하는 차와 달리 사람의 몸을 아주 편하게 차의 성분이 흡입되는 듯한 기분이 드는 차다.

 

산화 발효 과정

무미한 편안함이 아니다. 발효가 되면서 온순한 성질이 좋은 기운으로 내 몸에 들어오는 것 같다. 많은 차를 마시면서 경험하면서 알게 되는 것인데 그래서 필자로선 그의 작업 일체를 촬영하면서 더 알게 되고 이해되는 시간을 가졌다. 차는 그냥 맛만으로 이야기 할 수 없는 차의 맛을 알게 되었다. 일명 우리 황차에 대한 평가에 대한 재고가 필요할 것 같으며,

두 번째로는 이러한 공법을 통해 만들어진 황차의 존재는 조명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youtu.be/mz2Va0KRoGA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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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실을 방문한 손님들과 차를 마실 때, 언젠가부터 나는 정하지도 않은 순서에 따라 차를 낸다. 첫차로 말차를 내고 마지막엔 황차를 내는 방법과, 먼저 오룡차 계열을 내고 마지막엔 경남 산청에서 만든 황차를 내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있다. 이는 손님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절로 그렇게 되었다는 말이 더 맞을 거 같다.

오늘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내가 차를 낼 때마다 꼭 내는 황차다. ‘원래 황차가 이렇게 맛있었나? 아니면 맛있게 변한 건가?’ 할 정도로 차 맛이 좋다. 어쩌면 원래 이렇게 좋은 맛을, 늘 중국차 위주로 마시느라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는지는 모른다.

진주 홍금이 선생 동생이 선물한 황차 단지는 늘 내 옆에 놓여 있다.

지난주 일산에서 오신 유승완 선생 부부와 같이 네 사람이 차를 마셨을 때다. ‘우리 이제 마지막으로 황차 한 번 마셔봅시다하고 낸 그 찻 자리 그 차 맛은 정말 모두가 감동이었기에 특히 잊지 못한다.

그전에는 무이암차, 보이차, 공첨 등을 마셨다. 그런데 황차의 농익은 맛에 감동을 받은 후부터는 차의 맛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다시금 하게 한다. 선물 받은 이후 지금까지 줄곧 마시고 있는데, 이렇게 감동의 맛을 낸 차였던가 싶다.

나도 이제 차의 맛을 즐기는 방향이 조금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잘 만든 차는 어디에서나 그 빛을 발휘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잠시나마 산청 황차의 진가를 몰랐던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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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매일 폭염이라고 할 만큼의 무더운 날씨다. 요즘 중요한 일들이 겹쳐서 전국을 심야버스로 다니고 있다.

이와 같은 날씨에 차인들은 무슨 차를 마실까.

무더운 여름 날씨에 마시는 차는 어떤 것이 선택되는가. 여름이기에 시원한 녹차일까.

시원한 보이차일까.

최근 바쁜 와중에 몇 군데의 찻자리에 참석하게 되었다. 청주 원행 스님과의 찻자리는 두 번있었다. 그때 마다 무더운 날씨임에도 마신 차는 발효차다.

[사진, 원행 스님 사용하는 자사호와 찻잔] 첫 주는 청주 박숙희 선생님 차행사에 참석했다가 몇 마디의 이야기에 코드가 맞아서 주 행사를 마치고는 바로 원행스님 사찰로 가게 되었다. 둘 째주는 자사호 사진 작업 관계로 방문하였다.

두 번에 걸친 원행스님과의 찻자리에서 다식은 먹지 않고 목책철관음과 동방미인, 보이차를 마셨다.

지난달 향 전문점인 향산재 손희동 씨를 만나서도 깊은 맛을 즐긴 차는 목책철관음 특급 차였다. 팽주가 차 내는 마음이 어디에서 출발할까.

