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역사적으로 인류가 처음 차를 마신지 기록상으로도 오천 년 이상 되었으며 쌀이나 밀과 같은 생존에 필요한 필수 농작물이 아님에도 문명과 문화사에 깊은 족적을 남기고 있다. 오랫동안 중국의 비밀이었던 차는 전쟁의 불씨가 되기도 했고 유럽인들의 매혹시키는 이국적인 물건이 되기도 하였다. 한 잔의 차 한 잔으로 사람은 행복하기도 하지만, 이 차 하나 때문에 많은 유럽인들은 중국의 변경에서 온갖 고난을 겪기도 하였다.
차는 신라 말 유입된 기호음료로, 고려시대에 왕실과 사찰을 중심으로 차문화의 황금기를 거쳤다. 그러나 조선시대에 들어와 기호음료로서의 지위를 거의 박탈당하면서 차문화 역시 쇠퇴하였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다도교육으로 한국의 차문화는 오염되기까지 하였다.
현대 한국을 사는 한국인, 특히 차를 취미로 즐기는 이들은 어떻게 차를 즐기고 있는지를 해부하여 한국의 차문화를 분석해 보려는 시도로 이 책은 씌어졌다. 《한국인은 차를 어떻게 마시는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으로 본격적인 현대 한국의 차문화를 분석해 보려 시도하였다.
표본집단 소개 《한국인은 차를 어떻게 마시는가》에서는 한국의 차문화를 탐구하기 위해서 160명에 달하는 한국에서 차를 기호음료로 본격적으로 즐기는 이들에게 다섯 가지 설문을 조사하였다. 설문조사의 표본집단은 160명의 성인남녀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차를 마시는 사람들을 대표한다. 이들이 차를 마시는 사람들을 대표한다는 말은 이들이 단순히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아니라, 차를 돈을 주고 사서 마시며 일정한 차(녹차, 백차, 황차, 청차, 흑차 등)에 대한 기호가 확실하게 확립되어 있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이다. 즉, 차문화가 정립되어 있으며, 생활에 깊이 뿌리 박혀 있는, 여가나 취미로 차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한국 차문화를 대표하는 대표적인 차인으로 이들의 사진과 함께 설문 내용을 앞에 실어서 한국 차문화가 어떤지 실제로 독자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단순하게 논문을 쓰기 위해 표본조사를 하는 경우와는 달리, 통계자료의 숫자로만 보여질 수 없는 차문화를 보여주려는 의도에서였다. 20대 초중반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어떻게 차를 즐기게 되었고 어떤 차를 마시고 있는지 성실하게 답하고 있는데 이들을 통해서 한국의 차문화가 어떤 시기를 거쳤는지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설문조사에 응한 이 표본 집단의 평균 연령은 53살이고, 평균적으로 차를 즐긴 기간은 약 22.6년이다. 하루 평균 차 마시는 양은 리터로는 1.7리터이고, 그램으로 표기한 사람의 경우엔 평균 10.2그램이다. 다식은 평소에 즐기지 않는 사람이 32.5퍼센트에 해당된다. 지역적인 특색을 살펴보면 차를 즐기는 인유가 압도적으로 서울과 영남 지방에 몰려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섯 개의 설문 조항 표본집단에서 조사한 설문은 다섯 가지 항목이며, 이 항목이 그냥 단순한 것이 아니라 현대 한국의 차문화를 보여주기 위해 섬세하게 배려된 것이었다. 특히 이 설문에 대한 160명의 실명으로 한 답변은 한국인의 기호음료 통계와 차를 마시면서 함께 먹는 음식(다식)에 대한 통계자료의 지표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 차를 마시는 이유는? ■ 최근 즐겨 마시는 차와 그 이유는? ■ 5년 전에는 어떤 차를 즐겼는가? ■ 평소 어떤 다식을 즐기는가? ■ 인상 깊었던 다식은? 첫 번째 질문인 <차를 마시는 이유는?>에서 차를 마시는 이유와 어떻게 마시게 되었는지 한국에서 보통 차를 어떻게 접하게 되는지 조사하였다. 두 번째 질문에서 가장 선호하는 차를 조사하고 세 번째 질문에서 차문화의 변화 양상을 살폈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는 좀 생뚱맞게 들릴지 모르지만 차를 즐기면서 다식을 즐기는지 또 어떤 다식이 인상적이었는지 조사하여 한국 차문화를 다각도에서 살펴보기 위해 노력하였다.
두 번째 항목이 가장 관심을 많이 보인 항목으로 현대 한국인이 선호하는 차를 살펴본 것이다. 녹차를 즐기는 사람이 160명 중에 68명이며 약 43퍼센트, 보이차가 17퍼센트, 청차류로 분류하는 무이암차, 봉황단총, 철관음 등을 답한 이들은 약 15퍼센트에 해당된다. 이 세 개의 차가 제일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차임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특히 녹차는 중국 차보다는 한국 녹차를 선호하는 것이 압도적이었다.
이 선호도 조사에서 드러난 흥미로운 것 중 하나가, 차를 단 한 종류만 답한 사람이 160명 중에서 13명(8.125퍼센트)로 이 13명은 세 번째 항목의 조사에서 5년 전에도 같은 차를 마시고 있었다고 답하는 비율이 높았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차를 단 한 종류만 즐기는 사람들은 차를 마신 지 오래된 사람들에게서 나타난 특징이라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또, 부산에 거주하는 사람 총 38명 중 20명이 보이차나 흑차를 마시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보아 영남권에서 보이차가 인기가 높음을 수치로 확인해 볼 수 있었다.
네 번째 항목은 다식으로 이 책에서 나오는 70대 차인은 가장 오랜 차 생활을 한 분들로서 차를 마실 때 다식의 중요성을 많이 생각하는 분들로 볼 수 있다. 다식의 경우에 약 32퍼센트가 평소에 다식을 먹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식을 먹는 경우에는 절대적으로 떡을 많이 먹는 편이다. 이것은 차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거나 교육하는 사람과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좋아하고 즐겨 먹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는 차에 떡이 좋다고 하기 보다는 간식을 겸해서 먹는 경우도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다식으로 가장 많이 먹는 종류는 다음과 같다.
1순위가 <떡>, 2순위가 <송화다식>, 3순위가 양갱, 4순위가 <견과류>, 5순위가 <대추> --중략. 16순위가 <흑임자>로 확인되었다. ‘다식’에 관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무엇보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의 전통 음식인 떡과 송화다식이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본서의 의의 차는 인류 5대 음료 중 하나로, 중국에서 시작되어 20세기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한국에는 신라 말기에 들어와 이미 13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단순히 사무실에서만 마시는 현미녹차 이외의 다양한 육대 차류가 존재해 왔다. 조선이라는 암흑기를 거침과 동시에 일제강점기에 일본 다도교육의 이입으로 한국의 순수하고 독자적인 차문화가 존재하지 않는 듯 보인다. 차를 마시는 메니아 층에서 보는 것으로 결국은 한국인이 즐겨 마시는 차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본서에서는 일본과 중국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던 차문화를 보여주고 있다는 의의가 있다.
또, 한국인의 차문화를 통계자료를 통해 객관적으로 보여줌과 동시에, 160명의 설문조사를 직접 봄으로써 숫자만으로는 나타나지 않았던 그 숨은 간극을 독자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배치하였다.
한국의 차문화가 어떤 양상을 보이는지 가감없이 보여줌으로써 앞으로 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또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차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차문화가 이대로 소수의 사람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즐기는 본격적인 대중문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한국인의 기호음료 통계를 측정하는데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특이한 점은 차를 전문적으로 많이 마시는 사람들을 혈액형으로 섹션을 구분하고 혈액형 별로 통계를 만들고도 과학적이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의 추론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석우생각] - 모든 설문자의 답변에 필자의 호, 석우(石愚)로 댓글을 달았다. <석우생각>은 사람마다 독특한 형식으로 단 것이 이 책을 보는데 또 하나의 재미를 줄 것으로 보인다. --------------<목차> 책을 펴내며/한국인들은 차를 어떻게 마시는가
다양한 표본계층을 만들기 위해서 160명의 한국 차인구성과, 부록으로 중국인 차관련학자, 항주 태극차관 메니저, 보이차공장 공장장, 보이차공장 실험실 직원 등을 포함하여 중국인 설문은 별도로 정리하였다. 각각의 페이지는 인물 사진을 한 페이지씩 하여 21세기 대한민국 차문화를 조명할 수 있는 심층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참여자의 답변과
석우생각, 인물사진 마시는 차의 통계, 외국인 차 학자의 설문과 답변 등으로 구성되었다. 이 글을 통해서 한국인이 차를 마시지 않는 이유 보다는 한국인이 차를 어떻게 마시는가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 결과를 볼 수 있다.