날씨와는 무관한 것 같다. 함께 한 손님들은 모두 열감이 있는 발효차를 마시고도 좋은 자리였다고 하는 것 보면 분위기에 따라서 차가 선택될 수 있고, 차 자체가 좋으면 날씨와는 무관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자리였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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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접하고 그 향기에 매료되어 22년이라는 세월을 살아왔다. 특히 중국 대륙의 차 문화에 깊은 관심을 갖고 사진 작업을 병행하며 연구하게 된 지도 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쌓아온 중국차 생산 현장에 대한 경험이 나 혼자만의 것으로 그치기엔 너무나 아깝다고 생각해서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

나는 운이 좋았고 복도 많은 편이었다. 초행길에 일반인들이 가기 힘든 곳까지 가게 된 것도 행운이었지만, 그 속에서 차의 진실을 볼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다. 중국 대륙은 워낙 넓어서 아무리 가보아도 그 전체를 볼 수 없었다.

단순히 중국을 여행하면서 경험한 내용이 아니다. 중국차 자체를 견문하였다. 중국의 차는 그야말로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유기체다. 거대한 무언가가 움직이는 느낌은 부분만으로 전체를 이야기할 수 없음을 느끼게 한다. 차의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차의 맛과 향은 세상을 따라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그야말로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르다. 이 책을 마치며 아쉬운 점으로는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2000년 이후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맞물려 차 소비가 확대됨은 물론, 선호하는 차의 종류도 달라짐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통계적으로 정리하지 못한 점이다. 둘째는 지역마다 새로운 품종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좀더 깊게 접근하지 못한 점이다.

향후 초심의 열정으로 민북, 민남, 광동, 대만의 오룡차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펼치고자 한다. 그것은 이 책의 첫 번째 장을 ‘복건성’으로 시작한 이유이며, 집필을 마치면서 ‘발효차’라는 단어를 가슴에 새기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Posted by 石愚(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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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다원에서 다예사가 손님에게 철관음을 내는 모습]

우리나라는 현재 보이차 열풍으로 약간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전국 어디에서나 차 이야기를 하면 보이차를 논한다. 그리고 보이차의 숙병. 청병. 관목. 교목을 구구절절 설명하면서 책에서 본 이야기를 서로 지식 경쟁하듯이 하고 있다.

현재 중국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굉장히 높은 편이다. 중국차를 하급차 또는 농약 문제로 선호하지 않고 있는 일부 계층도 있지만 대부분의 중국차 애호가는 뉴스에 민감한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

중국차 애호가들이 한국차 보다 더 선호하게 된 것은 그들의 다양한 차와 가격대비 질이 좋은 차가 많기 때문이다. 중국은 각 지방마다 독특한 차를 생산하고, 차에 대한 경쟁력은 아시아 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 내어 놓아도 경쟁력을 갖춘 차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모두 녹차를 생산하면서 우리 전통적 방식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보다는 중국차 흉내내면서 발효차에 대한 개념을 정확히 잡지 못한 상태에서 황차를 발효차 대응으로만 내어 놓고 있다. 물론 그것도 하나의 대안 일 수는 있다. 아직은 소비자가 까다로운 입 맛으로 선택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이런 방식이 통할 수 있다.

우리는 '손 맛이 최고'라고 하는 아나로그적 사고로 IT 강국에서 중국차가 인터넷으로 급속히 시장을 잠식하고 있었다. 차농들은 우리차가 국제적으로 가격대비 품질에 대한 우리기준하나 없이 무조건 중국차만 몰아내면 된다고 하는 식의 접근과 대응이 오늘날과 같은 무질서한 가운데 시장이 마비되었다고 할 정도로 힘든 유통 시장을 경험하고 있다.

우리는 중국차에 대응하기 위한 깊은 연구와 차에 대한 진실된 기능과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그러니 경쟁이 되지 않는다. 모두 자기들이 만든 차가 최고라고 자부하고 있지만 잘 만들어진 중국차를 접한 소비자에게 까지 가격대비 맛과 향을 내세울 수 있는 지는 소비자의 판단에 맡겨질 것이다.

이른바 아담스미스가 말한 경제행위의 '보이지 않는 손'은 비단 그 시대의 상황만은 아닌 것이다.
중국의 차 상세보기
박홍관 지음 | 형설출판사 펴냄
중국 차 입문서. 이 책은 중국에서 차가 생산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12개 성(절강성, 광동성, 운남성, 안휘성, 대만 등)을 각각 수차례 반복하여 조사한 중국차와 그 문화에 대한 실질적인 연구 보고서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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