행사장에서 금당 선생 생전에 작성한 “금당 茶道 사범증” 수여가 있었다. 김중한 동의대 교수 앞으로 작성된(2001년) 사범증이 최근 발견되어 헌다식에서 전달되었다. 금당 최규용 선생 약력 및 공적 1903년 경남 통영 출생. 1923년 일본 와세다 대학 고공토목학과 졸업. 1963년 고려민예사 설립. 1978년 금당 차회 조직, 다도 교육시작. 1988년 한국 육우다경연구회 창립. 1989년 중국 차문화 연구회로부터 다성(茶星) 칭호 받음. 1993년 최의 학술상. 1998년 중국 정부에서 항주 茶人 촌에 “喫茶來”와 금당 선생을 새긴 공덕비 건립. 합천 해인사 지족암 '끽다거래(喫茶去來)'건립
2000년 중국 호북성 호주시 남부현 묘봉산 “喫茶來”비 건립. 2002년 4월 5일 청명날 100세로 세상을 떠남. ‘부산차인연합회장’으로 장례식, 사리 36과 수습.
구성 연휴가 지나서 18일 금당차문화원 강옥희 원장 댁을 방문했다. 설이라고 해서 만난 것은 아니지만 서로 약속을 하다보니 우연히 그 날을 취하게 되었다.
금당 최규용(1903~2002) 선생님의 발자취를 남길 수 있는 책 작업에 관해서 전부터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었기에 좀더 격조있고 모범적인 사례가 될 수 있는 뿌리깊은나무 발행인 한창기 선생에 대하여 엮을 책을 가지고 만났다.
먼저온 손님이 계셨다. 두 분은 금당차문화원 회원이고 한 분은 지인으로서 인사차 방문한 것이라 한다. 강옥희 선생은 새해에 만났으니 말차 한 잔 합시다. 특별히 준비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 마음입니다 하시며, 우리를 차실로 안내 했다.
[사진, 차실에서 강옥희 선생] 차실의 공간은 작지만 주인을 포함하여 다섯 명이 앉기에는 아주 넉넉한 공간이다. 차실은 일본 다도 수업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다다미 방이며 무쇠 솥(로, 爐)은 열기를 품어내고 있었다.
특별한 차를 내기 위한 날이 아니라 새해에 만났으니 차(茶) 선생으로서 마음을 낸 것이다. 강옥희 선생은 최근에 밀양에서 활동하는 사기장에게 구입한 다완이라고 하며, 금(金) 색(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좋을 듯)의 다완에 농차로 말차를 내는 것이다. 익숙한 솜씨로 솥의 뚜껑을 열고 히샤쿠로 물을 떠서 다완에 따르는 모습이 이런 자리를 익히 해 보신 솜씨다.
처음엔 금색 다완으로 두 번 째 잔은 은색으로 된 다완에 농차(濃茶)를 내었다. 다완 하나에 두 사람이 나누어 마셨다. 농차로 마실 수 있는 좋은 차를 맛 볼 수 있었다.
그 날 강옥희 선생의 차 내는 모습은 의복을 갖추고 완전한 일본식의 어느 정통 계보를 그대로 이어서 하는 것은 아니었다. 일상의 찻자리로 새해가 되어 찾아온 손님께 숯불을 지펴 무쇠 솥에 물을 끓이고 농차로 대접한 것이다.
나는 새해에 들어서 진심어린 마음이 담긴 차를 마셨다는 기쁨, 이에 더하여 금당선생님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장소와 또 그러한 사람들이 함께 했다는 것이 더욱 기쁜 탓이다.
2008년 1월 부산에 있는 강옥희 원장으로 부터 금당 최규옹 선생(1903~2002)의 한국차를 마실 때의 찻자리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다. 금당 선생님은 우리나라 전통차 보급에 기여한 바가 크며 평소 차생활에서는 찻그릇 자체에 비중을 두기 보다는 차를 많이 마시는 것을 좋아하셨다고 한다. 금당 최규옹 선생의 대표적인 저서는 금당다화가 있으며 강옥희 원장은 금당 선생님의 며느리로서 현재 금당차문화회 원장이다. 부산에서 차 활동을 하고 있다.